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춘(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한국경제TV 해설위원)

오랜 만에 미국 학계와 월가를 중심으로 ‘인플레이션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이 저물가를 바탕으로 한 울트라 금융완화 정책을 추진해 온 점을 감안하면 이 논쟁은 그 근간을 뿌리째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하반기에 들어서자마자 인플레이션 논쟁이 거세진 직접적인 발단은 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1%로 나온 데서 비롯됐다. 현재 미국 중앙은행(Fed)의 물가 목표치는 2.0%로, Fed가 금리변경 시 가장 중시해온 원칙 중의 하나인 통화론자들의 ‘통화 준칙(monetary rule)’에 따른다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일단 금리변경의 주책임자인 재닛 앨런 Fed 의장은 5월 소비자물가가 오른 것을 ‘통계잡음’으로 보고 애써 그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통계 잡음이란 일종의 ‘아웃라이어’로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파악해 무시해 버리는 경우가 보통이다.
 

5월 물가상승률 목표치 초과
하지만 Fed의 울트라 통화정책의 부작용을 우려해온 마틴 펠데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를 비롯한 미국 학자들의 견해는 다르다. 5월 소비자물가가 상승한 것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견해로 앞으로 계속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설령 통계잡음이라 하더라도 ‘선제성(preemptive)’을 생명으로 하는 통화정책의 특성상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반박한다.

미국의 통계방식은 전분기 혹은 전월비가 기본원칙이다. 이 원칙은 기준이 되는 분기와 월의 수준에 따라 증감률이 달리 나오는 ‘기저 효과(base effect)’로 경제현상을 과대 혹은 축소 해석하는 착시현상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전미경제연구소(NBER) 등은 분기 지표는 2분기 연속, 월별 지표는 3개월 이동 평균치로 경제를 해석할 것을 권고해 왔다.

6월 이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어떻게 나올지가 더 관심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물가 목표치를 웃도는 현상이 지속되면 ‘인플레이션 논쟁’은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물가 목표치를 벗어난 것을 계기로 조기금리인상 금리결정에 참여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6월 FOMC에 참석했던 FOMC 위원 16명 중 10명이 내년 3월에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1분기 ‘완만한 수준’전망
시장에서도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빠르게 반영되는 모습이다. 향후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겨냥한 스마트 머니는 보유 국채를 내다파는 과정에서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2.4%대에서 2.6%대까지 단숨에 올랐다.

최근 인플레이션 논쟁의 핵심인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물가 목표치를 상회한 것이 단순한 ‘통계잡음’인가는 정책금리를 결정하는 방식과 깊은 연관이 있다. 밀턴 프리드만과 같은 통화론자들은 특정국이 기준금리를 변경할 때 준칙(monetary rule)에 의할 것을 주장해 왔다. 이 준칙대로라면 금리는 올려야 한다.

하지만 재닛 앨런은 ‘통화준칙’보다 ‘최적통제준칙(optimal control rule)’이 더 적합하다고 오래전부터 주장했다. 최적통제준칙이란 Fed의 양대 목표(물가안정과 고용창출)로부터의 편차를 최소화하는 정책금리 경로를 산출해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방식을 말한다. 특히 고용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면 물가가 일시적으로 목표치를 벗어나는 것, 즉 통계잡음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앨런이 ‘최적통제준칙’에 따라 통화정책을 운용할 경우 ‘제로’ 금리를 바탕으로 한 울트라 금융완화 정책을 가능한 장기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참여자들은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 내년 1분기에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그 폭은 완만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다우존스지수 17000포인트 시대가 열린 미국 증시가 어렵더라도 당분간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이유다. 우리로서는 가시권에 들어온 미국 금리인상에 대비해야 한다.

- 한상춘(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한국경제TV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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