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공짜인 세상이 온다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엔트로피>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3차산업혁명> 등의 저서로 유명한 세계적인 문명비평가이자 미래학자다.

그의 최근작 <한계비용 제로 사회(The Zero Marginal Cost Society)>(민음사, 2014년 9월)는 자본주의 패러다임의 위기를 예언하면서 한편으론 희망에 찬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는 대단한 책이다.

이 책에는 놀라운 혜안(慧眼)이 가득 들어 있는데 지난 300년 동안 인류 사회를 움직이던 중심축이었던 자본주의 시스템이 쇠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촉발제는 책의 제목이 말해주듯이 ‘한계 비용 제로(0)의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한계비용 제로란 서비스나 상품을 만드는데 고정비용이 거의 안 든다는 거다.

역설적이게도 자본주의의 쇠퇴는 어떤 적대적 세력에 의해 유발된 것이 아니다. 생산성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새로운 기술 혁신을 계속한 자본주의의 극적인 성공이 일부 제품에서 한계비용이 거의 제로가 돼 자본주의의 종언을 재촉하고 있다.

예컨대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통해서 사람들은 제로에 가까운 한계비용으로 각자 정보를 생산하는 동시에 협력적으로 네트워크화 된 세상에서 비디오, 오디오, 텍스트를 통해 그것을 공유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 간 소비자들이 음악, 영상, 뉴스, 지식 등을 인터넷 상에서 거의 제로에 가까운 한계 비용으로 공유함에 따라 음악, 영화, 신문, 출판 업계는 수익 감소를 경험해야만 했다. 자본주의의 ‘생명소’라 할 수 있는 ‘이윤의 고갈’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한계비용 제로 사회>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체제가 세계적으로 싹을 틔우고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은 사무실, 공장, 가정, 상점, 차량 등을 지능형 네트워크로 연결함으로써 ‘3차 산업혁명’의 싹을 틔우고 있다.

자동차 공유 서비스 등이 거의 제로의 한계비용으로 가능해졌다. 2030년경이면 100조개가 넘는 센서가 인간과 자연환경을 연결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제로 한계비용 현상은 가상의 세계에서 제조업 등 실물 경제로 옮겨가고 있다. 3D프린터의 등장은 개인이 뭐든 만들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미 전세계에서 수백만명이 취미 삼아 3D프린터로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쓰고 있다.

3D프린팅은 누구나 어디서든 원하는 물건을 생산할 수 있게 한다. 소비자가 생산에 참여하는 프로슈머(소비자이자 공급자, prosumer)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상품 생산과 유통에서 기업의 우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한계비용 제로 사회>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협력적 공유사회(Collabo rative Commons)’다. 소유가 무의미해진 평등한 세상이 열리기 때문에 시장 자본주의에서 협력적 공유사회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미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나 온라인 동호회, 협동조합을 통해 서로 자동차와 집, 심지어 옷까지 공유하고 있다. 이윤은 사라지고 소유는 무의미해지고 시장은 더 이상 필요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가? 생활용품부터 에너지, 각종 지식과 정보, 온갖 서비스까지 거의 모든 것이 거의 공짜인 세상. 어떤 사람은 이건 공상과학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리프킨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것은 현실이고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 글 : 이채윤·삽화 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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