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위, 中企엔 깐깐, 대기업 요구엔 순순…재지정 82개 업종 중 20~30% 제외 가능성

▲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제28차 동반성장위원회’를 마치고 중소기업 적합업종 운영 개선 방안 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소기업뉴스=손혜정 기자] 중소기업계에 최소한의 안전망이었던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시행 3년만에 위기를 맞았다.

동반성장위원회(위원장 유장희)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운영 제도를 대폭 손질한 개선 방안을 내놨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이번 동반위의 제도 개선 가이드라인이 실행되면 올 하반기에 재지정을 받아야 하는 82개 업종 중 20~30%가 적합업종으로 재지정 받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동반위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반대하는 대기업과 재계의 시정요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신청단계부터 사유 명확한지 평가
동반위는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에서 제28차 동반위 전체회의를 열고 ‘적합업종 제도 운영개선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신청·접수, 적합성 검토, 합의·조정협의, 사후관리에 이르는 제도 운영 전반에 걸쳐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했다고 동반위는 설명했다.
이번 적합업종 개선안에서 특징적인 부분은 대기업들에 대한 규제는 완화되고 중소기업들에 대한 기준은 깐깐해졌다는 점이다.

우선 적합업종 신청 단계에서부터 신청단체의 대표성 검토와 피해사실에 대한 명확성 검증 부분이 강화됐다. △신청단체의 대표성 검토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신청 업종·품목에 대한 세밀한 실태조사 △피해 사실의 명확성 검토 등의 절차를 대폭 강화했다.

적합성 검토단계에서는 적합업종 권고로 일부 중소기업들의 독과점 가능성도 검토해 적용하기로 했다. △국내 대기업의 역차별이나 외국계 기업의 시장 잠식 가능성 △전·후방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 △시장 성장 가능성 등을 적합성 검토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살펴보도록 했다.

적합업종 권고사항이 국내 기업에만 집중되거나, 외국계 기업의 시장 잠식이 우려되는 경우 재합의 과정에서 적합업종 해제를 검토하도록 했다. 국내 대기업에 대한 역차별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부분이다.

외국계 기업은 국내사업체의 규모와 국내법상 범위를 기준으로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국내 기업과 같은 기준을 적용받도록 했다. 외국본사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인 기업이 한국 사업 지분의 30% 이상을 직·간접적으로 소유한 기업은 대기업으로 간주한다.

합의·조정협의단계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자율 합의를 원칙으로 하되 현재 4가지인 대기업 권고 유형을 다양화하고, 조정 기간은 최대 6개월로 했다. 사후 관리 단계에선 중소기업이 자생력 강화에 주력했는지, 대기업이 권고사항을 잘 이행했는지 등을 조사키로 했다.

재지정 기간 1~3년으로 차등 적용
이번 개선방안은 올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권고가 만료되는 82개 업종의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동반위는 이번 가이드라인에 따라 적합업종 지정으로 산업 생태계에 부작용이 생겼거나, 경쟁력 하락이 우려된다고 판단되는 품목은 재합의 과정에서 적합업종 해제를 검토할 수 있도록 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더라도 필요할 경우 3년간의 적용 기간 중에라도 재심의를 통해 적합업종에서 조기 해제를 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지정 기간에 대기업 권고 사항 정도의 조정만 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대기업이 재심의를 신청해 중소기업과 합의하면 적합업종 지정을 조기 해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적합업종 지정 기간을 연장할 경우 1∼3년 범위에서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재합의 이후에는 적합업종을 다시 신청할 수 없다.

올해 지정기간이 만료되는 82개 품목은 중소기업이 재합의를 신청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적합업종에서 해제된다. 이 밖에 적합업종 재지정 제외 범위대상을 확대하고 △일부 중소기업이 독과점 시장을 형성한 업종 △대기업이 시장에서 이미 철수한 업종 △동반위 권고로 수출과 내수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업종 등은 재지정 협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中企 “기존 적합업종 해제 수단 안돼”
중소기업계는 이 같은 기조가 결과적으로 적합업종 지정 범위의 대폭 축소로 귀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제도개선안으로 인해 재지정 대상 82개 업종 중 20~30%가 재지정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일부 업체가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는 세탁비누, 외국계 기업 진출이 늘어나고 있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산업 등은 재지정 제외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이번에 마련된 적합업종 가이드라인도 일각의 왜곡된 주장으로 인해 변질돼 무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중소기업계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개선 방안이 적합업종에서 일부 품목을 해제시키기 위한 것이 아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자율적인 합의를 위한 참고 사항으로만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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