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단순함’에 목맨 까닭은 …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지도 10월5일로 벌써 만 3년이 됐다. 잡스 없는 애플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잡스의 DNA가 애플에 그대로 이식돼서인지애플은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 애플은 가장 창조적인 기업으로 거듭나면서 IT산업의 지형도를 바꿔 놓으며 3년째 주가총액 세계 1위의 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친듯이 심플>(원제:Insanely Simple, 문학동네, 2014년 4월 刊)은 17년간 애플의 광고와 마케팅을 이끌었던 켄 시걸(Ken Segall)이 쓴 책이다. 저자 켄 시걸은 잡스의 마케팅 전략가이자 애플의 새로운 심벌이 된 ‘i’의 창안자였다. 그는 아이맥(iMac)이란 제품명을 고안해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아이(i) 시리즈의 기반을 마련하면서 잡스를 도와 애플신화를 만들어낸 최고의 조력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잡스와 일하는 동안 기억할 만한 일이 생기거나 중요한 결정이 내려졌을 때마다 그 내용을 기록해뒀다가 이 책을 집필하던 중 잡스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잡스의 추종자인 저자는 잡스가 없는 세상은 생각조차하기 싫었다.

저자가 지켜본 잡스는 애플의 모든 것에 지독하리만치 단순함을 적용하려 했고 그것을 경영 원칙으로 삼았다. 저자는 이러한 잡스의 경영 원칙을 ‘심플 스틱(Simple Stick)’이라 명명하고, 복잡한 형식과 절차에 매몰된 기업들이 심플 스틱을 거머쥘 수 있도록 안내한다. 심플 스틱은 애플 내부의 핵심가치(core value)를 상징한다. 애플은 ‘단순함’의 힘을 거의 종교처럼 신봉한다.

잡스는 1997년 애플에 복귀했을 때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 rent)’는 화두를 던지며 애플의 부활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단순함은 애플을 설립한 초창기부터 회사의 추진력이었다. 잡스는 매킨토시를 두고 “미친듯이 엄청납니다(insanely great)”라고 했다. 사람들이 이 기술적 대사건을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긴 줄을 서게 된 건 일종의 광기였다. 그가 11년의 유배 생활을 정리하고 애플로 돌아왔을 때 이 광기도 부활했고 사람들은 다시 줄을 서기 시작했다. 복귀한 잡스는 가장 먼저 컴퓨터(아이맥)에 다시 불을 붙였고, 그러고 나서 음악(아이팟과 아이툰스)과 스마트폰(아이폰)을 혁신했으며, 그리고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는 컴퓨터 전반(아이패드)을 혁신했다. 애플이 주도한 모든 혁신은 단순화를 향한 사활을 건 헌신에서 탄생했다.

이 사실을 간단히 확인하려면 애플의 이익 규모를 경쟁사들과 비교해보면 된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매출에 있어서 애플의 2배가 넘고 있지만 시가 총액에서는 절반을 밑돌고 있다. 이는 수익구조에 있어서 애플이 얼마나 뛰어난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물론 단순함이 애플의 유일한 성공요인은 아니다.

리더십, 비전, 재능, 상상력, 놀랍도록 강도 높은 노력이 조금씩 어우러졌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공통된 줄기가 바로 단순함인 것이다.

<미친듯이 심플>은 애플의 잇따른 혁신을 가능케 한 단순함의 11가지 경영무기를 제시한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은 단순함을 선호한다’는 사실이다. 단순함은 힘이다. 개인과 조직, 그 누구라도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당신에게 이 힘을 자신만의 비즈니스 강점으로 전환할 수 있는 통찰과 기술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야말로 미친 듯이 심플해야만 될 일이다. 

-  글 이채윤·삽화 서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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