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금형기업들이 수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이사장 박순황)은 최근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와 함께 금형업체 등 중소기업 75개사를 대상으로 환율변동에 따른 피해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69.7%가 엔저로 인한 환율 하락이 채산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환율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환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이 전체의 20%에 달했고, 종사자수 50인 이하인 소기업의 경우 그 비중이 28.3%에 달해 환위험관리에 속수무책인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손익분기점 100엔당 1천원
금형업계의 손익분기점 환율은 100엔 당 1000원으로 조사됐다. 엔화 환율은 지난달 25일 100엔당 955.06원으로 최저점을 찍은 후 다소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손익분기점 환율을 밑돌고 있다.

자동차 부품 금형을 생산하는 A사 관계자는 “회사의 손익분기점 환율 수준은 100엔당 1000원 정도인데 현재 환율 수준은 이미 마지노선을 뚫고 내려간 것은 물론 950원선까지 위협하는 등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조합은 금형산업이 전형적인 중소기업형 수주산업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엔화하락에 따른 수출가격 인상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며 환차손을 고스란히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또한 바이어와의 상호 신뢰와 지속적인 거래가 생명인 금형산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적자수출을 감수하거나, 수출계약을 포기하는 업체도 발생하고 있다.

또 다른 금형업체 B사 관계자는 “한국 금형은 일본에 비해 가격 측면에서 우위를 나타냈으나 최근 엔저 현상으로 오히려 일본 금형의 가격이 더 저렴해 진 것으로 나타나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정부가 설비투자 지원 등 엔저 기조에 따른 대응 방안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엔저 대응책에 대해 발표했다.

정부 엔저대책 실효성 의문
하반기에 5조원을 투입해 엔저로 고전하는 대일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엔저를 거꾸로 활용해 저렴해진 일본산 기계나 장비 등을 구입하게 해 한국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아이디어다.

그러나 업계는 정부가 엔저를 활용해 설비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자금을 싸게 빌려준다고 해도 지난 1년간 누적된 적자를 생각하면 섣불리 부채까지 내가며 설비를 늘릴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홍성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는 비가격경쟁력 강화 및 해외 시장 다변화를 통해 환율 변동에 대한 충격 흡수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정책 당국도 중장기적으로 수출 중소기업의 환리스크 관리 역량을 배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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