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북서부에 위치한 회룡포는 동쪽엔 안동이, 서쪽으로는 문경시가 그리고 남쪽은 상주시와 의성군이 북쪽은 영주시와 충청북도 단양군에 접하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조차도 예천보다는 인접해 있는 ‘시’를 더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빼어난 관광지가 있는 곳도 아니어서 취재를 나서기가 쉽지 않았던 곳이다. 아주 오래전 용문사 절집을 방문한 이후 예천온천과 학가산 자연휴양림에 들렀다. 억수 같이 내리는 비 탓에 회룡포는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우연히 예천에서 하룻밤을 유하게 됐고 그걸 계기로 회룡포를 찾을 수 있었다.

회룡포가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드라마 가을동화의 주인공 은서와 준서가 어릴 적 소풍 나왔던 장소다. 이후 여러 매체에서 알리기 시작했고 어느 곳에서나 특징적인 사진을 볼 수 있다. 평범한 시골 농가와 전답을 사이에 두고 팻말따라 가보니 회룡포 전망대 표지기가 나서고 길은 계속 이어진다. 초행이라 길이 끝나는 지점까지 달려가본다. 강너머에는 산자락이 버티고 있고 백사장에는 두어팀의 관광객들이 눈에 띈다. 어느 곳에서도 사진속의 그림은 보이질 않는다. 다시 차를 돌려 전망대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전망대를 향해 오르다 보니 장안사(054-655-1400-1)라는 절집이 나선다. 비룡산(190m) 정상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동종을 사이에 두고 돌계단을 오르니 대웅전과 여러 채의 건물이 잘 배치를 이루고 있는 절집이 모습을 드러낸다. 금강산에도 유명한 장안사가 있어서 이름이 낯설지가 않다. 장안사는 통일신라 때 의상대사의 제자인 운명선사가 세운 고찰. 하지만 모든 건물들은 최근에 중수해 옛 모습은 남아있지 않다. 대웅전에 들렀다가 나오는 길에 ‘지정’스님을 만나게 됐다. 절집에 들어설 때 ‘신행상담‘이라는 글귀가 있었던 것도 문턱 높은 절집을 편안하게 느끼라는 지정스님의 배려였다. 그러면서 이곳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면서 걸려진 사진 앞에서 여러 가지를 설명해 준다.
이 곳은 소백산의 끝지점이며 태백산의 시작이다. 휘돌아가는 물길과 산길이 마치 태극과 같아서 ‘산태극, 물(수)태극’이라는 것이다. 매향바위 지점을 가르키면서 한때 기생과 향연을 즐기던 곳이라는 말도 전한다. 산자락 밑에 있는 회룡포 마을에서는 산길을 따라 나와야 했다는 것 등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정스님은 그가 만들어 놓은 향가집과 서암스님의 책까지 한아름 선물로 안겨준다. 절집에서 전망대까지는 200m 정도 걸어 가면 된다. 울창한 솔향을 맡으며 10여분을 걸어 오르니 잘 지어놓은 전망대가 나선다. 전망대 너머로 펼쳐지는 회룡포의 아름다움이 얼굴을 내민다. 회룡대에서 내려다보면 풍광은 예사롭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육지가 연결돼 있는 곳을 손으로 살짝 떼어버리면 금방이라도 섬이 될 듯하게 작아 보인다.
산 정상에는 원산성이 있다. 삼국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보이는 토성. 둘레 920m, 높이 1.5~3m로 쌓여진 원산성은 흙과 돌을 섞어 쌓은 토석혼축성이다. 따뷔성, 또아리성이라고도 불리는 이 성은 원형으로 쌓았다 해 삼국사기에 원산성(圓山城)으로 기록돼 있다.
이 성은 안동 쪽에서 흘러오는 낙동강과 문경에서 흘러내리는 금천, 그리고 영주 방향에서 오는 내성천이 합류하는 삼강이 배수진을 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파른 지형에 사방을 일목요연하게 조망할 수 있는 천연 요새를 이루고 있다. 삼한시대 마한이 이 성에서 백제에 패함으로써 멸망했다. 그 후로도 신라, 백제, 고구려의 접경지에 위치한 탓에 격전이 잦았다.
원산성에서도 낙동강과 금천, 내성천이 합류하는 광경이 내려다 보인다. 강 뒤로 보이는 마을은 세 강이 만나는 곳이라 해 마을 이름이 삼강리다.
산을 내려와서는 회룡포 마을을 둘러보면 된다. 호젓한 이 마을엔 나룻배가 사람들을 실어날랐다가 지금은 내성천 한 편에 엉성한 ‘뿅뿅다리’가 설치돼 있다. 구멍이 숭숭 뚫린 녹슨 강판을 잇대어 만든 다리다. 마을 주위는 모두 모래밭. 물이 맑아 빠가사리, 쏘가리, 은어 등이 산다. 비가 오면 잉어와 메기가 올라온다. 경관이 특이하고 아름다우며 풍수학적으로도 명당으로 꼽힌다.
■자가운전 : 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예천IC. 학가산은 좌회전, 예천온천과 회룡포는 우회전. 예천 읍내로 가다가 온천 팻말따라 영주, 풍기쪽으로 가면 예천온천과 석송령. 곧추 직진해 문경쪽 국도 34호선을 이용하면 회룡포. 용궁면 서울종묘 용궁대리점에서 향석2리 안내판을 보고 들어간다. 성지교를 건너면 회룡포로 이어진다. 회룡포 입구 바로 못미쳐 오른쪽 비포장길을 타고 재를 하나 넘으면 장안사 방향이다. 장안사 옆 오솔길을 따라 침목으로 놓은 계단을 올라서면 회룡포전망대.
■별미집&숙박 : 관광지 주변으로는 특별한 음식점이 없다. 예천읍내에는 ‘달리는 청포묵’(054-655-0264)이 소문난 맛집이다. 또 황도령 휴게가든(054-654-2788, 상동 농공단지 앞)이 맛있다. 숙박은 휴양림이나 황도령 옆에 있는 예천모텔 등이나 읍내를 이용하면 된다.
■이곳도 들러보세요
△예천 온천:예천읍에서 풍기로 향하는 931번 지방도로변에 위치한 예천온천(054-650-6588, 654-6588)은 중탄산염 염소이온형 온천수. 일일용출량이 풍부해 탕의 온탕뿐 아니라 열탕, 냉탕까지도 100% 원천 수를 사용한다. 물이 좋아서 피부가 금세 부드러워지나 시설은 매우 열악한 편인다.
△석송령:예천온천에서 풍기방향으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왼쪽에 수령 600년 넘은 거구의 석송령이 우아한 자태로 서있다. 천연기념물 제294호로 지정된 석송령은 일반인들에게 세금을 내는 나무로 잘 알려져 있다.
△학가산 우래 휴양림:산세가 사람이 학을 타고 노니는 모양을 하고 있어 붙여진 학가산(870m). 42만평 규모의 학가산우래자연휴양림(054-652-0114, 예천군 보문면 우래리 www.hakasan.co.kr)의 사유림이 조성돼 있다.

이 혜 숙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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