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호(경북대학교 명예교수·산학연구원 이사장)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2015년 초부터 시행될 예정이라, 그 준비절차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이의 실시를 유예하자는 산업계의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유예론의 근거는 이 제도가 국제사회가 합의를 통해 도출한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라는 점이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고 있는 중국과 미국, 일본마저도 국가 단위의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세계의 1.8%밖에 배출하지 않고 있는 한국이 산업경쟁력의 약화를 감수하면서 선도국가가 되겠다는 발상은 넌센스라는 지적이다. 이밖에 환경부가 내놓은 배출권 할당치가 최근의 업계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어 기업들의 과징금 추가부담이 수십조원에 이른다는 불만이다.
결국 성급한 온실가스 감축규제는 국내 생산물량의 해외 이전과 국내 사업장의 생산제약, 물가상승. 기업매출 저하, 일자리 감소 등의 악순환을 불러와 경제발전에 독이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러한  산업계의 주장에 대해 정부 측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은 피해갈 수 없는 국제적 합의의 산물이며, 우리 경제가 마땅히 가야 할 길이라고 산업계를 설득하고 있다.

산업계 유예론과 정부 강행론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규모에선 세계 7위, 배출량 증가속도에선 세계 1위에 올라 있다. 에너지 다소비의 산업구조와, 탄소 집약도가 높은 경제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것은 국가적 과제라는 것이다.
배출권 거래제의 시행은 저탄소 경제사회로의 전환, 저탄소 에너지의 확대를 위한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이 어차피 세계적으로 피할 수 없는 추세라고 한다면 이를 선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빨리 확보하고, 사업분야를 선점하는 효과를 노려보자는 입장이다.
한편 산업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 5월 말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계획’을 발표한 이후에도 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할당량과 과징금의 수준을 조정하는 수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서 이 제도의 장단점을 장황하게 소개할 필요는 없다. 다만 세계에서 가장 허약한 에너지 조달구조를 가진 우리나라가 그간 소비의 효율화, 공급의 다변화, 신기술의 개발 노력이 매우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中企도 에너지 진단 받아야
1990년 대비 2010년의 OECD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이 7%였는데 비해, 우리는 무려 128%였다는 사실이 이를 웅변으로 말해 주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 과소비의 경제 체질과 구조를 혁파하지 않고서는 선진사회에로의 진입이 어렵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60%이상을 차지하는 산업계가 온실가스 감축의 선봉에 서야함은 당연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직접 감축, 배출권의 거래, 외부저감 실적 사용 및 배출권 차입 등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단수 혹은 복수의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녹색기술의 개발이 촉진되고, 에너지의 효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며, 신재생에너지의 사용을 유도함으로써 산업구조가 저탄소 기조로 전환될 것이다.
배출권 거래제의 도입은 단기적으로는 큰 고통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호기인 것이다. 이 제도의 직접 대상이 아닌 중소기업에서도 이 기회에 정부지원(비용의 70%)을 받아 에너지 진단을 받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한 노후 보일러의 교체, 고효율 LED 교체, 폐열 회수시설 등 에너지 절약형 시설투자와 공정개선에 열정을 보여야 될 줄 안다. 이러한 사업들은 관련 대기업과 연계해 실시한다면 서로의 이익이 증대되며, 그 성과도 높아질 것이 틀림없다.

-글 : 최용호(경북대학교 명예교수·산학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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