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삼성전자 2분기 ‘어닝 쇼크'

 

삼성쇼크였다. 지난 8일 삼성전자는 2014년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2분기 매출액은 52조원이었다. 1분기보다 3.13%가 줄었다. 2013년 2분기와 비교하면 9.5%나 감소했다. 2012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매출보다 쇼크였던 건 영업이익이었다. 
삼성전자의 2014년 2분기 영업이익은 7조2000억원이었다. 1분기보다 15.19%나 감소했다. 2013년 2분기와 비교하면 24.45%나 줄었다. 4분의 1이나 날아간 셈이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8조원대 아래로 내려간 건 역시 2012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지금 우리는 스마트폰 시장의 바닥으로 향하는 질주를 벌이고 있다. 이번 차례는 삼성이다.” 지난 10일 북미 최대 IT 온라인 매체인 ‘테크크런치’는 삼성전자의 어닝쇼크에 대해 이렇게 품평했다.
삼성전자의 질주가 영원하지 않을 거란 사실은 모두가 알고는 있었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걸 알고 있어도 죽음은 늘 충격적이다. 마찬가지였다. 알고는 있었다지만 막상 끝이 시작되자 시장이 받은 충격은 만만치가 않았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8일 하루 동안에만 1.07%가 하락했다. 향후 주가 전망도 밝지가 않다.
IBK투자증권은 “스마트폰 이후 삼성전자의 히든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삼성전자는 부랴부랴 3분기에는 실적이 호전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지만 곧이듣는 투자자들은 많지 않았다.

모두가 예상했고 우려했던 끝이 마침내 시작됐다. 그래서 중요한 건 끝이 아니다. 끝이 새로운 시작이냐가 중요하다. 미국의 투자전문회사 ‘모틀리 풀’은 이렇게 표현했다. “삼성전자도 마침내 애플 모멘트에 당도했다.”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한 건 애플이었다. 아이폰으로 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스마트폰 시장을 성숙시킨 건 삼성이었다. 구글과 손잡고 갤럭시를 통해 스마트폰을 대중화시켰다. 선발주자였던 애플이 당연히 먼저 시장의 변곡점에 도달했다. ‘모틀리 풀’이 언급한 애플 모멘트다. 문제는 애플 모멘트는 끝일 뿐 새로운 시작이 되질 못했다. 성장세가 한 풀 꺾였지만 새로운 혁신성을 보여주진 못했다.

사실 애플은 애플 모멘트를 거치는 과정에서 운명적인 리더쉽 변화를 겪어야 했다. iCEO라고 불렸던 스티브 잡스의 사망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 보여줬던 끊임없는 혁신성의 근원이었다. 애플은 2000년대 초반 아이팟으로 휴대용 MP3 플레이어 시장을 재편했다.

이때도 애플은 애플 모멘트에 맞닥뜨렸다. 아이팟 시장의 성장세엔 한계가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 모멘트를 극복했다. 아이팟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아이폰을 통해 휴대폰 시장으로 전선을 넓혔다.
애플이 아이팟의 애플 모멘트를 돌파할 수 있었던 건 스티브  잡스의 전략적 비전 덕분이었다. 여기에 잡스가 기술자 집단과 함께 1990년대부터 준비해온 iOS라는 전술이 있었다. 애플이 첫 번째 애플 모멘트를 극복할 수 있었던 건 개인의 전략적 비전과 집단의 전술적 실행력이 스티브 잡스라는 리더십을 통해 실현됐기 때문이었다. 그런 애플조차 두 번째 애플 모멘트는 돌파하지 못했다. 스티브 잡스의 부재 탓이었다. 리더십과 전략과 전술의 공백이 생겼다.

지금 삼성전자도 그때의 애플처럼 운명적인 조직 변화를 겪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지금 병석에 누워있다. 삼성 모멘트와 애플 모멘트는 닮은 구석이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수년 전부터 포스트 스마트폰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전략을 준비해왔다. 사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론 이미 예측 가능한 거의 모든 미래 전략이 마련돼 있다. 문제는 결단의 리더쉽이다. 애플은 잡스의 부재를 극복하지 못했다. 삼성전자에게도 똑같은 과제가 주어졌다.

결국 시장의 이목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 이후 팀 쿡이라는 안주형 CEO를 선택한 탓에 예전의 속도감과 혁신성을 잃었다. 혁신가에서 관리자로 불연속적인 경영권 승계가 이뤄졌던 셈이다. 잡스 사후 애플 주주들이 애플한테 혁신성보단 수익성을 강조한 탓이 크다. 혁신은 실패를 무릅쓸 수 있는 한 사람의 혁신가와 비전을 뒷받침하는 집단적 기술력에 의해 성취되기 마련이다. 잡스의 카리스마가 사라진 애플은 평범한 주주 자본주의 회사로 퇴행했다.

애플에 비하면 삼성전자는 혁신성을 연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지배 구조를 갖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에겐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세습 받은 권능이 있다. 문제는 이재용 부회장이 어떤 혁신적인 전략과 전술을 준비해뒀는지를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시장 일각에선 2분기 실적 악화가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삼성의 엄살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건 거꾸로 이재용 부회장이 앞으로 시장을 놀라게 할 전략과 전술을 보여줄 거란 기대가 섞인 해석이다. 2분기 어닝 쇼크가 진짜 쇼크였던 건 끝은 이미 시작됐는데 시작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아서였다. 삼성 모멘트의 끝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달렸다.  

-글 : 신기주(에스콰이어 피처 에디터/ 「사라진 실패」 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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