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기원전 2070년경 중국에 하(夏) 왕조가 세워졌다. 초대 왕은 우(禹)왕이다. 황하의 범람을 막는 치수사업으로 왕위에 오르게 됐다. 범람을 막아 백성의 삶이 안정됐다. 물을 활용하면서 문명이 시작됐다. 치수사업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왕조가 출범할 때 단골로 등장한다.

치수사업에 경제효과가 숨어 있다. 물을 막고, 댐을 쌓는 일을 사람이 했다. 지금이야 4대강 사업처럼 포크레인 몇 대가 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근로자에게 당연히 인건비가 지급된다. 풀린 돈은 바로 시장으로 이동한다. 치수사업을 통해 통화공급을 늘리고, 경기가 살아나는 방식이다. 그리고 왕조는 차츰 안정을 찾아간다.

시대가 바뀌었다. 치수사업은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변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경부고속도로, 주택 200만호 건설, 영종도 신공항, KTX, IT·벤처 육성, 혁신도시, 4대강 사업 등이다. 대통령마다 굵직한 국책사업을 하나씩은 했다. 이유야 어찌 됐던, 평가야 어찌 됐던 국책사업은 경제정책의 하나로 통화공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경환 부총리가 이끄는 경제팀이 출범했다.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웠다. 재정정책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그 규모가 40조원이 넘는다. 규모로만 본다면 국책사업보다 크다. 추진력 또한 대단하다. 벌써 세제개편까지 마련했다. 20여일 남짓 됐지만, 시장은 긍정적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새 경제팀 시장반응 긍정적
이번 정부는 정부 출범 초기 대규모 국책사업이 없었다. 창조경제는 국책사업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지 못한 이유가 있었을 거다. 일단 우리 경제를 어느 정도 낙관하지 않았나 싶다. 저성장에 대한 경고는 이미 오래됐다. 소비 침체는 세월호 사고 이전부터 심각했다. 소득불균형은 말할 것도 없다.

결국, 최경환 부총리는 이러한 사안을 꿰뚫어 봤다. 그나마 다행이다. 그리고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고 있다. 성장 목표를 기업과 수출에서 가계와 내수로 바꿨다. 기대할 만한 정책방향이다.

문제는 소득주도 성장의 달성 방식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자산가치 상승을 전략적으로 택했다.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은 벌써 활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자산가치를 보유한 사람은 소수다. 소수 부유층의 자산가치가 상승하면, 흐름과 순환을 통해 밑으로 전달된다. 중산층이 미래소득을 담보로 아파트를 살 수 있다. 덕분에 치솟던 전셋값은 잡힐 것이다.

가계소득보다 임금소득 증대를
아파트 가격이 지속해서 오르지 않으면, 오히려 미래소득이 부족할 확률이 높다. 당장 부동산가격 거품이 생길 우려가 있다. 거품조차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경제의 펀더멘털이 그리 두텁지 않기 때문이다. 치수사업에 비할 바 아니지만, 정책의 전달경로가 너무 복잡하고 좁다.

조선 말 흥선대원군은 경복궁 재건을 추진했다. 이유는 여타 치수사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국고는 넉넉지 않았다. 그래서 원납전이라는 강제기부금을 걷었다. 부동산세인 결두전도 신설했다. 주로 양반이나 부유층이 대상이었다. 그래도 비용은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당백전이라는 새로운 통화를 발행했다. 당시 통용화폐였던 상평통보보다 명목가치가 100배에 달했다. 그러나 실제가치는 5~6배에 지나지 않았다. 엄청난 물가상승이 뒤따랐다. 백성들의 생활은 더욱 궁핍해졌다.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은 가계소득보다 임금소득이다. 임금소득이 가계소득의 기초다. 세제개편 일부에 임금소득을 위한 제도도 갖췄다. 그러나 더 적극적이고, 강해야 한다. 임금소득은 경영주와 근로자의 대립각이 숨어 있다.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러나 언젠가는 풀어야 할 문제다.

50년 전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반대가 심했다. 그러나 경부고속도로는 경제성장의 동맥 구실을 훌륭히 수행했다. 단기부양도 필요하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의 새 틀도 마련해야 한다. 경부고속도로처럼 말이다.

- 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