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애틀 ‘올림픽 조각공원’ 전경.

시애틀만의 여유‘올림픽 조각공원’
서서히 속도를 늦추며 착륙하는 하늘에서 내려다 본 시애틀. 쪽빛과 짙푸른 녹색의 두 방점이 어우러지며 시원스레 다가온다. 점점이 길게 누운 섬, 바둑판처럼 잘 정돈된 길과 건물들이 숲속에 숨어있는 형국이다. 시애틀은 커피의 도시라는 명성과 함께 온통 녹색인 ‘숲의 도시’로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 중 한 곳으로 꼽히는 항구도시다.
워터 프로트 지역에 올림픽 조각공원이 있다. 이 공원의 보석은 엘리어트 만으로 동서로 5km나 길게 뻗어나간 천혜의 트레킹 코스를 품고 있다.
공원 입구, 스페인의 세계적인 조각가 하우메 플렌사의 작품인 ‘에코(Echo)’가 첫눈에 들어 온다. 흰 대리석 가루로 성형한 순백의 거대하고 긴 얼굴의 여인상이다. 분수대의 솟구치는 물을 온종일 흠뻑 맞고 서 있는 ‘아버지와 아들’의 조각상도, 돌을 자연스럽게 다듬은 벤치도, 모두 주변의 경관들과 잘 어우러지며 반갑게 맞는다.
해변가로 길게 이어지는 공원에는 바닷물이 발밑까지 찰랑이는 조깅코스와 자전거 길로 나눠지는 데, 해변 쪽으로는 장미, 찔레넝쿨이 군락을 이루고 바위틈엔 나팔꽃, 민들레 등 야생화가 바깥쪽엔 포플러, 아름드리 소나무 숲, 잔디밭, 작은 수목 등이 조화를 이루며 뻗어 있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실려 온 온갖 꽃들에서 퍼지는 향내는 산책 내내 상큼함을 더 한다. 도란도란 얘기하며 산책하는 노부부, 유모차를 밀며 어린 자녀들과 함께하는 젊은 부부들, 바다를 향한 벤치에 앉아 석양으로 물드는 구름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어있는 이들 등 해질녘 가족과 함께하는 여유로움이 부럽다.
이 공원은 시민에 의해 조성되고 시민에 의해 계속 가꿔지고 있다고 한다. 한 초등학교 학생과 선생님이 식수한 팻말을 비롯해 시애틀 개항 100주년 기념공원, 머틀 에드워즈 공원 등 구간구간 조성한 흔적들이 정성스럽다.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이 공원의 해변가 펜스에는 공원 조성에 참여한 기부자 수천명의 이름을 알루미늄판에 새겨 놓고 이들의 고마움을 기억한다. 자연과 인공의 조화로 탄생한 공원이 도심 지근거리에 있다는 것이 시애틀 시민에겐 축복이며 이방인에게는 한없는 부러움으로 다가왔다.

-글 : 임충규(중소기업중앙회 중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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