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동길(숭실대 명예교수)

45억 아시아인의 축제, 아시안게임이 끝났다. 끝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선수들은 또 다른 도전을 계속하며 경쟁에 부딪힌다.

기업은 스포츠보다 훨씬 심한 경쟁을 치르고 사활을 건 승부를 펼친다. 한 때 잘 나가던 기업도 사라지고 이름도 없던 기업이 화려하게 등장한다. 그게 기업의 생태계다. 기업은 스스로 강해져야 살아남는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은 정부와 정치권의 몫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정치권은 복지증진을 외치며 기업의 역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고 기업의 생태계를 파괴시킨다. 기업 생태계에 순풍만 불 때는 없다. 하지만 지금 국내기업은 진짜 위기상황이다.

세계경제는 여전히 먹구름이고 한국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경제도 성장세가 흔들린다. 중국시장에서 한국제품이 밀려나고 중국의 값싼 제품과 소재부품산업이 한국을 오히려 공략한다. 중국산 저가 스마트폰이 돌풍을 몰고 오는 것은 하나의 작은 예다.

한국경제 ‘사면초가’

일본은 1990년대 구조조정을 뒤로한 채 재정확대정책을 쓰면서 불황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 결과는 ‘잃어버린 20년’이었다. 최경환 경제팀의 과제는 불황탈출과 경제 자생력 높이기다. 우선 급하니 재정확대정책을 쓸 수밖에 없다는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비효율의 상징인 공공부문의 개혁이나 노동시장의 왜곡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노력 없이 재정확대정책에만 의존하면 재정적자 누적과 경제의 자생력 잠식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한국경제는 일본을 닮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미 한국은 세계최저 출산율에다 고령화시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일 할 사람은 모자라고 복지대상은 늘어간다. 정치권은 무상급식, 무상보육, 기초연금 등 경쟁적으로 복지공약을 내놓고 복지예산을 늘릴 때는 큰소리 쳤지만 세금 문제만 나오면 딴죽이다. 증세 없는 복지가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가.

열쇠는 기업의 기(氣) 살리기에 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돼 기업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창업하겠다는, 꿈을 찾아 중소기업에 가서 성공하겠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기업가정신을 북돋을 때다. 기업하겠다는, 기업으로 성공하겠다는 그런 기운이 지배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급할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자

기업가정신은 대기업 최고경영자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기업규모나 업종에 관계없이 경쟁상황을 분석하고 전략을 세우고 차별화를 시도해서 성공하겠다고 도전하는 정신, 그게 기업가정신이다.

적당히 먹고살기 위해 가게를 연다는 생각으로 자영업을 시작하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한국의 자영업 비율은 28%에 이른다. 미국(7%), 일본(12%)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 수많은 자영업이 생겨나고 거의 대부분이 문을 닫는 건 제대로 된 전략이 없기 때문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2014년 기업가정신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가정신은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생계형 창업비중이 63%로 인도(66%)에 이어 2위, 기회 추구형 창업비중은 21%로 최하위였다. 카카오톡,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은 독특한 아이디어를 사업화 한 기회 추구형 창업이었다. 이러한 기회 추구형 창업이 많아져야 미래가 열린다.

우리의 젊은이들에 기업가정신을 불어넣자. 급한데 한가한 소릴 한다고 하지마라. 어려울수록 돌아가고 기본을 다져야한다. 도전은 힘들고 위험하지만 도전하지 않는 것이 더 위험하다. 우물쭈물하며 적당히 안주할 길은 없다. 

-글 : 류동길(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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