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오사카 구로몬시장의 한 딸기 가게는 이쑤시개를 꽂은 것처럼 딸기 꼭지를 길게 만들어 진열하고 있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산지 느낌이 더 난다고 말한다

발길 잡아끄는  ‘오사카의 부엌’
‘오사카의 부엌’이라 불리는 구로몬 시장을 찾았다. 한 과일 가게 앞을 지나는데 노란 소쿠리에 빨간 딸기들이 담겨 있고,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얼핏 보니 제법 알이 굵은 딸기에 긴 이쑤시개가 꽂혀 있었다. 궁금한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건 이쑤시개가 아니라 딸기 꼭지였다. 딸기의 꼭지를 5cm 정도로 길게 잘라서, 구매자가 원하는 딸기를 용량별 팩에 직접 담아서 가져가도록 해놓은 것이다.
꼭지를 길게 자른 이유를 물었더니 그 가게 주인은 이렇게 답했다. “봄이 와도 봄을 즐길 수 없는 도시인들에게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봄을 선물해 주고 싶었어요.”

그 마음 덕분에 이 가게에 온 사람들의 마음도 한순간 딸기 밭으로 향하지 않았을까. 이렇듯 딸기 꼭지를 남들보다 조금 더 길게 자르는 것으로 그는 고객의 마음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대박 매출을 기록할 창조적 아이디어는 멀리 있지 않다.
고객의 굳어진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들고 싶다면 그를 기쁘게 할 방법을 찾으면 된다. 나의 관점이 아니라 나의 물건을 선택하는 고객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시장 통로를 걷다가 다시 한 번 놀랐다. 시장 바닥이 대리석으로 되어 있지 않은가. 폭 4m 정도의 넓은 동선을 확보하고 대리석을 깐 이유는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주로 이용하는 일본 고객들의 쇼핑 패턴에 맞춘 것이라고 했다. 덕분에 주변의 할인점이나 백화점보다 오히려 뛰어난 접근성을 갖게 되었다.

시장 상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바닥에 대리석을 깔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자전거를 끌고 나오는 손님들의 시각에서 살펴보면 대리석 바닥이 더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1820년대 처음 문을 연 이래 구로몬 시장이 지금까지 명성을 이어 올 수 있었던 것도 내가 아니라 철저히 그의 마음이 됐기 때문이 아닐까.

시장의 상점들은 모든 상품을 깨끗하게 소포장해 판매하고 있었으며 정찰제를 고수하고 있었다. 오랜 시장의 역사답게 가게마다 200명에서 많게는 2000명까지 단골 리스트를 갖고 있으며, 할인점보다 나은 배달 서비스로 단골 고객 중 절반 이상이 대를 이어 시장을 찾고 있다고 했다. 이렇듯 고객이 쉽게 찾아와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다면, 또 품질 좋은 상품이 준비되어 있다면 전통시장이 살아남지 못할 이유는 없다.

- 글 : 이랑주 한국VMD협동조합 이사장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