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같이 살자’외치더니 생떼같은 무용론으로 ‘뒤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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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같이 살자’외치더니 생떼같은 무용론으로 ‘뒤통수’
  • 이권진 기자
  • 호수 1986
  • 승인 2014.07.21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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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합업종 짓밟는 대기업] 동반성장 훼손하는 대기업

[중소기업뉴스=이권진 기자]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합의를 두고 일부 대기업이 왜곡과 허위 주장을 펼치며 국민과 정부를 속이고 있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의 분노가 극에 치닫고 있다.

특히 대기업 단체들이 적합업종 재합의를 신청한 77개 품목 가운데 65%에 달하는 50개 품목을 해제 신청하면서 사실상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의지가 전혀 없다는 점을 스스로 시인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에 중소기업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은 대기업의 상생 협력과 자율합의가 ‘위선과 가식’이 아니었는가 하는 의구심과 실망감이 크게 증폭되는 분위기다.

이런 대기업의 왜곡된 행보는 최근 들어 더 극심해지고 치밀해지는 모양새다. 언론매체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대기업들은 각종 보도에서 적합업종의 무용론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더욱이 지난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가 도입 취지와는 달리 중소기업의 성장성·수익성에 도움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쟁력 확보에 악영향을 준다는 내용의 용역 보고서를 느닷없이 발표해 중소기업계의 울분을 사기도 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이는 시행 3년차에 접어든 적합업종의 재합의 시점에서 대기업이 이 제도를 아예 없애거나 축소하려는 계획적인 움직임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의 대표적인 성과이자 모델인 적합업종의 뿌리를 흔들어 뽑으려는 만행이란 게 중소기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대책위서 대기업 행태 ‘성토’
지난 16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는 상기된 표정의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단체 대표들이 모여 ‘제2차 중소기업 적합업종 대책위원회’ 회의를 가졌다. 지난 4월 출범한 대책위원회는 최선윤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장과 이재광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고 중소기업 대표·학계·연구계·전문가 등 40명으로 구성돼 있다.

적합업종 재합의 과정에서 드러난 중소기업계의 위기의식에 공감한 대책위 위원들은 ‘대기업 적합업종 해제신청에 대한 중소기업계의 입장’이란 제목의 성명서를 최종 채택해 발표했다. 아울러 적합업종제도를 시행하는 동반성장위원회의 유장희 위원장에게 이를 전달해 중소기업계의 절박한 목소리를 알렸다.

이날 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최선윤 공동위원장은 “중소기업 적합성을 따져 지난 2011년에 도입된 적합업종제도에 대해 대기업은 근거 없는 사실 왜곡을 해 온 것도 모자라, 무려 50여개 품목에 대해 해제 신청한 것은 그간 대기업이 주장해온 기업윤리, 동반성장이 허구임이 명백히 드러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광 공동위원장도 “경제주체간 사회적 갈등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대·중소기업간 자율적 합의를 기본으로 한 적합업종 제도에 대한 최근 대기업 행태는 과연 자율합의를 통한 대기업과의 동반성장은 가능한 것인가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어 말했다.

김성진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변호사)도 최근 적합업종을 둘러싼 대기업의 행보를 비판했다. 그는 “대기업의 계속되는 왜곡에 더 이상 선의에 기댈 수 없는 만큼, 적합업종 법제화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고, 대기업에서 주장하는 FTA, 통상마찰 주장도 있을지도 모르는 법적 분쟁의 가능성을 과장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역설했다.


해제신청 과정 석연치 않아
특히 이번 적합업종 대책위원회에서는 △대기업의 성실한 재합의 참여 △동반위의 추진주체로서 책임 있는 추진노력 △해제신청 대기업 및 관련단체의 신청적격 여부 검토·공개 △시민·사회단체 등과 연대 등을 골자로 한 성명서를 채택해 업계의 큰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성명서에서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재합의 신청자격 요건과 동일하게, 품목해제를 신청한 대기업과 관련 단체의 업종 대표성 여부를 면밀히 조사·검토해 그 결과를 공개하고 조정협의체 참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는 최근 적합업종 재합의 품목 가운데 햄버거를 제외한 김, 면류, 두부, 장류 등 식품분야 25개 품목을 전부 해제신청한 한국식품산업협회(회장 박인구)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번 대책위원회에 참석한 한 협동조합 이사장은 “식품산업협회는 CJ, 롯데 등 대기업은 물론 스타벅스, 맥도날드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포진해 있다”며 “전체 회원사 128개 기업 가운데 중소기업이 50개 정도인데 이런 단체가 적합업종을 해제해 달라고 신청했다는 건 결국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입김이 주도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성명서에서는 “적합업종이 대·중소기업간 성숙한 사회규범이자, 건전한 기업문화로 정착하기 위해 법제화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아울러 시민·사회단체 등과 적극 연대해 나갈 것”이라고 구체적인 행동 방안도 제시했다.


대기업에 무게추 쏠린 개선안
중소기업계는 동반위가 지난 6월 발표한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개선방안’과 ‘적합업종 재합의 가이드라인’의 대부분이 전경련에서 주장해 온 의견이 대폭 반영돼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적합업종의 신규지정이나 재지정과 관련된 기준을 대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재합의 기간을 판단하는 명확한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1~3년이라는 차등기간을 제시하고 있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전경련을 비롯한 일부 대기업은 적합업종 재합의를 앞두고 이 제도를 ‘나쁜 규제’라는 식으로 여론을 환기시키면서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에 편승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엄연히 적합업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자율적 합의를 전제로 탄생한 ‘착한 규제’임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취지를 변질시켜 왔다는 얘기다.

일부 언론에서도 적합업종의 진실을 외면한 채 대기업 편들기를 한 부분도 지적된다. 대기업 진입 금지에 따른 산업 경쟁력의 약화, 글로벌 기업의 과실 점유 등의 부작용을 제기하며 적합업종 지정의 실효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대기업이 떠난 자리를 중소기업이 아닌 자본·기술력을 갖춘 외국계 기업이 들어와 살판이 났다는 비판도 했다.

하지만 이는 현장의 실태를 왜곡하고 근거 없는 소문으로 진실을 곡해하는 내용이었다는 것이 지난해부터 동반위를 비롯해 중기중앙회가 명백히 밝히고 있는 부분이다. 대기업 쪽에서 문제 제기한 두부, LED, 재생타이어, 외식업계 등에서 적합업종의 순기능이 압도적이었음에도 부정적 여론몰이에 크게 조명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한편 동반위는 이달 말부터 중소기업이 재지정을 신청한 77개 품목을 대상으로 실태조사 등의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간다. 동반위는 실무위원회 차원에서 적합업종에서 해제할 품목이 있는지 심의·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나 홀로 성장’을 외치는 일부 대기업과 관련 단체의 무차별 공격을 받는 적합업종제도가 자율합의를 통해 동반성장이라는 공로(公路)로 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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