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은 최근 ‘해외유학생 유치’를 미래전략산업의 하나로 선정하고, 미국과 유럽의 명문 사립대학을 상대로 정식 분교 유치 교섭에 나섰다. 떠나가는 외국 기업인들의 공백을 외국 유학생들로 메꾸자는 발상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중국과 일본, 한국 등에서 넘쳐나는 외국 유학생의 공급이 미국이나 유럽, 오세아니아로 가는 것을 지리적으로 유리한 싱가폴에서 유치해보자는 전략이다.
싱가폴의 영자신문 The Straits Times는 “싱가폴 정부가 외국 명문 사립대학은 물론, 패션과 요리, 호텔경영 분야의 세계적 전문교육기관과도 분교유치 교섭에 나섰다”고 밝히면서, 이 유치 교섭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현재 5만명 수준인 싱가폴 내 외국 유학생의 숫자가 10년 후에는 3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희망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런 신문 보도와 함께 싱가폴 시내에서는 벌써 명문대학 또는 유명 교육기관이 어디어디에 들어설 것이라는 말도 나돌고 있었다. 물론 우리 복부인들 같으면 관심이 많겠지만, 모든 경제행위가 사실상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싱가폴에서 이런 소문이 돈다는 것은 그만큼 싱가폴의 현재 경제상황이 좋지않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리라.

세계 유학생 시장 2500조원
어쨌든 세계 유학생 시장은 한국 돈 2,500조원으로 평가되고 있고, 외국자본의 계속되는 이탈로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싱가폴로서는 영어권임을 내세워 한국과 일본으로부터 유학생을 끌어들이고, 중국문화권임을 내세워 중국 유학생들을, 그리고 근거리를 내세워 여타 아시아 국가들의 유학생들을 끌어들이려 하는 것이다.
그 성공여부는 앞으로 주목해보기로 하고 우리의 경우를 되짚어 보자.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초는 물론이고 계속해서 교육시장 개방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이유는 싱가폴과는 다르다면 다르지만, 동전의 앞·뒷면 같은 문제다. 우리로서는 하루가 다르게 미국과 유럽, 오세아니아 그리고 이제는 중국에까지 몰려가고 있는 학생들을 붙잡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논의되고 있는 문제다. 물론 외국대학유치를 통해 우리 교육수준을 높이자는 이야기도 속을 들여다보면 같은 얘기다.
‘벌지 못하면, 쓰지 않는 것’도 버는 방법중의 하나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국내 교육여건이 비정상적이라는 데에 있다. 연초 SBS에서 교육시장 개방문제를 두고 토론 프로그램을 마련한 적이 있는데, 반대자들의 주요 이유는 교육시장 개방이 자주적 교육의 포기라는 것이며, 과연 외국대학의 유치가 유학진출의 대체효과를 가져다 주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만일 외국명문대학이 실제로 국내에 들어올 경우, 현재의 대입제도가 흔들리고 ‘가진 자’들만 그 대학에 들어갈 것이 아닌가에 대한 우리 국민 특유의 ‘공평성(?)’ 훼손에 대한 우려도 반대자들의 큰 이유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렇다면 생각해 볼 일이다.
학생들이 심지어 철없는 초등학생들까지, 외국에 가서 교육받는 것은 자주적 교육의 포기가 아닌가? 우리 땅에서 우리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외국의 교육을 받는 것이 그래도 더 나은 방법은 아닐까?
수많은 학생들이 부모의 등떠밀림으로 ‘친구따라 강남 가 듯’ 유학을 가고 있는 현실에서 외국대학 유치가 전혀 유학진출의 대체효과를 갖지 못할 것인가?

우리도 교육시장 개방해야 할 때
싱가폴에서 만난 한 관광 가이더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한국 사람들 부자를 너무 욕하면 안돼요. 물론 부모로 부터 덜컥 상속받은 젊은 부자 들도 있죠. 그렇기는 해도, 모든 부자들을 매도해서 고급 술집 다닌다, 골프 친다, 큰 아파트 산다, 고급 차 몰고 다닌다, 뭐 어쩐다 그러면 국세청이 조사에 나서고 그러지 말아야 해요. 여기 있어 보세요. 그 사람들이 그런다고 그 돈 안 씁니까? 싱가폴이다 홍콩이다 마구 돌아다니며 명품 쇼핑에다가 펑펑 쓰고 다닙니다. 국내에 떨어져야 할 돈이 외국으로 다 나와버리는 겁니다. 거기다가 한국 사람들은 ‘나도 남과 똑같아야 한다’는 ‘공평함(?)에 대한 이상한 강박관념’이 있어서 없는 사람들도 다 따라 합니다. 그래서야 국내 기업이 살아나겠습니까? 쇼핑도 그래요. 부자들이 외국에 나와서 쇼핑하면 더 낭비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문제가 있다면 부자들이 좀 도덕심과 자제력을 가져야한다는 것이지, 그 사람들더러 비싼 것 못 사게 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그 사람들이 정정당당하게 소비를 할 수 있게 해줘야 그나마 돈이 국내에서 풀려나갈 것 아닙니까? 그래야 가난한 사람들도 먹고 살죠.”
그 말을 들으며, 부자들에게 그리 너그럽다고 할 수는 없었던 기자의 평소 시각도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오늘도 동남아 여러 국가에는 골프채를 맨 채 공항을 들어서는 한국인이 한 둘이 아니다. 오늘도 유학의 발길은 계속 밖으로 이어지고, 하다못해 말레이지아에까지 중고생 유학문의는 계속되고 있다. 싱가폴은 유학생 시장 공략을 미래전략산업으로 택했다는데….
우리도 유학생 대체 시장 개발을 서두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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