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 )

2014 브라질월드컵은 독일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독일이 우승한 요인의 하나는 뢰브 감독의 장기간에 걸친 독일축구 개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2004년 코치로 합류한 뒤 2006년 감독을 맡아 새로운 선수를 발탁하고 키워 빠르고 공격적인 축구팀을 만들었다. 독일의 우승은 준비된 결과였다.

한국의 초라한 성적은 예견된 것이었는데도 국민의 실망이 왜 그렇게 컸는가. 예선 조 편성이 됐을 때 벨기에는 벅찬 상대로 치부하고 러시아에는 최소한 비기고 알제리를 제물로 삼아 16강에 들겠다고 했다. 누가 짠 각본인지 언론에서 그렇게 떠들었고 국민들은 그렇게 믿었다. 제물로 삼겠다던 알제리는 우리가 몰랐을 뿐 실제로 강한 팀이었다.

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을 유임시켰다가 여론이 나쁘게 돌아가자 그의 사퇴를 받아드렸다. 자진사퇴인지 알 수 없지만 사실상 옷을 벗긴 것이나 다름없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네덜란드에 대패하자 한 경기를 남겨둔 상태에서 차범근 감독을 월드컵 현지에서 옷을 벗긴 적이 있다. 잘못된 결과에 책임을 묻을 수 있지만 어떤 책임을 물은 것인가. 감독 갈아치우는 일이야 쉽다. 축구계는 한국축구의 장기목표는 무엇이며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한다.

축구도 경제도 제대로 된 처방 필요
경제도 축구경기와 다를 바 없다. 철저한 준비 없이 이기기만 바라는 건 씨 뿌리지 않고 열매 거두려는 것과 같다. 남보다 더 많이 더 빨리 뛰어야 살아남는다. 경제는 수렁에 빠져 있는데 그동안 정부는 어떤 정책을 내놓았는가.

박근혜 정부는 집권 2년차인 올해 들어서서야 경제혁신3개년계획을 발표하는 등 경제에 힘을 쏟는가했는데 세월호 참사에 덮여버렸다. 6·4지방선거는 경제를 뒷전으로 밀쳐내고 정치만 부각시켰다. 2기 내각은 출범도 전에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을 거치면서 상처를 입었다.
 
미국의 양적완화정책이나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불황탈출을 위한 극단적인 처방이었다. 한국은 경제 살리기에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지금의 경기침체를 벗어나려면 통상적인 정책으로는 약효가 없다. 7·30재보선이 열기를 뿜고 있지만 솔직히 말해 선거에 이긴다고, 국회의석의 과반수를 확보한다고 무엇이 달라지며 경제가 살아나는가.

걸림돌은 과감히 치워라
정부와 여당은 경제 살리기에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한다. 규제완화를 위한 청와대 끝장토론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가 여전하다는 건 무엇을 말하는가. 공공기관 개혁은 왜 서둘지 않는가. 놀고 있는 산업단지의 공장 부지를 기업에 무상으로 임대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 일자리 만드는 기업투자에 파격적인 지원방안을 내놓으라. 경제와 기업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건 무엇이든 과감하게 걷어라.

우리는 지금 단기적으로 경기를 살려야하고 중장기적으로 성장 동력을 확충해야하는 엄중한 상황에 있다. 세계 곳곳에서 경쟁상대와 싸워야하고 이겨야한다. 지구촌 무한 경쟁시대는 사방이 지뢰밭이나 다름없다. 그런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의 생존전략을 짜고 돌파구를 찾아야한다.

한국경제를 지탱해온 대기업들마저 흔들리고 있는데 중소기업이야 오죽하겠는가. 기업을 살리겠다는 말은 언제나 무성했다. 그러나 말뿐 경제는 정치판의 기 싸움에서 언제나 뒷전으로 밀렸고 기업은 속죄양이었다. 경제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걸 보라.

경제 살리는 일은 말만으로 또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실현가능한 불황탈출 처방부터 내놓고 기초체력을 다져 더 빨리 더 많이 쉼 없이 뛸 수 있는 경제체질을 만들어야한다. 그게 정권의 역사적 책무다.

-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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