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과 부패’. 썩 유쾌하지 않은 단어들이지만, 모든 기업들은 부정과 부패위험에 노출돼 있다. 부정과 부패는 회사 자산의 개인적인 사용이나 경비의 과다 청구 등에서부터 뇌물 수수, 수십, 수백억원 대에 이르는 회사 자금의 횡령·유용, 기술이나 기밀정보의 유출과 재무제표 분식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그 수법 또한 지속적으로 고도화되고 있다.

국제부정감사인협회(ACFE) 조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기업 매출의 5%가 조직 내 부정행위로 유출된다고 한다. 부정행위와 부패는 수익 감소뿐 아니라 기업의 명성과 고객 충성도, 자본조달 능력과 브랜드 파워, 핵심 인재 유지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규모와 상관없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투명성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기대수준이 매우 높아지면서 주주나 감독기관뿐만 아니라 고객과 공급업체, 더 나아가 일반 대중들도 기업의 부정이나 부패에 대해서는 용납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을 포함한 정보기술의 광범위한 보급으로 기업과 관련된 소식(특히 나쁜 소식)들은 매우 빠르게 유포되고 있다. 이러한 경영환경 하에서 부정이나 부패사건은 재무적인 손실뿐만 아니라 기업의 평판이나 브랜드 이미지의 심각한 훼손 등 무형적인 손실이 수반돼,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생존 자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규제의 칼날이 매서워지면서 부정과 불법에 대한 기업의 인식도 변화를 맞고 있다. 정도를 벗어난 방법으로는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 이윤을 늘릴 수 없다는 사실이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국내나 국외 할 것 없이 법 위반 사실이 적발될 경우 거액의 벌금은 물론 심할 경우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관련 임직원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뇌물을 포함한 적당한 반칙을 기업경영의 관행으로 용인해 주던 사회적 통념이 급격히 사라지는 추세다.

하지만 현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기업은 각종 비리와 부정을 저지를 만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 하지만 기업 부정과 부패행위 리스크에 대해서는 사전적으로 대비하는 기업이 실제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야 대응에 나서는 기업보다 대처능력과 회복능력이 뛰어나며, 부정행위가 이미 발생한 후에 대응방안을 찾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며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다.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지고,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되고 고액의 법적 소송이 진행된 후에야 부정과 부패에 뒤늦게 대응하려고 하는 많은 사례를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시장에서 공개적인 망신을 당하고, 명성과 신뢰가 추락하고 시장가치의 손상을 겪은 후에야 부패, 부정행위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취했던 수많은 기업에는 글로벌 기업도 예외가 되지 않았다.

부패에 따른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조직 부문별 현황 파악을 통해 잠재적 부패 요소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중소기업이 속한 산업의 특성과 영업 환경, 수출기업의 경우 해외법인의 운영 실태, 회계 및 자금의 투명성, 내부 통제의 유효성 등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는 윤리경영에 대한 미션과 비전, 실행 가이드를 마련하고, 적용시키며, 이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과 교육훈련을 통해 확고한 문화로 정착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탄력성(Resilience)은 경영 컨설턴트들이 사용하는 전문용어가 아니다. 탄력성은 충격을 받은 후에 튀어 오르고 원래의 형태로 복귀하는 능력으로 매우 간단한 개념이다. 중소기업 CEO에게 묻고 싶다.
사장님의 기업은 탄력적입니까? 부정, 부패와 같은 위기가 닥쳤을 때,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완벽하게 정상상태로 회복할 수 있습니까? 탄력성이 기업에 있어서 달성해야 하는 중요한 목표라는 점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이를 강조하지 않을 것이다. 불확실성이 팽배해 있는 비즈니스환경에서 탄력성은 성공 기업으로 가는 중대한 자산이며 경쟁력이다.

- 글 : 허구 (딜로이트 기업리스크자문본부 이사 / 「리스크 인텔리전스」의 역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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