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 오클랜드 ‘피시마켓’ 입구에 놓인 강철로 만든 배 모양의 대형 생선 매대가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먹고 놀고 배우는 ‘문화 어물전’
뉴질랜드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찾아간 도시가 오클랜드였다. 오클랜드는 지형적으로 바다에 완전히 둘러싸여 아주 좁은 모양을 하고 있는데, 시내에서 바다가 매우 가까워 조금만 걸어가면 아름답고 깨끗한 바다를 만날 수 있다. 시내 구경을 하고 부두의 제일 끝에 있는 오클랜드 최대의 어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부산 자갈치시장보다는 규모가 다소 작았지만, 짜임새 있는 매장 구성과 요리교실, 공연장, 강연장, 놀이터 등 다양한 부대시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층 입구로 들어가면 큰 배 모양의 스틸로 만들어진 대형 매대에 각종 생선들이 곧 살아서 튀어나올 듯이 진열돼 있다. 선어 코너를 돌아 안쪽으로 들어오면 생선을 가공 처리한 2차 식품들을 만날 수 있다. 튀기거나 굽거나 훈제한 각종 생선들을 현장에서 바로 구입해서 먹을 수 있도록 부위별로 포장돼 있었고, 그 옆에선 생선과 함께 먹을 수 있는 해산물 볶음밥, 파스타, 빵 등을 함께 판매 중이었다.

또 피시마켓 안에 있는 미니 슈퍼에서는 생선 요리를 할 때 필요한 기본적인 야채와 소스류를 팔고 있었다. 이곳에 오면 생선뿐 아니라 생선과 가장 잘 어울리는 야채와 소스를 큰 고민 없이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산시장에서도 그 지역 수산물과 곁들여 먹기 좋은 야채를 같이 판다면 매출이 동반 상승하지 않을까.

이곳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물론 싱싱하고 다양한 해산물이겠지만, 고객들이 사랑하는 곳은 시장 건물 2층에 있는 해산물 요리교실이다. 어린이 교실, 주부교실, 관광객을 위한 교실 등 다양한 코스가 준비돼 있는데, 백화점 문화센터 요리교실 못지않은 현대적인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또한 고객의 사연을 받아서 유명한 요리사가 와서 직접 요리를 해주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었다.

오후 8시부터는 재미있는 옥션 마켓이 열린다. 각종 해산물과 훈제연어 등을 최저가부터 경매 형식으로 판매하는데 운이 좋으면 반값 이하의 저렴한 가격에 값비싼 킹크랩 같은 해산물을 가져갈 수 있다. 1월부터 4월까지 매주 목요일에는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나이트 마켓이 열린다. 이때는 무료 시식행사, 라이브 옥션, 재즈공연이 펼쳐진다.

사고, 먹고, 즐기고, 체험하는 시장은 고객에게 오랫동안 사랑받고, 발전한다. 상한 생선처럼 변질되기 전에 고객의 요구에 맞춰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시장도 1차적인 기능인 사고 먹는 것에서 벗어나, 즐기고 체험하는 2차적인 요소를 추가할 때 더욱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글 : 이랑주 한국VMD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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