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의 ‘원맨경영’땐 성공적 대물림 없다
내년이면 창업 30주년을 맞는 한 중소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지난 10년간 고속성장을 하며 직원이 300명 가까이로 늘어났다. 그런데 최근 2년 동안 성장세가 정체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창업주인 김 회장을 만나보니 그는 임직원들에게 불만이 많았다. 그의 두 아들이 회사에 들어와 승계를 준비하고 있지만, 그들을 포함한 모든 간부와 직원들은 자신의 지시가 있어야만 움직인다는 것이다.
임직원들이 창의성도 떨어지고 열정도 없어 보인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런데 임직원들은 오히려 회사의 의사결정구조나 조직구조에 불만이 많다. 간부들의 주요 불만은 회장이 자신들에게 어떠한 권한도 부여하지 않고 책임만 추궁한다는 것이고, 직원들은 자신의 상사나 관리자들이 무책임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간부들이 책임질 만한 결정은 알아서 하라며 회피하거나 미룬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 기업의 문화는 회장이 지시하는 것만 잘하면 된다는 보신주의가 팽배해 있다. 외부의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어 전 임직원이 마음을 모아 한 방향으로 치열하게 매진해도 어려운 상황에 직원들의 마음이 모두 각각이고 회장 또한 직원들을 불신하고 있으니 앞으로 회사가 더 어려워 질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것은 직원들이 아니라 바로 창업자인 김회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회장은 직원들에게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지 않고 사소한 일까지 본인이 직접 지시하고 의사결정을 한다. 뿐만 아니라 급여인상이나 승진 등 인사관련 사안도 공정한 평가방법이 없이 김회장의 개인적 판단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니 모든 임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가 단지 김 회장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70~80년대에 창업해 승계를 앞두고 있거나 진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상황이 비슷하다. 거의 대부분의 기업들이 창업초기부터 경영자가 선두에 서서 모든 일을 지시하고 명령을 해왔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창업주의 원맨경영이 기업문화로 굳어져 버린 것이다. 하지만 기업이 일정규모 이상으로 성장을 하면 더 이상 원맨체제로는 사업승계를 할 수 없다.

'권한 없이 책임만' 보신주의 팽패

'잘못은 내탓' 경영체질 잘 다져야

만약 임직원들에게 업무를 위임하고 교육해 신뢰할 수 있는 인재로 키우지 못한다면, 자신의 대에서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할 지도 모른다.
한 기업은 창업한 후 확장기, 성장기, 성숙기를 거쳐 쇠퇴기를 맞는 것이 일반적인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이다. 기업의 평균수명을 약 30년 정도로 본다. 그런데 승계를 준비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업력이 20~30년이 돼 성숙기에 도달해 있다. 성숙기에서 쇠퇴기에 이르는 기업들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첫째, 수익이 정체되거나 감소돼 유동성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고, 둘째, 기업 내부적으로 변화에 대한 저항이 강하다. 그리고 김 회장과 같이 원맨경영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결국 우유부단한 태도와 행동기피로 기업을 매도하거나 붕괴로 이어지는 것이다.
반면, 재도약하는 기업의 특징은 전문적 관리시스템이 구축돼 강하지만 유연한 기업문화가 구축돼 있다는 것이다. 전문적인 관리시스템이란 오너 중심의 비체계적인 업무 관행을 체계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회사의 비전과 미션을 토대로 전략적인 계획과 목표를 수립하고, CEO에 의한 원맨경영조직을 개선해서 업무분산 경영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공정한 평가를 기반으로 한 인사와 보상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결국 사장의 지시와 명령으로 사원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사원이 창의적으로 연구하고, 지혜를 짜도록 창업자 세대가 앞장서서 내부적인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승계시기와 맞물린 기업의 성숙기를 어떻게 하느냐가 기업 재도약의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쇠퇴기를 맞고 문을 닫게 될 수도 있는 중요한 시기이다.
결국 성공적인 승계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후계자 교육뿐만이 아니라 창업자가 직접 후계자에게 위험을 떠넘기지 않는 경영 체질을 만들어야 한다.

- 글 : 김선화(한국가족기업연구소장 / 「100년 기업을 위한 승계전략」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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