외국에 나오게 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가지를 보게 된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못한 점, 그리고 더 좋은 점이 그 두 가지다.
20년전만 해도 우리가 못한 점을 많이 발견하게 됐었지만, 최근에는 우리가 나은 점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요즘은 솔직히 조금 걱정스럽다. 말레이시아에 진출해 있는 많은 주재원들도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우리보다 뒤쳐져 있는 후발주자들의 약진이 괄목할만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이야기하려는 것은 일종의 의식과 관련된 문제다. 우리가 후진성을 아직 갖고 있고, 때로는 오히려 더 퇴보해간다는 사실을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쿠알라룸푸르로 떠났다.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중소벤처신문’을 포함한 몇몇 매체에 기사와 함께 사진을 보내기 위해 처음으로 디지털 카메라를 하나 장만해야만 했다.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하기 위해 인천공항의 한 면세점에 들어갔다.
카메라의 용도를 설명하자 여점원은 ‘오늘부터 발매하기 시작한 신제품’이라며 외국 제품을 하나 추천했다. 여점원은 아주 친절하게 제품 사용법 등을 설명했고, 다른 제품은 곧 생산중단될 것이기 때문에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조언까지 덧붙였다.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별 지식이 없던 터에 시간도 많지 않아 68만원쯤 되는 카메라를 흔쾌히 구매했고, 여점원은 남성용 화장품세트를 얹어 나에게 물건을 건넸다.
그리고 약 열흘 후 쿠알라룸푸르의 유명한 ‘쌍둥이빌딩’ 1층에 있는 고급백화점을 돌아보던 중 한 카메라점에서 같은 제품을 발견했다. 호기심에 상점으로 들어가 중국계 주인에게 가격을 물었다. 가격이 우리 면세점에서 산 가격보다 150달러 이상 쌌다.

20만원이나 비싸게 산 카메라
억울한 마음을 참아가며 카메라를 사용하던중 보다 편리한 사진전송을 위해 좀더 단순한 디지털 카메라를 새로 사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런데 조금 더 싸고 단순한 카메라를 사기 위해 다시 들른 점포에서 ‘7월 25일에 막 발매를 시작했다는 고급 신제품’인 그 카메라가 쇼 윈도우에서 사라졌다.
상점 주인은 45만원 상당의 다른 신제품을 권했다. 이 제품은 한국 면세점에서 산 카메라의 가격보다 20만원 정도 싸고 성능은 오히려 더 좋은 것이었다.
한편 한국에서 산 카메라는 한국의 친지에게 팔기 위해 인편에 한국으로 보냈다. 그러나 한국의 친구로부터 ‘한국에서 정품의 동일 카메라 가격이 54만원이고 인터넷을 통해 사면 50만원’이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면세점에서 구입했으니 원래 지불가격은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미 카메라를 비싸게 샀고, 그 카메라를 처분하려는 마당에 그저 인천공항 면세점 여점원의 탁월한 판매실력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여점원으로부터 카메라를 샀던 사람이 오랜만에 찾은 고국을 떠나기 직전의 해외교민이었다면, 한국에 대한 아주 좋은 기억을 간직한 채 돌아가고 있던 외국인이었다면 어땠을까.

당장의 이익보다 국가이미지 생각해야
엄청난 돈을 들여가며 한국의 이미지를 해외에 광고하는 현실에서 그 교민이나 외국인이 받을 상처가 단순한 ‘20만원 이익’과 맞바꿀 일이란 말인가? 비록 그 여점원이 판매고 신장에 대한 압력을 받고 있었거나 혹은 보너스를 더 받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개인에게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되겠지만 그에 앞서 1년에 우리가 거둬들이는 관광수입을 생각해보고 우리 기업인들이 국내외에서 땀흘려 벌어들이는 외화와 그로 인해 상승되는 우리의 국가 이미지를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제는 인터넷의 발달로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대통령이 승리하는 시대다. ‘입소문’보다 더 빠른 시간에 상상치 못한 범위로 넓게 퍼지는 것이 ‘인터넷 소문’ 이다. 한국 면세점의 가격은 물론 뉴욕과 파리의 가격이 한 자리에서 몇 분 사이에 낱낱이 확인되는 시대다.
이런 개인적 경험담이 독자 여러분들에게 개인적인 푸념으로만 느껴진다면 매우 송구스럽다. 그러나 이 경험에 덧붙여 고국에서 들려오는 우울한 소식을 매일 접하다 보니 기자의 생각은 좀 더 비약을 한다.
요즘 우리 모두가 너무 ‘눈앞의 것’, ‘나만의 것’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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