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래시장의 생존전략]‘살 의지’ 있어야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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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재래시장의 생존전략]‘살 의지’ 있어야 살 수 있다
  • 양옥석
  • 호수 0
  • 승인 2003.10.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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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재래시장의 생선가게를 머릿속에 한번 그려보자.
검은 장화에 고무장갑을 낀 50대 여주인, 진열대 위에 어지럽게 널려있는 생선, 천장에 붙은 파리 끈끈이, 생선 비늘로 범벅된 도마와 비린내 나는 식칼….
이런 가게에서 파는 물건들이 과연 ‘신선한지’, ‘믿고 먹어도 되는지’ 소비자들은 의아해 할 수밖에 없다. ‘차라리 조금 비싸더라도 백화점(할인점)에서 사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결국 우리나라 재래시장이 살아남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할 것은 ‘청결운동’이다. 비록 점포가 작고 낡았더라도 깔끔한 진열대에 신선한 물건들이 보기좋게 놓여있다면 고객은 그곳을 주목하기 마련이다. 마치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장사에서도 그대로 통하는 것이다.
청결한 점포를 만들기 위해 일본의 재래시장에서 많이 활용하는 ‘후미(後尾)작업장’을 벤치마킹해 볼 필요가 있다.
후미작업장이란 말 그대로 점포의 뒷편에 작업장을 따로 두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일본점포에서는 후미작업장에서 모든 지저분한 작업을 하고 점포 앞 진열대는 오로지 전시공간으로 활용한다.

정가제 실시 앞당겨야
국내 재래시장의 또 한가지 특징은 소위 ‘물건 값 깎기’ 즉, 에누리식 가격흥정이다.
어떤 이들은 ‘흥정 없이 무슨 재미로 재래시장을 가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가격흥정’은 결국 소비자들의 불신을 초래, 정작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때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게 한다.
지난 8월 일본을 방문한 재래시장 관계자들이 가장 부러워한 것 중 하나가 ‘정찰제’다.
일본의 재래시장내 점포들은 상당수 백화점에도 물건을 납품한다. 그러나 이들은 재래시장의 ‘상품가격’이나 백화점 진열대에 붙은 ‘가격’이나 동일하다. 이러다 보니 일본 소비자들은 백화점을 가느니 가까운 재래시장을 찾는다.
유의준 우림시장조합이사장은 “일본의 재래시장들은 가격정찰제가 오래전에 시행돼 현재 정착단계에 들어가 있다”면서 “에누리식 가격흥정으로 마진율이 불안정한 우리나라 재래시장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특색있는 현대화 추진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상당수 재래시장들이 현대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재래시장 현대화의 특징은 한마디로 천편일률(千篇一律)적이란 점이다.
아케이드 설치의 예를 들어보자.
재래시장을 리모델링할 때 누군가가 아케이드를 설치한다고 하면 너도나도 ‘아케이드’다. 모양이나 방식도 똑같다. 시장이나 지역적 특색은 무시되기 일쑤다.
‘아케이드’란 비나 눈이 올 때를 대비, 시장내 점포와 점포들 사이에 난 통로를 천막 등으로 씌운 것을 말한다.
국내 모 지방시장은 최근 아케이드를 설치하면서 오히려 손님이 크게 줄었다. 아케이드 지붕이 개폐(開閉)가 안돼 한여름이면 시장 내부가 불가마(?)로 변하기 때문이다.
또 한때 국내에서는 주상복합형태의 시장 재개발이 붐을 이뤘다. 백화점을 흉내낸 이 방식은 완전 실패작이었다. 겉모양은 그럴듯 했지만 상품의 구색이나 질, 서비스에 있어 실제 백화점을 따라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도산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건물중 상당수는 유령상가로 변했다.
제주시 김성남 계장은 “외국인이 한 국가를 방문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백화점이나 할인점이 아닌 지역적 특색을 갖춘 재래시장이나 상점가”라면서 “바로 이런 점에 착안, 재래시장을 특색있게 현대화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재래시장들은 각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역할을 담당한다. 재래시장들은 보통 1년에 많게는 6번, 적게는 2번 정도의 지역축제를 개최한다. 축제를 통해 지역사회를 하나로 묶고 관광객들을 유치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재래시장 다운 ‘맛’ 내라
재래시장은 ‘대형할인점’에 비해 열등한가? 이 질문은 경우에 따라 마치 ‘바지가 치마 보다 열등한가?’하는 물음처럼 어리석게 들릴 수도 있다.
재래시장 나름대로의 장점을 살린다면 얼마든지 할인점과 차별화된 ‘새로운 고객’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재래시장들의 경우 재래시장의 최대강점인 신선도 높은 상품들(채소, 생선, 과일 등) 위주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다. 무엇보다 시장마다 협동조합이라는 공공법인을 조직하고 이를 통해 상인들의 힘을 집결시키고 있다. 조합이 나서 공동 구매를 활성화하고 직접 농수산물 경매에도 참여한다. 이러다보니 가격 경쟁력에서도 할인점에 비해 크게 뒤질 것이 없다.

상인 교육 시급하다
국내 재래시장도 이젠 변해야 한다. 특히 상인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약도 ‘살 의지가 없는 사람’에겐 무효(無效)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시장상인들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 ‘시간이 곧 돈’ 인 상인들에게 교육하는 일이 쉽진 않겠지만 국내외 성공사례를 찾는 등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의 재래시장 지원도 ‘따로 정책’이 아닌 지자체와 밀접하게 연계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장상인과 가장 많이 접촉하고 또한 시장을 가장 잘아는 곳이 바로 지자체이기 때문이다.
지자체 담당공무원을 재래시장 전문가로 육성하고 이들에게 다양한 재량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소기업지원부 윤위상과장은 “재래시장을 리모델링하더라도 재래시장특별법, 건축·소방 관련법, 조례 등 수많은 법을 거쳐야 하는데 이를 면밀히 분석,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돼야 한다”면서 “현재와 같이 2∼3년에 한번씩 바뀌는 담당공무원들의 순환보직 형태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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