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일 경기도 김포 로컬푸드공동판매장을 방문해 근로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중소기업뉴스=이권진 기자]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힘찬 닻을 올렸다. 중소기업계는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청와대 신임 경제수석을 투톱으로 하는 새 경제팀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무엇보다 세월호 사고 이후 내수부진 등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새 경제팀이 경제 활성화의 불씨를 되살려 줄 것을 열망하는 분위기다. 이에 중소기업뉴스가 최근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이 처한 어려운 환경과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한다. 새 경제팀에 바라는 중소기업계의 다급한 ‘SOS 신호’다.  <편집자주>

내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중소기업들이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이 내수시장 의존도가 높아 국내 시장침체가 재무제표상의 매출 감소와 자금난으로 바로 나타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기업의 생존을 위한 시장 확대 대안이 시급한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 경제팀의 핵심과제로 내수 활성화를 포함한 경제활력 제고방안을 주문했다.

지난 6월30일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경제 대도약을 다시 국정중심에 놓고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면서 “새 경제팀이 출범하면 우리 경제의 일부 부진을 씻어내고 시장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정책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 여건은 녹록지 않다. 지난 10일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0%에서 0.2% 후퇴한 3.8%로 하향 조정했다. 하반기 들어 한국경제가 활기를 더 잃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소비 및 투자심리 위축 장기화, 원화가치 변동성 확대 가능성 등 경기 전반에 수많은 리스크가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내수시장 소비심리 ‘꽁꽁’ 얼어
이러한 내수부진의 리스크는 유독 중소기업계에 큰 악재로 다가서고 있다. 중소기업 가운데 내수중심의 기업은 이번 위기를 극복할 만한 맷집이 취약해 마치 살얼음 위를 걸어가는 심정으로 기업경영을 유지하는 형국이다. 경제전문가들도 “내수부진의 악재로 대기업이 가벼운 감기에 걸린다면, 중소기업계는 전체는 심한 독감을 앓고 내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드러누워 아예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까지 악화될 수도 있다”고 진단한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가 매달 발표하는 경기전망지수에서도 최근의 업계 상황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 반짝 회복세를 보이던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가 세월호 사고로 인해 석 달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심리 위축이 식료품, 의류, 인쇄 등 내수업종 부진으로 이어진 게 치명타였다.
최근 중기중앙회가 전국 중소제조업체 1376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기전망조사결과, 7월 중소기업 업황전망건강도지수(SBHI)는 87.4로 전월(91.5)보다 4.1포인트 하락했다. SBHI는 지난 2월 86.3을 시작으로 3월 93.1, 4월 96.6으로 상승해왔다. 하지만 5월 96.3으로 하락세로 접어들더니 6월과 7월 각각 91.5와 87.4를 기록하며 큰 폭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지역 중소기업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 열악한 형편이다. 중기중앙회 경남지역본부가 최근 도내 98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 7월에도 체감경기가 떨어지고 있고 최대 경영애로로 여전히 내수부진을 지적했다. 특히 이 지역 중소기업들이 최대 경영 애로로 26개월 연속 ‘내수부진’을 꼽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부분이다.

대구 지역에 있는 한 인쇄업종의 중소기업 대표는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는 내수시장에서 경쟁하는 수많은 영세 중소기업의 목을 조이고 있는 무서운 덫 같다”며 “여기에 자금조달의 어려움, 인건비 상승 등이 가중되면서 내수기업들은 생존의 두 갈림길에 서 있는 최악의 상황까지 왔다”고 하소연했다.
 
