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스린 야시장’에서는 훈제 소시지와 굴전 등 다양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

낮보다 화려한 한밤의 쇼핑천국
아시아 2대 야시장의 하나로 꼽히는 타이베이 스린 야시장은 오후 5시가 되면 상인들이 하나둘씩 좌판을 깔기 시작하고, 새벽 1시까지 발 디딜 틈 없이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작은 물고기와 새우를 가느다란 낚싯대로 잡고 있었는데, 표정들이 사뭇 진지했다. 잡으면 그 자리에서 구워 준다고 한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니 마작, 경품용 총 쏘기, 구슬치기, 아이들을 위한 미니 오락실 등 게임을 할 수 있는 점포가 많아 시장이라기보다는 작은 축제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좁은 골목마다 젊은 층을 겨냥한 패션 상가들이 몰려 있는데, 특이한 디자인의 제품이 많았다. 한 여성의류 매장은 자신의 브랜드를 상징하는 하얀 말이 천장을 뚫고 매장 입구에서 빙글빙글 돌며 고객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한국 전통시장은 크고 작은 간판이 너무 많아 상품이 보이지 않는다. 브랜드에 대한 상상력보다는 업체명을 각인시키는 데 주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판은 유심히 봐야만 볼 수 있는 전략을 써야 한다. 반면 쇼윈도는 크면 클수록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순간적인 구매 충동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스린 야시장하면 무엇보다 먹거리가 유명하다. 시장을 걸어 다니는 행인들 손에는 여지없이 먹거리가 하나씩 들려 있다. 소고기와 닭고기, 망고와 멜론 등 열대과일, 대만식 훈제 소시지, 굴전과 새우전 같은 해산물 요리를 파는 점포가 거리 곳곳에 늘어서 있다. 육해공의 저렴한 길거리 음식이 쇼핑객들의 출출한 배를 푸짐하게 채워 준다. 견과류로 만든 절편과 과자류도 스린 야시장의 명물이다.

타이베이시는 노점상 위주로 형성된  기존 야시장을 재개발해 시장 건물을 세우고 상인들을 입점시켰다. 시장 곳곳에 깔끔한 휴식 공간을 마련했고, 시장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시장 자체에 쓰레기 소각장과 오폐수 처리시설까지 설치했다. 그래서인지 많은 음식점과 노점상이 뒤섞여 장사를 하는데도 불쾌한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타이베이 시민들의 밤은 야시장에서 시작해 야시장에서 끝난다고 한다. 밤이 깊어갈수록 타이베이는 활기를 띤다. 시장은 낮 시장에서 보지 못한 시장의 또 다른 이면을 보여 준다. 불야성을 이루는 타이베이 야시장의 풍경은 타이베이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색다른 묘미’다.

- 글 : 이랑주 한국VMD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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