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점포 난립, 골목상권 붕괴 불보듯”

[중소기업뉴스=손혜정 기자]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마련된 편의점과 빵집의 거리제한이 풀린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노대래)가 지난 21일 편의점과 빵집의 신규 출점 거리 제한을 4분기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기존 모범거래기준으로 보호를 받고 있던 업계에서 강력히 반발에 나서고 있다. 해당 업계는 거리제한 폐지에 의한 무분별한 출점이 골목상권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업활동 제약하는 기준 바꾼것”
공정위는 지난 21일 구체적 수치기준이나 실질적으로 강제성 있는 권고사항을 포함하고 있어 기업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할 우려가 있는 모범거래기준·가이드라인을 대폭 정비한다고 밝혔다.
특정업종의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어떤 행위를 하도록 권고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강제성 있는 규제는 아니지만 기업은 사실상 구속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공정위는 현재 운용 중인 총 25개의 모범거래기준 및 가이드라인 중 정당한 이유 없이 기업활동을 제약하거나 다른 법령·고시 등에 주요 내용이 이미 반영돼 있는 18개는 폐지되고, 5개는 위법성 심사지침으로 전환되며, 나머지 2개는 법제화를 추진키로 했다.
시장현실에 맞지 않는 구체적인 수치기준 또는 해야 할 행위 등을 설정해서 자율적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모범거래기준·가이드라인은 폐지를 원칙으로 했다.
우선 편의점(250m), 제빵·커피(500m), 치킨(800m) 등 업종별로 점포간 거리제한 기준을 구체적 수치로 규정한 가맹사업 모범거래기준이 여기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업계는 오는 8월부터 시행 예정인 개정 가맹거래법에 따라 신규 출점하면 된다.
공정위는 “모범거래기준 등의 일부 규정은 시장상황의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현실에 맞지 않지만 이 기준에 따를 경우 법 위반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모순도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상생협력 계약체결 가이드라인, 하도급 내부심의위원회 가이드라인, 협력업체 선정 가이드라인 등 3개는 일부 하도급 관련 가이드라인 중 동반성장지수 산정을 위해 필요한 내용은 관련 평가기준에 반영해 운용하되, 나머지는 전부 폐지된다.

“동네빵집 다 죽으란 얘기”
이번 공정위의 발표에 동네 빵집과 편의점 점주들은 거리제한 폐지로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앞다퉈 신규 점포를 개설할 수 있는 빗장을 열어 줬다며 우려하고 있다.
김서중 대한제과협회장은 “프랜차이즈점들에 대한 거리제한이 없어지면 골목 상권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김 회장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오랜 시간 노력 끝에 만든 거리제한 제도로 많은 소상공인들이 매출증대는 물론 심리적인 안정감이 큰 상태였다”며 “생긴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보호제도를 일방적으로 없애는 것은 대기업의 입장만 반영한 결과로 앞으로 소상공인들의 경영환경이 대단히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는 이번 결정이 규제 완화 분위기에 휩쓸려 동반위 출점 제한 권고 폐지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동반위는 지난해 2월 적합업종 지정을 통해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의 500m 이내 입점을 제한했다.
김 회장은 “동반위 출점 제한 권고가 남아 있어 영업지역 보호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벌써부터 프랜차이즈업계는 동반위 출점 제한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 같은 주장이 계속된다면 피해업종들과 함께 동반 대응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가맹점주들도 모범거래기준안의 거리제한 폐지가 점주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주장한다.
이준인 전국편의점사업자단체협의회장은 “편의점업계는 그동안 모범거래기준안을 기준으로 계약서를 작성해왔는데 거리제한에 대한 규정을 없앤다면 앞으로 가맹본부에서 임의적으로 250m보다 짧은 거리에서 입점을 시킬 수도 있다”며 “신규 가맹점주은 물론 기존 가맹점주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물론 다양한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거리제한이 폐지되더라도 가맹본부와 사업자단체간의 협의를 통해 24시간 영업, 거리조정, 위약금, 영업지역 등의 문제를 꾸준히 본부와 대화할 것”이라며 “가맹점주들의 동의를 얻지 않고 무리하게 계약 규정을 바꿀 수 없도록 지속적으로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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