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강물 위에 떠있는 꽃시장. 매일 아침 전체 상가가 일괄적으로 물청소를 하는 등 유난스런 청결관리가 150년 전통이 비결이라고 상인들은 말한다.

향기 그윽한 “물 위의 꽃밭”
암스테르담 여행의 출발지라고 할 수 있는 담 광장에서 고개를 살짝만 돌려도 노란 표지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갈림길에 이를 때마다 이 표지판은 친절하게 꽃시장 가는 길을 알려줘 쉽게 꽃시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시장이 물 위에 떠 있었다. 상점 뒷부분이 투명 유리와 투명 비닐로 만들어져 있어 강 너머에서도 매장 안 꽃들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회색빛 운하와 그 주변으로 이어지는 중세 건축물 그리고 아름다운 꽃들의 조화는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줬다.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오래된 운하인 싱겔 운하를 따라서 1862년부터 장사를 시작했다고 하니, 150년이나 된 시장이다. 매일 아침 꽃을 실은 배들이 각지에서 운하를 타고 이곳으로 온다. 다리를 건너 꽃시장 입구에 도착하니 다양한 꽃과 식물, 각종 씨앗, 정원 용품과 아기자기한 소품을 파는 가게들이 마치 한집처럼 연결돼 있었다.

놀라운 것은 살아 있는 꽃을 파는 매장인데도 바닥에 물기가 전혀 없이 깔끔했다. 한국의 꽃시장을 가보면 꽃바구니를 만드느라 바닥에 떨어져 나간 꽃대와 축축한 물기 때문에 걸어 다니기가 힘들 정도다. 또 화분 밑으로 물이 새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종이박스, 골판지 같은 것들이 늘 바닥에 깔려 있다. 그러나 암스테르담 꽃시장에서 화분을 파는 곳 어디에도 바닥에 흙이 묻어 있는 곳이 한군데도 없었다.

한 상점에 들어가 청결함을 유지할 수 있는 비법을 물었다. 상인은 시장이 야외 노점의 형태라고 해서 불편하거나 불결해서는 안 된다며, 매일 아침 손님들이 오기 전에 전체 상인들이 일괄적으로 물청소를 한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 중에 ‘150년 전통도 손님이 와야 유지될 수 있는 것’이라는 말이 인상깊었다. 그래서 상가 전체를 규격화하고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게 만든 것이다.

우리는 아주 특별한 날에만 꽃을 사거나 선물하지만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꽃은 생활의 일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당이 있는 집은 여러 가지 꽃과 나무를 가꾸고, 마당이 없는 집은 화분으로 대신한다. 시내를 돌아다니며 만난 많은 건물들은 창틀마다 꽃 화분들이 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걸 보며 자신이 정성들여 가꾼 꽃이 누군가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해 하는 네덜란드 사람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꽃을 사랑하고 가꾸는 마음은 자신이 아닌 타인을 향해 있다. 우리나라 양재동 꽃시장보다 훨씬 규모는 작지만, 암스테르담 꽃시장은 작아서 아름다운 시장이 어떤 곳인지 알게 해주었다.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향기로운 곳, 작아서 더 소중한 시장이다.

-글 : 이랑주 한국VMD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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