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안갯속’ 경영환경

오늘날의 경영환경을 묘사하는데 가장 적절한 표현은 무엇일까? 복잡하다? 변동성이 크다? 수많은 변화와 도전이 존재한다? 불확실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기업이 예측 불가능하고 극심한 변화의 시대에 노출돼 있고,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많은 이해관계자와 복잡한 구조로 얽혀있는 비즈니스 환경은 이에 직·간접적으로 속해 있는 기업 입장에서 어느 연결고리가 취약한지 파악하기 매우 어렵게 하고 있다. 실제로 어떤 부문에서든지 충격은 일어날 수 있으며 이의 파장이 어느 정도로 어디 부문에까지 미칠지 그 범위조차도 예측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제조업종과 같이 공급망(Supply Chain)에 참가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원자재를 완성품화해(기업 설비내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과 제조공정도 포함) 유통과정을 거쳐 최종소비자에 전달하는 모든 부문에서 충격은 언제,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 모든 공장을 요새로 만들고 산더미처럼 재고를 쌓도록 하자는 말은 아니다. 대신, 취약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다른 사람들의 경험으로부터 배우며,  대응조직에 유연성과 탄력성을 높이고, 이러한 리스크관리 활동에 대한 투자로부터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토록 하자는 것이 리질리언스 전략의 핵심이다. 기업은 다음의 실행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대응을 위한 조직이다. 위기대응능력에는 기업충격을 예방하거나 그 가능성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사건이 발생한 후 빨리 회복할 수 있는 유연성을 높이는 것과 함께 충격으로부터 자사의 주요 고객을 보호하려는 노력도 포함돼야 한다.(반드시 전담조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둘째, 취약성에 대한 파악과 빠른 감지 능력이다.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가? 그것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 그리고 잠재적 영향은 어느 정도로 심각할 것인가? 라는 세 가지 물음에서 출발해 주요 위험에 대한 발생가능성과 영향의 심각도를 평가, 우선순위를 매겨, 회사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가져올 수 있는 충격과 영향에 집중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리고 ‘비정상적인’ 활동은 ‘정상적인’ 활동으로부터 분리해내는, 즉 충격을 빨리 감지하고 이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위기대응을 위한 조치는 다층적인 구조로 이뤄져야 한다.
셋째, 가끔은 진부한 이야기가 진리가 되기도 한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자산은 임직원이다. 게임의 룰이 바뀜에 따라 즉시 변화할 수 있도록 훈련받은 직원은 수요의 변동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충격에도 보다 잘 대응한다. 충격을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부산한 상황에 익숙한 기업이 충격에 더 잘 대응할 수 있을 수도 있다. 유연성이 매우 높은 조직은 일과 회사에 대한 정열로 특징되는 문화를 보여준다.
이 같은 문화는 직원들이 존중받고 훈련을 받는 한편, 기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직무 이상으로 일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태도는 일반적으로 우수한 조직을 특징짓는 것일 뿐만 아니라 충격이 일어났을 때에는 성패를 가르는 것이 될 수 있다.
‘상상할 수 없는 것 조차도 상상하라’라는 말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거시적인 위기말고도 사업장 안전사고, 고객정보유출, 갑작스런 경영권 승계, 시스템 장애, 자연 재해 등은 이제 더 이상 우리 기업과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경영진이 격동적인 환경을 예측해 대비하고 이를 통해 조직의 복원력과 민첩성을 높일 수 있다면, 결국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는 능력도 더욱 높아진다.
이런 측면에서 리스크관리는 기업이 변화하는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바람직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지속적인 과정인 동시에  전통적인 경영 방식이나 관행과 결별하고 과거의 실패에서 탈피하는 유일한 방안일 것이다.

- 글 : 이희정(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이사 / 「리스크 인텔리전스: 불확실성 시대의 위기경영」 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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