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봉현(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북한이 최근 강석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의 유럽 순방과 이수용 외무상의 유엔총회 참석 등 적극적인 외교전에 나서고 있다. 북한의 목적은 명확하다.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탈피, 외자유치를 이끌어내 북한 경제 회생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 몽골, 유럽 자본을 끌어들여 개발하고자 하는 중심지 가운데 하나가 바로 나진·선봉경제특구이다.

북한이 구상하고 있는 나선경제특구 종합개발 계획만큼은 거창하다. 나선 국제관광을 시작으로 점차 경제특구 건설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대대적으로 건설하며, 5~10년에 걸쳐 동북아 최대 핵심공업특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전력은 1차적으로 중국 훈춘에서 끌어가고, 그 다음에는 나진항 인근에 화력발전소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유조선 전용부두와 석유정제공장, 제철소 건설도 포함돼 있다. 나선경제특구 개발에 필요한 외자 유치를 위해‘황금의 삼각주은행’을 중심으로 한 국제금융단지도 조성하고 있다.
 

나진항 50년 사용권 확보한 중국
나선경제특구 개발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국가는 중국이다. 최근 들어 북-중간 정치적 관계가 다소 서먹해 졌지만, 나선경제특구 개발만큼은 활발한 편이다. 창지투(창춘-지린-투먼) 개발의 성공은 태평양으로 나아가는 출구를 확보하는 것이다.

나진항까지 가는 53㎞ 도로는 새롭게 포장돼 고속도로 수준으로 탈바꿈했다. 나진항에 물류창구도 건설하고 1호 부두 개보수도 진행했다. 부두 선석 공사를 마무리 하고 화물 크레인 5대를 투입해 무역항으로서의 기능이 가능토록 바꾸고 있다. 향후에는 훈춘~원정리~나진항 고속도로와 권하~나진항 철도 신설도 계획하고 있다.

중국이 나선경제특구 개발에 본격 뛰어들자 러시아가 긴장하면서 최근 북-러 경제관계가 급진전되고 있다. 러시아의 아시아로의 동진정책과 맞물려서 복합적으로 진척되고 있다. 푸틴 3기 정부 출범 이후 러시아의 극동지역 개발 증진을 위해 북-러 경제협력에 대한 과감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러시아가 북한의 채무 중 90%를 탕감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하면서 북한 나선경제특구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6월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북한과 러시아간 제6차 경제협력회의에서는 북한 나진항에 러시아 해군의 보조함대가 주둔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러시아와 북한이 공동으로 개보수 공사를 추진해온 북한 나진항 3호 부두 화물터미널도 지난 7월에 공식 개통됐다.

러시아·몽골 등 타국 예의 주시해야
북한 나선경제특구를 중심으로 동북아 경제권에서의 대변혁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우리는 팔짱을 낀 채 남의 집 불구경하듯 수수방관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나선경제특구 개발 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중국, 러시아, 몽골, 일본 등의 나선경제특구 진출 움직임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나선경제특구를 북방진출의 교두보와 대륙으로 뻗어 나가는 관문으로 만들어나가는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우선적으로 포스코, 현대상선, 코레일이  추진하고 있는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실질적인 성과가 나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적정한 시점에 우리 중소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 남북경제협력에서 동반성장 모델을 만드는 것도 매우 의미가 있다. 하루 빨리 나진항 2호 부두 사용권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1호 부두는 중국이, 3호 부두는 러시아가 이미 독점권을 확보한 상태이다. 우리가 나진항 2호 부두를 확보하지 못하면 물류망을 뚫어도 결국 중국과 러시아의 힘에 휘둘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달군 쇠가 단단해 지는 것처럼, 지금의 남북 경협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반도 경제의 희망을 찾는 노력을 기울이자. 오늘날 남과 북의 최대 화두는 경제 활성화이다. 그러기 위해선 남북 경제협력이 불가피하다.

서로의 명분과 실리를 갖는 해법을 찾아 ‘말’보다 ‘행동’을 보여줄 때다. 남북을 뛰어 넘어 남북중, 남북러 경제협력 분야에서 통일뉴딜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나선경제특구에서 그 해답 찾는 지혜를 발휘해 통일경제로 가는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지기를 기대해 본다.

조봉현(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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