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완전히 속고 살고 있다
영국의 유력지 가디언이 선정한 ‘영국 최고의 지성’으로 꼽힌 노리나 허츠는 여성학자다.

그녀가 평소 우리의 선택과 결정이 얼마나 오류투성이며 합리적이지 못한지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 책을 냈다. <누가 내 생각을 움직이는가(Eyes Wide Open)>(비즈니스북스, 2014년 5월)가 그 책이다.

지난 20년간 경제예측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업적을 남긴 저자는 이 책에서 스마트한 시대, 빅 데이터의 시대에 왜 우리 선택이 실패하는가를 치열하게 추적하고 세상을 움직이는 거짓 세력의 전모를 밝혀내고 있다.

<누가 내 생각을 움직이는가>를 읽다보면 정보가 많고 지식이 넘치는 21세기에 들어서 현대인은 오히려 판단력이 희미해지고 사건에 대한 판단과 사고의 결정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당신은 의사가 6번 중 한번은 오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뮤추얼펀드 매니저의 70%가 시장 수익률보다 낮은 실적을 내고 있다는 사실은? 장래를 점치는 일에 관한 한 전문가들은 자주 실수를 한다.

전문가의 수준이라는 것도 고양이만 못할 때가 많다. 이들은 1973년 석유 파동, 구 소련의 몰락, 9·11 테러, 최근에 일어난 아랍의 봄에 이르기까지 지난 50년 간 일어난 중대한 사건을 예측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똑똑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자부하지만 대부분 멍청한 결정을 내린다. 시민들은 진실을 말하지만 정부는 거짓말만 한다. 왜? 정부는 자본의 힘에 휘둘리고 있고 돈에 팔려나간 지식은 객관성을 잃었다. 반짝인다고 해서 다 중요한 것은 아니다. 누군가 당신의 생각을 조종하고 있다는 정황이 적나라하게 포착돼 있는 이 책을 읽다보면 섬뜩해지고 씁쓸해지기도 한다.

생각의 속도를 넘어선 데이터 홍수와 인터넷 발달은 아는 것은 많아도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르는 ‘똑똑한 바보’들을 양산해 냈고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의 리더에 속하는 사람은 하루에도 무려 1만가지에 이르는 크고 작은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많다.

<누가 내 생각을 움직이는가>를 읽다보면 내가 내린 결정이 과연 내가 생각한 고뇌의 결과물일까 하는 의구심이 문득 일어난다. 저자는 “방금 당신이 내린 그 결정은 정말 당신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인가?” 를 묻고 있다. 그리고 더 나은 선택, 더 현명한 결정을 위한 10가지 생각도구를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왜 우리의 선택은 늘 완벽하지 못할까?’를 묻는다. 또한 당신의 결정이 착각하는 것들을 묻는다. 내 생각은 누구로부터 나온 것인가를 묻는 대목에 이르면 압권이란 생각이 든다. 때로는 일상의 지혜와 경험이 전문가를 능가한다. 

이 시대 가장 통찰력 있는 학자가 제시하는 최선의 방법은 잘못된 선택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법을 깨우치는 일이다. 속고 살지 않으려면 몸과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스스로의 생각과 결정을 절대 빼앗겨서는 안 된다. 내 생각은 누구로부터 나온 것인가? 현명한 선택을 위한 생존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 우리는 완전히 속고 살고 있다는 자각을 하고 의심하고 의심할 일이다. 
 
- 글 이채윤·삽화 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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