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모래성’ 혁신 불가피
SM엔터테인먼트에 소녀시대 리스크가 터진 건 지난달 30일이었다. 소녀시대는 SM엔터테인먼트의 최대 캐쉬카우다. 소녀시대는 9명이다. 지난달 30일 SM엔터테인먼트는 소녀시대가 8명이 된다고 발표했다. 코스닥 시장과 아이돌 소비자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SM엔터테인먼트는 “제시카가 본인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당사에 앞으로 한장의 앨범활동을 끝으로 팀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알려왔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실 시장엔 제시카 관련 루머가 확산돼 있는 상태였다. 지난달 30일 제시카가 소녀시대의 중국 심천 팬 미팅에서 제외되면서 탈퇴가 현실화됐다. 이날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4만원대가 깨지고 3만9000원까지 떨어졌다.

2011년 6월 파리 제니스 공연장에서 열린 SM타운 콘서트는 유럽과 전세계에 불고 있는 케이팝 열풍을 목격할 수 있는 자리였다. 2011년은 케이팝의 절정기였다. 메인 무대는 소녀시대한테 맡겨졌다. 소녀시대가 SM엔터테인먼트의 간판 스타라는 걸 확인시켜준 자리였다.
당시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회장은 별도로 열린 한류 관련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류는 IT와 BT에 이어 CT로 만들어졌습니다.” 지식기술과 바이오기술에 이은 문화기술이란 얘기였다.

실제로 이수만 회장은 SM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아이돌 산업을 기술 기반 제조업처럼 혁신시켰다. 문화산업의 총화는 결국 스타다. 흔히 스타는 태어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수만 회장은 스타도 제조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스타 산업은 완제품의 품질을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산업화가 되기 어렵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이 부분을 극복했다. 10대 시절부터 예비 스타를 발굴해서 집중적 훈련을 통해 춤과 노래를 가르친다. 춤과 음악은 전세계 댄서들과 작곡자들을 하나로 묶은 음악 생태계를 조성해서 조합해낸다. 수천곡의 음악과 가사를 모아놓은 다음 미리 훈련시킨 아이돌한테 하나씩 입혀본다. 그렇게 아이돌과 춤과 노래를 조립해서 아이돌 스타라는 완제품을 만든다. 이게 CT다. 그리고 한국 CT의 걸작은 소녀시대였다.

지난 1일 제시카는 SM엔터테인먼트와는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지난달 29일 SM엔터테인먼트와 소녀시대로부터 나가달라는 퇴출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진실이 무엇이든 소녀시대가 망가진 건 분명했다.

CT 제품의 품질에 이상이 생겼단 얘기다. 여기에 EXO의 내분까지 겹쳤다. EXO는 SM엔터테인먼트의 남자 아이돌 제품이다. EXO의 중국인 멤버인 루한이 지난 10일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다. 한 마디로 SM을 떠나겠단 얘기였다.

지난 5월에도 같은 그룹의 크리스가 같은 소송을 냈다. 소녀시대 리크스에 EXO 소송까지 겹쳤다. 설상가상이었다. 주가는 지난 13일 2만6700원대까지 폭락했다. 불과 2주 전엔 4만원대였던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이건 단순히 아이돌 몇 사람의 탈퇴가 불러온 단발적 위기가 아니다. CT라는 기술 산업의 근본적 위기다. 문화산업의 최대 무기이자 리스크는 사람이다. 사람이 곧 제품이기 때문이다. 휴대폰이나 자동차는 일단 만들어놓으면 변하지 않는다. 사람은 다르다. 시시각각 변한다. 모든 기업은 인력 리스크를 겪는다. CEO리스크가 대표적이다. 그렇다고 제품이 사람인 건 아니다. SM엔터테인먼트 같은 CT기업은 사람을 제품화한다. 한번 만들어놓았다고 해도 수시로 품질이 바뀐다.

올 한해 동안에만 해도 소녀시대의 멤버들은 시도때도 없이 열애설에 휘말렸다. 윤아, 수영, 티파니, 효연, 태연까지 줄줄이 스캔들이 터졌다. 제시카 역시 재미 사업가 타일러 권과의 열애 사실이 알려졌다. 20대 초반 성인 여성이 연애를 하는 건 자연의 섭리다. CT에선 제품 품질에 영향을 주는 공정 관리의 문제다. 아이돌 제품 소비자들의 구매력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하다.

CT의 본질적 한계다. 아이돌은 제품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일정 기간 동안은 춤추고 노래는 로봇처럼 만들 수 있다. 궁극적으론 회사의 통제에서 벗어나게 된다. 연애를 할 수도 있다. 본인들끼리 사이가 나빠질 수도 있다. 심지어 아이돌의 부모들끼리 의견이 갈릴 수도 있다. 그걸 억지로 누르려다보면 노예 계약 얘기가 나온다. SM엔터테인먼트도 들어본 비난이다.

2014년 한해 동안 SM엔터테인먼트가 한꺼번에 겪고 있는 악재는 시한폭탄들이었다. 아이돌 아이들이 성장하면 아이돌 어른이 되고 결국 제품의 성격도 변할 수밖에 없다. 이미 동방신기 리스크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건 SM엔터테인먼트의 CT가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숙제다. 사람과 제품의 지속적 공존이 가능한 문화기술을 만드는 게 CT의 완성이다.

소녀시대 리스크로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거의 반토막이 났다. 낙폭과대에 대한 반발매수로 하락세는 벗어났다. 소녀시대 리스크는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에도 불순물이 섞여 있다는 걸 드러냈다. 스타는 해당 기업이 실제 가치보다 고평가되게 만든다. 리스크가 터지면 비합리적인 과대폭락을 부른다. SM엔터테인먼트가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수만 회장은 케이팝 열풍을 만든 CT의 혁신가다. 이제 개인적 사업적 불행과 불운을 딛고 CT의 또 다른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 글 : 신기주(에스콰이어 피처 에디터 「사라진 실패」 의 저자)
- 일러스트레이션 서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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