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없이 자녀를 경쟁시키지 마라
중소기업을 운영중인 김 회장은 아들이 둘이나 회사에 들어와서 일을 하고 있어 자녀가 승계를 원치 않아 고민하는 주변의 경영자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렇다고 김 회장의 승계문제가 다 해결 된 것은 아니다. 그 또한 주위에 말 못할 고민이 있다. 두 아들이 회사에서 일하기 전에는 사이가 좋아서 같이 일해도 문제가 없겠거니 생각했는데, 회사에서 함께 일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매사에 의견충돌이 생기고 갈등의 골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며느리들까지 점점 사이가 나빠져 최근에는 명절이나 집안 대소사조차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잘 참석을 하지 않는다는 것. 김 회장은 자신이 죽으면 회사도 가족관계도 엉망이 될 것 같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애 좋은 형제들이 왜 함께 일을 하면서 이렇게 갈등이 심하게 된 것일까?

전문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문제의 핵심은 바로 김 회장에게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자녀들이 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한 초기부터 누구든 능력이 있는 자녀가 회사를 맡게 될 것이라고 얘기하며 경쟁을 부추겼다. 그러다 보니 자녀들은 서로 협력보다는 경쟁심이 앞섰고, 둘 간의 경쟁심은 며느리들에게까지 이어진 것이다.
 

모호한 승계기준이 ‘가족분란’
자녀가 한 명이든 여러 명이든, 승계문제는 항상 있다. 자녀마다 재능이나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고, 기업에 대한 기대나 관심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경영자들이 이 문제를 애매하게 다룬다. 김 회장처럼 누구든 능력 있는 사람이 결국 회사를 맡게 될 것이라고 얘기하거나, 어떤 기준이나 원칙도 세워두지 않은 채 자녀들을 경영에 참여시켜 경쟁을 유발하는 것이다. 그리고서 자녀들의 갈등이 심하면 신세를 한탄한다. 착각하지 마시라. 승계를 둘러싼 자녀 갈등은 대부분 자녀들의 욕심 때문이 아니라, 부모의 후계자 선정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생긴다.

부모의 의중을 모르고 후계자 선발기준에 대한 정보도 없으니, 자신의 진가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막연한 불안이나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한국의 많은 후계자들이 이러한 경쟁구도에 놓여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후계자 선정이 경쟁의 장이 돼서는 안 된다. 최고를 뽑는다는 미명 하에 원칙 없는 경쟁으로 자녀들을 밀어 넣었다가는 자칫 가족과 회사 모두를 망가뜨릴 수 있음을 명심하라. 후계자 선정의 핵심은 이기거나 지는 것이 아니라 최종 후계자가 되지 못한 자녀도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후계자 선정시 실력 우선해야
무엇보다 실력이 우선돼야 한다. 자녀의 성별이나 출생순서는 부차적인 문제다. 후계자의 능력은 경영자뿐 아니라 경영에 참여하는 다른 가족과 직원들의 신뢰를 얻는 데도 필수적이다. 후계자가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사업에 참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통합하거나 후계자로서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따라서 부적격한 후계자가 조직 내에서 권한을 확대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후계자 선정은 반드시 분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 후계자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경영자는 스스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사업에 관한 의사결정 능력이 있는가? 임직원과의 관계 관리 능력이 있는가? 사업을 발전시키고 기업의 명성을 지킬 능력이 있는가? 리더십이 있는가? 회사에 헌신할 자세가 돼 있는가? 대인관계 관리 능력이 있는가?
 

승계는 공정성이 전제돼야
명확한 기준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장자 우선주의 때문에 성별이나 출생순서로 후계자를 선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장남이 아닌 다른 자녀가 승계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이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자녀들은 대개 후계자 선정 기준이 무엇인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선정되는지 모르기 때문에 부모 눈치만 살피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람은 누구나 근본적으로 권력욕을 갖고 있는데, 불확실한 상황이 오래 지속되다 보면 경영권을 놓고 형제 또는 부자간 갈등이 생기게 된다. 후계자 선정 문제는 감정적이거나 개인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문제인 만큼 최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승계위원회를 구성해 가족, 이사회, 경영진 등이 함께 의견을 모아야 한다. 즉 위원회에서 승계진행 일정 등을 정하고 후계자 선정 기준에 합의하는 것이다. 경영자들은 후계자로 선택 받지 못한 자녀가 상처받고 배신감을 느낄까 봐 걱정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공정한 기준으로 후계자를 선정한다면 그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 : 김선화(한국가족기업연구소장 / 「100년 기업을 위한 승계전략」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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