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봉현(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는 뜻으로, 세상이 몰라볼 정도로 바뀌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지난달 말에 중소기업중앙회가 주최한 ‘2014년 백두포럼’에 다녀왔다. 중국의 동북 3성 지역을 수차례 방문했지만, 이번 백두포럼에서의 동북아 협력 정책토론회와 북중 접경지역 현장 시찰은 의미가 매우 컸다. 북한·중국·러시아 접경 지역에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실감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고 있는 역동의 현장을 보면서 이제 동북아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환경 변화의 파고가 거세게 요동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견제 정책을 추구하면서 경제 발전을 위해 동북아 개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극동지역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가스관 및 시베리아횡단철도 연결, 환동해 경제 영토 확장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동북 3성 새로운 경제 중심지 발돋움
중국은 ‘창지투 개발(창춘-지린-투먼) 전략’을 통해 동북 3성을 새로운 경제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2020년까지 2020억위안(458조원)이란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창지투 개발의 성공은 동해로 나가는 출로를 뚫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북한 나선을 거쳐 동해로의 출구를 열기 위해 경제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나진항은 동해로 나가는 첫 관문인 것이다.

훈춘에서 나진항까지 53km 도로는 깔끔하게 포장돼 고속화 도로가 됐다. 조만간 나선으로 들어가는 새로운 대교와 고속도로가 건설될 예정이고, 철도 보수도 이뤄진다고 한다. 나진항 1호 부두는 보수가 진행 중이고 4호 부두 신설 공사도 한창이다. 중국이 동해로 나서게 되면 동북아 물류 및 경제관계에서 주도권 쟁탈전이 치열해질 뿐만 아니라 정치 군사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의 동북 3성과 러시아 극동 지역 개발의 성공은 남북한의 협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남북과 중국 동북 3성 개발,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을 연계한 3각 협력의 가치는 매우 높다.

남한의 자본·기술과 북한의 양질 노동력, 중국 및 러시아의 토지를 결합해 중국 동북 3성과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 붐에 함께 편승해야 한다. 제조업, 건설, 농업, TCR-TKR-TSR 연결, 동북아 통합물류망 구축, 석유·가스관 북한 경유, 잉여전력의 대북 공급, 북한 인력 공급 등 남북한-중국-러시아 다자간 협력 프로젝트가 지정학적·지경학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해 질 것이다.

中企, 중·러와 동반진출 전략짜야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남북한은 새로운 시대적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이후 경제개혁과 특구 개발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한국경제도 저성장에 따른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북 및 동북아 협력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단순히 남북경협을 복원하는 차원이 아니라 남과 북이 손을 잡고 거대한 중국 동북 3성과 러시아 극동지역 진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반도의 수십배에 이르는 광활한 영토에다 세계적인 자원 및 에너지의 보고(寶庫)와 산업 및 물류의 중심지로 부각되고 있는 북방 지역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한국은 더 이상 섬나라가 아니라 대륙과 북방·환동해를 연결하는 거점이자 중심의 지위를 가질 수 있다. 동북아 경제의 상황변화에 맞게 우리의 새로운 대북전략과 경제협력 플랜이 시급하다. 통일을 준비하고 경제대박을 가져오기 위해 우리의 대북 경제적 영향력을 높여가되 투자의 경제성과 안전성을 확보해 나가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중국 동북 3성 및 북한 접경지역 개발 과정에 우리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자금 확보 및 사업추진상의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중국 및 러시아 등과의 협력을 통해 동반 진출하는 것이 유리하다.
다자간 국제협력을 통해 우리 중소기업이 북중, 북러 접경지대의 인프라 개발과 물류사업, 제2 개성공단을 비롯한 산업단지 조성에 참여할 경우 남북한 상호 신뢰가 구축되고 안정적인 경제협력의 기반을 조성할 수 있으며, 동북아 경제협력 활성화를 통한 평화체제 구축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조봉현(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