소상공인단체 “특단의 조치 내놔야”
“음식점을 창업한 사람보다 폐업한 사람이 많아 올해 들어 처음으로 회원수가 하락했습니다. 서민경제와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합니다.” 민상헌 한국외식업중앙회 서울시협의회장이 최근 다른 소상공인 단체장들과의 공동기자회견장에서 한 말이다. 내수부진의 직격탄으로 소상공인 및 전통시장 대표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울부짖고 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공동회장은 “지금의 경제위기에서는 국회와 정부, 대기업이 앞장서서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한 선도적인 역할을 해 줘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중기중앙회가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세월호 사건 이전보다 시장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응답한 소상공인이 88%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의 반짝 특수도 얼어붙은 소비시장을 녹이지 못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월드컵으로 매출 회복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식당이 92%에 달했다. 시장의 활력을 회생시킬 강력한 충격요법이 필요하단 뜻이다. 결국 정부가 해결방안을 들고 나와 풀뿌리 내수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어야 한다는 게 소상공인단체들의 요청이다.

소상공인단체들이 정부와 기업에 요구하는 소비촉진운동을 살펴보면 동참하기 손쉬운 부분이 주를 이룬다. 소비촉진운동으로 △근로자의 휴가사용 촉진 및 국내에서 휴가보내기 △회의·회식·워크숍·체육행사·전시회 등 각종행사의 정상개최 △온누리상품권·관광상품권의 구매확대 △명절선물 시 우리 공산품 및 농산물 보내기 △하반기 구매예정 물품·기자재의 조기구매 △협력업체 대금지급 시 현금결제 확대 등을 적극 펼쳐나가고 있는 중이다. 새 경제팀에서도 반드시 체크하고 넘어갈 정책과제임에 틀림없다.

중기중앙회, 내수활성화에 팔걷어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경제팀의 컨트롤타워를 두루 만나며 내수활성화 방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개최된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김 회장은 안종범 경제수석을 비롯해 윤두현 홍보수석,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연달아 만나며 업계의 현실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김 회장은 “세월호 사고로 인한 경기침체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내수활성화를 통한 경기 부양에 청와대와 정부가 힘써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중소기업계도 국내여행 장려 등 내수활성화를 위해 앞장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 역시 소상공인단체들이 펼치고 있는 소비촉진운동에 팔을 걷어붙이고 적극 동참하고 있다. 소비촉진운동에 해당하는 각각의 항목들을 하나하나 추진하고 있다.

새 경제팀, 中企살리기 ‘집중’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새 경제팀의 정책 의지 또한 내수 살리기에 집중돼 있어 중소기업계가 거는 희망도 부풀고 있다. 최 부총리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재정·통화·신용정책 등 거시적인 폴리시믹스를 통해 내수 활성화와 기업투자 활성화 등을 포괄하는 정책을 이른 시일 내에 국민에게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출항을 알린 ‘최경환호’가 내수 살리기와 관련해 어떤 후속 대책을 발표할지 중소기업계가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일단 중소기업계는 최 부총리가 인사청문회에서 강조한 중소기업 육성 정책에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최 부총리는 환율 정책과 관련해 “무역금융 등을 확대·공급해서 중소기업들이 환율 때문에 피해 보지 않도록 관리 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환율이 떨어지면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에 떠넘기는 사례들이 과거에 있었다”며 “지금은 동반성장위원회에서 감시하기 때문에 없을 것으로 알지만 대기업들이 환율로 인한 부담을 중소기업에 떠넘기지 않도록 지도 감독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 부총리는 “가계소득을 늘리고 소비심리에 온기를 불어넣는 정책패키지를 만들어 나가는 한편, 안전·서비스·중소기업 중심의 투자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내수활성화 정책과 함께 중소기업 투자확대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린다면, 최근 열악한 시장 환경을 돌파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도 중소기업계는 새 경제팀이 풀어야 할 숙제로 가업승계 증여세 한도 확대와 개성공단 국제화를 지적한다. 중소기업의 사전 승계 활성화를 위해 증여세 특례 한도를 현행 3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

증여세 과세특례제도가 도입된 2008년부터 특례 한도가 불과 30억원으로 한정돼 있어 정작 가업승계시 실효성이 크게 없다는 문제가 줄기차게 제기돼 왔다. 또한 올해 출범 10년을 맞은 개성공단이 남북한의 정치적 리스크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라도 공단내 외국기업을 적극 유치할 수 있게 국제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게 업계가 새 경제팀에 바라는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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