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창업해서 살아남고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기업으로 키우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2년에 105만명이 창업했지만 89만명이 폐업을 했고 통계청의 기업생멸 행정통계를 보면 신생기업들은 2년 만에 절반이 망하고 5년 후에는 30%만 살아남는 것으로 나타났다.

살아남은 기업도 일정규모 이상으로 성장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통계청의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2012년 335만개의 전체 사업체 중 10인 미만이 93.8%이고 300인 이상 대기업은 2211개로 0.07%, 100인 이상 중기업을 합해도 1만1915개로 0.3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한마디로 살아남기도 어렵고 살아남아도 영세한 기업이 너무 많은 것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중소기업이라고 하면 언제 망할지 모르고, 망하진 않더라도 미래를 기약하기 어려운 존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기업 자신도 영세하다 보니 기술혁신이나 경영혁신은 뒷전으로 한 채 당장의 생존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가 많다.
생존을 위한 중소기업의 노력을 기업경영의 5요소인 인력, 자금, 기술, 판로, 리더십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어떤 모습이 그려질까?
 

내가 하는 건 남도 한다
먼저 인력에서는 기업경영의 가장 큰 부담인 인건비를 어떻게든 줄이고자 하고, 자금에서는 생명줄인 융자의 끈을 절대 놓지 않으려고 한다. 기술에서는 연구개발(R&D)투자 없이 쉽게 모방할 수 있는 기술을 찾아 나서고 판로에서는 좁은 내수시장에서 다른 영세기업들과 처절한 싸움을 벌인다. 어려운 환경에서 어려운 싸움을 하는 경영자는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독불장군식의 원맨경영을 한다.

요약해서 말하면 인건비(Wage) 중심경영, 융자(Loan) 중심경영, 모방(Imitation)기술 중심경영, 내수(Domestic) 중심경영, 원맨(One-Man)경영이고, 영어 앞글자를 따서 말하면 ‘WLIDO’ 경영, 우리말로 읽으면 ‘우리도 한다’ 수준의 경영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경영으로 기업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까? 기업의 목표가 생존을 넘어 지속적 성장을 통해 성공기업이 되는 것이라면 경영의 내용도 그에 걸맞게 전면적으로 혁신돼야 할 것이다. 독일의 히든챔피언을 비롯해 국내외 성공기업들의 특징을 관찰해보면 기업경영의 5요소 별로 다른 모습이 부각된다.
 

위기극복은 결국 기업가 정신
먼저 인력에서는 사람이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인식 하에 인재를 확보하고 육성하는데 최우선의 관심을 기울인다. 자금에서는 비올 때 우산을 뺏기는 설움과 리스크를 겪지 않고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융자보다는 투자 중심의 자금조달시스템을 구축한다.

기술에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도약이 가능한 차별화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과감한 R&D 투자와 체계적인 기술경영시스템을 구축한다. 판로에서는 경쟁력만 있으면 무한한 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

아울러 이런 혁신경영을 수행하기 위해 기업 내부에서는 종업원들과 비전을 공유하고 내부의 자원만으로 부족할 경우에는 외부의 자원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수행하는 열린 마음을 가진 경영자리더십이 존재한다.

요약해서 말하면 성장과 성공을 위한 기업경영은 인재(Human) 중심경영, 투자(Investment) 중심경영, 기술(Technology) 중심경영, 글로벌(Global)시장 중심경영, 오픈(Open)경영이고, 영어 앞글자를 따서 말하면 ‘HITGO’ 경영, 우리말로 하면 ‘치고 나가는’ 경영을 하는 것이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경영환경이 매우 어렵지만 위기때마다 남다른 기업가정신으로 어려움을 극복해왔던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이번에도 ‘치고 나가는’(HITGO) 경영을 통해 난국을 치고 나가주기를 기대한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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