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정부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고 가업상속공제의 적용대상 기준과 사후관리요건을 완화함으로써 가업승계를 앞둔 중소기업에 적극적인 세제혜택을 적용하기로 했다.

가업승계에 대한 지원책을 대폭 강화하는 이유는 국내 기업환경 개선과 성장 및 일자리 창출을 도모해 국가경쟁력 강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써, 상속세·증여세 부담을 완화시켜 일본, 독일 등과 같이 ‘100년 전통 장수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한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세법개정으로 이전보다 더 많은 기업이 상속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해서 가업승계의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세금문제는 성공적인 승계를 위한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떤 점에 중점을 둬야 하는가? 가업승계에 성공하려면 성공한 기업의 성공방식을 따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그들의 성공요인을 살펴보자.

첫째, 창업자의 경영철학과 기업이념, 핵심가치를 계승한다. 일본에는 100년 이상 된 기업이 5만개 이상이고 1000년을 넘긴 기업도 19개가 있다.

‘장수하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들은 성공 제1조건으로 대를 이어 창업자의 경영철학이나 기업이념을 지켜온 것을 꼽았다. 유럽에 있는 전세계적으로 200년 이상 된 가족기업 모임인 ‘레 제노키앙’의 회원들 또한 장수비결을 “사회와 조화를 이루는 핵심가치와 기본원칙을 지켜온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므로 성공적인 가업승계를 위해서는 창업정신과 핵심가치를 명확히 하고 이를 다음 세대에 계승하는 것을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

둘째, 자녀가 어린 시절 가정에서부터 승계를 시작한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승계에 필요한 적정 기간을 3~5년으로 짧게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열에 아홉의 경우 승계계획을 너무 늦게 시작한다. 때로는 자녀들이 원치 않아서 회사를 매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장수기업들은 다르다. 이들은 자녀들이 어린 시절부터 회사이야기를 들려주거나 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하게 하는 등 자녀들을 일찍부터 회사에 노출시킨다.

부모들은 자녀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모범을 보인다. 그런 자녀들은 성인이 돼 승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기업에 대한 높은 책임의식을 갖는다. 가업승계는 10~20년에 걸쳐서 진행되는 장기간의 프로세스이다. 그러므로 승계준비는 빠를수록 성공확률이 높아진다.

셋째, 건강한 가족과 건강한 기업을 동시에 추구한다. 자신이 죽은 후에도 자녀들이 협력해서 기업을 잘 운영하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계를 전후해 가족분쟁이 많이 일어난다. 사실 가족분쟁은 기업의 장기생존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이다.

이는 자녀들에게 서로 잘 지내야 한다고 당부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의 장수기업들은 가족이 함께 가치를 공유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문서로 작성해 두고 있다. 이렇게 문서로 작성된 규약을 ‘가족헌장’이라고 한다.
 
만일 가족간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처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다면 가족들은 혼란에 빠지고 결국 이는 기업에도 해가 된다. 그러므로 가족헌장에는 가족공동의 사명과 비전, 가족의 기업참여나 가족간 주식매매규정 등과 같은 규정과 원칙 등이 포함된다.

결국 이러한 가족지배구조는 가족갈등을 예방하고 가족의 결속을 통해 장수기업의 초석이 된다.
이와 같이 장수기업들은 가족관계나 승계문제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한다. 그리고 바쁜 일정을 쪼개 성공한 기업을 방문하는 등 성공한 기업들로부터 배우려 노력한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경제성장기에 창업한 많은 기업들이 승계를 계획하거나 진행하고 있다. 성공적인 승계를 위해서는 장수기업들의 성공비결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 글 : 김선화(한국가족기업연구소장 / 「100년 기업을 위한 승계전략」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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