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기계공업고등학교 로봇동아리 학생들이 지난달 25일 배틀로봇을 만들고 있다.

현장 투입 즉시 제몫 톡톡 “전문 기술자가 무색한 새내기 인재”

# 1
지난달 24일 창원에 위치한 특성화고 창원기계공업고등학교를 찾았다. 자동화기계가 완비된 실습실이 여느 중소기업 생산현장과 다르지 않다. ‘명장이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입학한 3학년 진승현 군이 능숙하게 기계를 다루고 있다.

“입학할 때부터 전공을 살려 취업하려고 마음을 먹었죠. 책상에 앉아 국어·수학을 공부하는 것 보다 실습장에서 공장자동화 기초수업도 듣고, 직접 가공도 하는 게 재미 있어요. 무엇보다 지금 배우는 내용이 취업을 해서 바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졸업 후 주변 중소기업에 취업해 제 손으로 제품들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 2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경기자동차과학고등학교. 자동차 엔진소리가 쉴 새 없이 들리고 그 가운데 미래의 자동차 전문가를 꿈꾸는 원건식 군이 서툴지만 땀을 흘리며 자동차 정비에 집중하고 있다.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원 군의 눈빛이 전문가 못지 않다.

“자동차를 좋아해 남양주에서 자동차에 특화된 학교를 찾아 전학을 왔어요. 좋아하던 자동차 부품을 실제로 만져보고 자동차에 특화된 교육을 받으니 취업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요. 졸업 후에 자동차 기업으로 취업해서 자동차 변속기 분야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 3
충남 공주에 위치한 ㈜대산이노텍은 매년 15%의 성장률을 자랑하고 있다. 운반하역기계를 생산하는 지방 중소기업이 이처럼 탄탄하게 성장한데에는 기술력을 갖춘 젊은 인재들의 도움이 컸다. 대산은 충청권 대표 특성화고인 대전공업고등학교와 취업 맞춤반 과정을 통해 입사하기 전 회사에서 필요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대산에 입사한지 2년차가 된 구유진씨는 맞춤 교육이 회사 적응에 큰 도움이 됐다고 전한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회사에 그대로 적용되니 적응이 빨랐습니다. 다른 회사 동기들보다 기술 습득도 빠르고 이해도 잘 하니 선배님들에게 칭찬 받는 일도 많았습니다. 입사 20년차인 베테랑 선배님들도 ‘우리 때도 그런 제도가 있었으면 좋았겠다’며 부러워하시더군요. 앞으로 더 기술을 연마해서 회사에서 더욱 인정받는 직원이 되고 싶습니다.”진주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 모(47)씨는 최근 베트남을 다녀왔다. 공장 이전을 검토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오죽하면 외국으로 공장 이전을 검토하겠나. 지역에 일할 인력이 없어 기업 존속을 위해서는 달리 선택할 길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중소기업 대부분이 인력난을 겪고 있지만 특히 지방 중소기업의 경우 기업의 존폐까지 고민할 정도로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 전문적인 노하우가 필요한 기술 인력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2013년 12월 발표한 ‘2013년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3년 근로자 수 1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술 인력의 지역별 분포는 서울·인천 등 수도권이 49.1%를 차지했다. 반면 울산(5.3%), 부산(4%), 대구(2.6%), 대전(2.5%), 광주(1.8%) 등 지방에서는 그 비율이 한 자릿수로 뚝 떨어졌다.

이처럼 갈수록 심화되는 지역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에 특성화고등학교가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행복한 중기씨 대학생 기자단 ‘중기천사’팀은 지역 특성화고와 중소기업이 연계해 인력난 해소에 앞장서고 있는 현장을 취재했다.

차별화된 지역 특화 프로그램 선봬
산업계 고등학교는 예전부터 중소기업 인력의 보고였다. 하지만 산업계 고등학교에도 대학입시 실적이 중요한 평가항목으로 대두되면서 그 역할이 많이 약화돼 왔다. 하지만 최근 지방 특성화고등학교는 각 지역에 맞는 특화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방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에 앞장서고 있다.

경기도 유일의 자동차계열 특성화고등학교인 경기자동차과학고등학교는 자동차산업 비중이 74%에 육박하는 시흥시에 자리했다. 학교는 인근 자동차 분야 기업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자동차정비 △차체수리 △자동차보수·도장 3개 과정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과에서는 실습용 자동차와 최신 장비를 활용해 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미래 지능형 자동차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창원기계공업고등학교는 경남의 지역전략산업인 로봇과 메카트로닉스 산업을 특화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육성하고 있다. 특히 마산 지역에 추진 중인 로봇랜드를 대비해 ‘로봇 동아리’를 만들어 집중 지원하고 있다. 동아리에서는 지도교사의 교육아래 학생들 스스로가 로봇의 기본 작동 원리와 관련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

대전공업고등학교는 대덕테크노밸리 입주 기업과 협약을 통해 반도체 SMT과정 등을 운영하며 기업 맞춤 교재를 개발하고 있다. 인천세무고등학교는 인천항, 인천국제공항 등을 통해 오가는 국제 물류를 대비한 세무분야의 전문가를 육성하고 있다.

첨단 과학 산업단지가 있는 충청북도 증평에 위치한 증평공업고등학교는 이런 입지 조건을 활용해 지난해 취업한 학생 중 95%가 지역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정부도 최근 깊어지는 인력 미스매치 현상의 해소 방안으로 특성화고를 주목하고 있다. 특히 지역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중소기업 특성화고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원 학교를 늘려나가고 있다. 올해로 7년째를 맞은 이 사업은 2008년 전국 66개 특성화고 지원을 시작으로 2014년 현재 160개 학교를 지정해 운영 중이다. 관련 예산도 2008년(125억5000만원)에 비해 2배 이상 늘어 270억원이 됐다.

“특성화고 졸업 학생 작업 이해도 높아”
사업 초기에는 지역산업 기반 중소기업에 필요한 인력양성을 위해 취업·현장 중심 교육 전환을 위한 기반 조성에 주력했고, 2단계인 지난해부터는 중소기업 현장 수요를 감안한 맞춤형 취업 교육을 실시해오고 있다. 그 결과 참여 학교의 평균 취업률이 2008년 23.8%에서 2013년 56.5%로 늘어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만족도도 높다. 선우영구 대산이노텍 전무이사는 “공주에 위치한 우리 회사는 특성화고와 연계하기 전에는 젊은 인재를 구하기 매우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고민이 해소됐다”며 “취업맞춤형 과정을 진행한 학생들의 기술이 뛰어나고 열정도 있어 기존 직원들에게도 활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광표 ㈜아임삭 경영지원팀 주임도 “젊은 사람이 많지 않은 청원군에서 취업 맞춤반이 아니었다면 신규 인력 채용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며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특성화고교 지원 사업이 더욱 활발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 대학생 기자단 ‘중기천사’(강동진·김지애·이한솔·최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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