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거래의 선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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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 거래의 선진화
  • 중소기업뉴스팀
  • 호수 1999
  • 승인 2014.11.0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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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용호(경북대학교 명예교수, (사)산학연구원 이사장)

부품을 생산해 전량 A업체에 납품하는 C사장의 하소연이다.
원자재 값은 계속 오르는데 납품단가 인상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는 것. 오히려 단가 인하 압력을 받지 않을까 더 걱정이다. 거래중단이 겁이 나 그런 압력을 받으면 뿌리치기가 어렵다. 현장지도라는 명목으로 기술지원을 나올 때도 기술 빼내가기가 일쑤란다. 입수한 기술정보를 경쟁업체에 슬쩍 흘려서 가격인하를 유도하는 경우도 잦다. 모기업이 거대 기업인 경우는 전속거래가 대부분이어서 그 비위를 거스르다가는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

거침없는 그의 얘기를 들은 뒤, 세미나에 나와 이 문제에 대해 토론자로 참여해주길 청했다. C사장은 펄펄 뛰면서 손사래를 친다. 하고픈 얘기를 다 못하는 것이 현실이니, 이런 문제는 학계에서 파헤쳐 정책에 반영시켜 달라는 부탁만 받았다.

1990년대부터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관행의 개선이 중소기업정책의 중요한 목표의 하나로 자리잡아왔고, 납품대금 결제기일의 단축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C사장이 말하는 사각지대의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관계당국에서도 이들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보복 두려워 입 다물기 일쑤
이 때문에 올해 1월17일부터 ‘의무고발 요청제’가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청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소관인 하도급법 등 5개 법률의 위반사항에 대해 고발을 요청하는 경우, 공정위는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하는 제도이다.

이에 근거해 중기청은 지난 9월1일 성동조선해양(주) 등 3개 도급업체를 검찰에 고발하도록 요청한 바 있다. 이들 업체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계약의 기초가 되는 서면 미교부, 부당한 하도급 감액 등의 불공정 행위를 반복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와 공정거래위는 이달 15일 15개 업종별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불공정 하도급 신고센터’를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대부분의 하도급기업들은 앞의 C사장의 얘기처럼 대기업으로부터의 거래단절 등의 보복이 두려워 불공정 하도급 행위를 겪어도 신고를 꺼렸던 것이 사실이다.


조합이 실태파악 후 신고했으면

센터의 개소만으로도 불공정 도급행위를 일삼는 모기업들에게 주는 압박효과는 적지 않을 것이며, 불공정 행위를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고센터가 문을 열었다고 해서 하도급업체의 신고가 쏟아지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다. 신고인의 익명성이 영원히 보장된다는 안전장치에 대한 신뢰가 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고센터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보강하는 한편, 업종별 조합들이 조합원의 실태를 철저히 파악해 신고기능을 대행하도록 하는 방법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조합의 기능, 특히 조사연구기능이 획기적으로 강화돼야 한다.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는 일이 긴요하다. 하청업체들은 모기업  한 곳에 목줄을 맬 것이 아니라, 독특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거래선을 다변화할 수 있는 자체 능력을 키워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이 없으면 개별 중소기업의 존립 자체가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 기술개발력, 정보력과 마케팅 능력의 확충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모기업들은 정부의 권유나 규제가 없더라도 하도급업체가 우수 제품을 생산하는 강소기업이 되도록 실질적 지원을 늘려가야 한다. 우수한 중간재가 공급되지 않고서는 훌륭한 최종제품이 나올 수 없는 법이다. 하도급업체의 복수거래를 허용하고, 부당 단가인하, 부당 위탁축소, 부당 반품, 기술자료 유출 등 이른바 4대 불공정행위의 근절을 선도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우리 대기업들은 이제 착한 기업, 존경받는 기업으로 품격을 올려야 할 때가 됐다.

-글 : 최용호(경북대학교 명예교수, (사)산학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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