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과학 아닌 정치적 논쟁
경제학은 과학이 아니다. 물리학이나 화학처럼 경제학도 ‘과학’이라고 믿는 신념은 어디서 생긴 것일까? 경제학이 물리학이나 화학 같은 의미의 과학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제문제에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경제학자들은 경제학이 인생,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관한 궁극적 질문을 다루는 학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들이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졌고, 그들은 지금까지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

<장하준의 경제학강의>(부키, 2014년 7월 刊)는 우리가 경제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경제학 입문에 초대한다. 잘 알다시피 장하준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 경제학자다.

그는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2003년 경제학에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뮈르달 상을, 2005년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경제학자에게 주는 레온티예프 상을 수상했고 2014년에는 영국의 정치 평론지 프로스펙트(PROSPECT)가 선정한 ‘올해의 사상가 50인’ 중 9위에 오르기도 했다.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 그의 저작들은 36개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장하준의 경제학강의>는 우선 쉽다. 경제원론 책들에 등장하는 복잡한 수식이나 그래프 같은 것들도 없다.

이 책은 ‘귀찮게 뭘…? 경제학은 왜 알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저자가 스스로 “내용은 쉽고 말투는 순하지만 내 책 중 가장 래디컬하다”고 자평하는 책이다.
지난 300여 년 동안 자본주의 하에서 진행된 경제학의 역사, 노동과 금융 등의 개별 이슈에 대한 설명을 쉽고 재미있게 펼쳐나간다. 1776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출간된 시대의 자본주의와 현대의 자본주의는 닮은 점이 거의 없다.

자본주의는 지난 2세기 반 동안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기업들의 규모가 커지면서 노동자들도 달라졌고, 시장도 달라졌으며, 돈과 금융 시스템 또한 엄청나게 달라졌다. 마르크스학파는 자본주의는 경제 발달의 막강한 동력이지만, 사유 재산이 더 이상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면서 저절로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마르크스학파가 예견한 것보다 훨씬 자기 수정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판명됐다.|

경제학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생산량 측정법은 국내총생산, 즉 GDP이다. GDP는 생산량의 합이지만, 소득의 합으로도 볼 수 있다. 임금, 이윤, 대출 이자, 간접세 등의 합을 국내총소득, 즉 GDI라고 부른다. 국민총소득, 즉 GNI는 그 나라 시민권자의 소득을 모두 합한 결과이다.
하지만 경제학에서 어떤 개념을 정의하고 측정하는 것은 물리학이나 화학에서 하는 정의와 측정 작업처럼 객관적일 수 없다.

 경제학자들은 ‘과학자인 척’하는 걸 좋아하지만 경제학이 과학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분자나 물체와 달리 인간은 자유 의지를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경제학은 정치적 논쟁이다. 과학이 아니고, 앞으로도 과학이 될 수 없다. “망치를 쥔 사람은 모든 것을 못으로 본다.”라는 말이 있다. 따라서 경제학적 논쟁을 대할 때 다음과 같은 오래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누가 이득을 보는가?” 앞으로 경제학이 가치 판단을 배제한 과학적 분석을 제공한다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는 절대 믿어서는 안 된다. 

- 글 : 이채윤·삽화 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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