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브랜드 '전쟁' 나선 삼성.현대차

잠시만 방심해도 졸지에 추락
철옹성 '코카콜라 마법' 배워라

“바보야, 문제는 브랜드야.” 지난 몇 년 동안 한국 재계를 주름잡다시피했던 화두 가운데 하나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일단 기업한테 경쟁은 운명이다. 그런데 상위그룹과 중위그룹과 하위그룹은 경쟁의 양상부터가 다르다. 하위그룹에선 가격 경쟁이 화두가 된다. 가격 대비 가치가 중요하다. 누가 더 싸게 만드느냐에서 기업간 경쟁의 승패가 갈린다. 중위그룹으로 가면 품질 경쟁이 화두가 된다. 제품의 혁신성과 기술력과 완성도를 놓고 싸운다.

상위그룹에선 브랜드가 경쟁의 화두가 된다.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이 경쟁자보다 한 발 앞서나간다.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높은 기업의 제품을 거의 자발적으로 구매한다. 구태여 제품의 품질과 기술을 홍보할 필요도 없다. 단지 그 브랜드이기 때문에 소비한다. 설명이 필요없다. 브랜드는 제품의 완성도를 초월하는 가치다. 브랜드야 말로 최후의 전장이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중위권을 넘어 상위권으로 도약한지 오래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완성도와 기술력과 품질면에서 이미 한 단계 벽을 넘은 회사들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는 애플의 아이폰과 비교하면 품질면에선 이미 압도적 우위에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역시 미국의 GM은 물론이고 일본의 도요타나 독일의 폭스바겐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사실상 제품의 품질 면에선 격차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브랜드 전쟁에 뛰어들수 밖에 없다. 브랜드의 힘을 높이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제품을 내놓아도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충성을 이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회사 인터브랜드는 2014년 글로벌 100대 브랜드 순위를 발표했다. 인터브랜드의 글로벌100브랜드 순위는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 10일 발표된 순위에서 삼성전자는 7위에 올랐다. 현대차는 40위에 올랐고 기아차는 74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2013년 글로벌 100대 브랜드 순위에선 8위였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가각 43위와 83위였다. 3개 회사가 나란히 순위를 높인 셈이다.

물론 인터브랜드의 순위가 절대적인 건 아니다. 중요한 건 브랜드 가치를 높이지 않고선 상위그룹 내부의 기업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현실이다. 인터브랜드의 순위에 오르는 건 기본이란 얘기다. 아직 한국 기업들 가운데엔 삼성전자와 현대차와 기아차 정도가 100대 순위에 들었다. 상위권 경쟁에도 끼지 못한 한국 기업들이 부지기수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와 기아차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삼성전자는 전세계에서 애플과 일대일 경쟁을 벌일 수 있는 유일한 회사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매출면에선 이미 애플을 넘어섰다. 애플이 혁신성에서 앞선다면 삼성전자는 대중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막대한 실적을 통해 글로벌 1등 기업으로 올라섰다. 자연히 브랜드 가치도 높아졌다.

현대차와 기아차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대차는 리브 브릴리언트 캠페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왔다. 현대차를 탈 것에서 삶의 동반자로 격상시켰다. 기아차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 인터브랜드 순위에서 3개 회사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진짜 고민은 이제부터다. 이젠 브랜드가 중요하다는 걸 안다. 상위권에선 국영수 뿐만 아니라 음미체도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단 말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도 실행하기가 어려운 게 브랜드 경쟁이다. 이젠 브랜드 경쟁에서 이기려면 단순히 광고비를 많이 지출하는 것 정도론 어림도 없다.

인터브랜드는 지금 브랜드 경쟁의 화두는 바로 당신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밀착돼서 만족을 줄 수 있는 제품만이 강력한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단 뜻이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코카콜라다. 사실 코카콜라는 한낱 탄산음료일 뿐이다. 코카콜라는 개인화된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몇 푼짜리 탄산음료를 수십억달러 짜리 황금덩어리를 변신시킨다.

올해 초 코카콜라는 코카콜라 병에 소비자의 이름을 새겨주는 개인화 마케팅을 선보여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소비자는 코카콜라를 마시는 게 아니라 자기 음료를 마셨다. 삼성전자와 숙적 애플과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쟁사 폭스바겐도 이렇게 개인화된 브랜드 마케팅에 능숙한 회사들이다.
 
브랜드 시장은 아무것도 아닌 설탕물이 수천억원의 가치를 갖게 되는 마법의 운동장이다. 가죽 가방 하나가 중형차 한 대 값에 팔리는 시장이다. 삼성전자는 막대한 매출로 상위권에 올라섰지만 아직 혁신적 이미지가 약하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도약하고 있지만 다른 자동차 브랜드도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게다가 한번 브랜드 경쟁에서 뒤처지면 다시 중위권으로 추락한다. 브랜드 경쟁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확보한 기업들만이 벌일 수 있는 최후의 전투다. 언제까지나 품질과 가격 우위를 유지하긴 어렵다. 주어진 시간 안에 브랜드 경쟁력까지 손에 넣지 못하면 후퇴하기 시작한다.

혼다 같은 회사가 대표적이다. 기술적으론 뛰어나지만 소비자들이 갖고 싶어서 애를 태우는 차는 아니다. 한국 기업들이 도약하느냐 추락하느냐가 브랜드 전쟁의 승패에 달렸다. 최후의 전쟁이다.

- 글 : 신기주(에스콰이어 피처 에디터  / 「사라진 실패」 의 저자)
- 일러스트레이션 서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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