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뉴스=손혜정 기자] 전국 120여만명 임차상인의 권리금 33조원 가량이 법으로 보호된다. 모든 임차인이 건물주가 바껴도 5년간 계약기간을 보장받고, 상가 주인이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점점 쇠락해가는 구도심 상권을 ‘특화 거리’로 새단장하기 위한 ‘상권 관리제’도 신설된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장년층 고용안정 및 자영업자 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장년층의 고용 안정화를 통해 자영업 진입을 최소화하고 자영업자들을 지원해 가계소득을 높이고 소비를 촉진한다는 취지다.

연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
이번 대책은 자영업자들의 핵심 애로인 상가권리금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이 마련돼 기대를 받고 있다. 수년간 공들여 장사해 단골손님을 만들어 놓고 건물주가 갑자기 나가라고 요구해 권리금도 챙기지 못하고 쫓겨나는 일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상가 권리금에 대한 임차인 권리를 대폭 강화했다. 권리금 개념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명시해 임차인을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기초를 마련하기로 했다.

보증금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임차인에 대해 건물주가 변경된 경우에도 5년간 계약기간이 보장된다. 기존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 환산보증금 4억원 이하만 5년 계약기간을 보장해 4억원이 넘는 상가가 대부분인 서울 강남이나 홍대 등 주요 상권은 보호를 받지 못했다. 환산보증금은 보증금과 월차임 중에 월차임을 환산 계산법으로 산출한 보증금으로 보증금+월세×100으로 계산된다. 정부는 이에 따라 218만명에 달하는 모든 자영업자가 보호를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권리금 분쟁을 줄이기 위해 ‘표준계약서’를 보급하고, 만약 분쟁이 발생해도 적은 비용으로 신속히 조정과 합의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상가건물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를 17개 시도별로 1개씩 설치하기로 했다.

임대인에게는 임차인이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협력 의무가 부과된다. 이를 위반하면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연내에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임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기 위해 협력 의무 기한을 임대차 종료 후 2개월, 임대차 종료 3개월 전에 갱신 거절을 통지한 경우 임대차 종료시 등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구도심을 ‘특화거리’로 새단장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창업, 성장, 퇴로 등 생애주기 단계별로 지원한다.
창업단계에서는 교육·인턴·체험·자금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5개 소상공인사관학교 신설, 유망업종 중심의 교육·자금 지원 등으로 창업 성공률을 높이기로 했다.

성장단계에서는 5000억원을 투입해 평균 21.6%에 달하는 제2금융권 고금리 대출을 7%의 저금리 정책자금으로 전환해주고 미용업에 포함된 메이크업을 분리·신설 하는 등 총 20건의 업종별 손톱 밑 가시 규제를 완화한다.

우리 경제의 풀뿌리 역할을 하는 소상공인과 골목 상권을 활성화하는 ‘상권 관리법’도 신설이 추진된다.
구도심에 입주한 소상공인과 토지 소유주 등이 합의해 ‘상권관리기구’를 구성, 상권 개발 계획을 세우면 지자체는 이를 검토해 ‘상권관리구역’ 지정을 승인한다. 정부는 예산과 세제 지원, 전문 인력 투입 등으로 상권 활성화를 돕는다.

퇴로단계에서는 자영업자가 임금근로자로 재취업할 경우 폐업-취업-정착 단계에 맞춰 컨설팅·취업장려금·채무조정을 제공하는 ‘희망리턴 패키지’를 도입하는 등 자영업자의 유망업종 전환과 재취업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30%에 육박하는 자영업 비중을 10%대로 낮춘다는 목표다. 실제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은 전체 취업자의 27.4%에 달해 OECD 평균인 15.8%의 두배에 달한다.

중기청 관계자는 “특화된 지식이나 기술을 갖고 있는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교육과 자금 지원을 집중해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려는 취지”라며 “자영업자 비율을 강제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점진적으로 18∼19%로 낮추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임금피크제 지원금 한도 1080만원까지
장년층에 좋은 일자리를 확대해 자영업 진입을 최소화 하는 방안도 함께 진행된다.
우선 일정기간 고용보험에 가입한 만 50세 이상인 근로자가 중장년 일자리센터를 통해 생애 전반에 걸쳐 경력을 설계할 기회를 제공 받는 ‘장년 나침반 프로젝트(가칭)’ 사업이 추진되고 50세부터 직장경력과 훈련 이력, 자격증, 학력 등 개인별 생애경력 정보가 담긴 온라인 생애경력 카드를 만들어 퇴직 후 재취업 때 맞춤형 취업알선에 활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현재의 주된 일자리에서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도 강화한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기업에 대한 연간 지원금 한도를 1인당 840만원에서 1080만원으로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대·중소기업 인재교류 프로그램도 새로 도입한다. 경험과 기술을 갖춘 대기업 근로자가 중소기업에 근무하면서 경영·기술을 전수하고 나서 대기업으로 복직하는 방식이다. 교류 전 임금 수준의 40% 이상을 대기업이 부담하면 정부가 중소기업이 부담하는 임금의 일정 부분을 2년간 지원한다.

자영업자에 대한 고객 접근성을 막는 주차난 해소를 위해 주거지, 구도심 등에 공영주차장을 만들 때 국비를 지원하고 주차빌딩과 주택의 복합 건축을 허용해 주차빌딩 건축을 활성화한다. 전통시장의 주차장 지원은 올해 477억원에서 내년 891억원으로 확대한다.

공영주차장 요금도 현행 30분 이내 1000원을 5분 이내 무료, 5∼10분 200원, 25∼30분 1000원 등 5분 단위로 세분화하고 무료 주차장의 유료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준비된 창업을 통해 자영업자의 경쟁력을 향상하되 구조조정이 필요한 분야에선 업종 전환이나 재취업을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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