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도 재난 사이렌을 달자]재난관리자의 필요성

▲ 서울 ‘성북구 재난대비 긴급구조 종합훈련’이 지난달 31일 오전 국민대학교에서 실시됐다.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 훈련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세월호 사건의 여파는 여전히  소비심리는 물론 기업들의 투자심리까지 쪼그라들게 만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국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각종 재난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내 재난관리자를 둔 곳은 아예 찾기가 어렵고, 재해복구시스템도 전무하다. 이에 중소기업뉴스가 국내 재난 및 위기관리 전문가들과 함께 특별 기획칼럼 ‘中企도 재난 사이렌을 달자’를 5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재난 연구의 대가인 미국 예일대 찰스페로 교수는 아무리 주의해도 시스템의 복잡성 때문에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사고를 ‘정상 사고(Normal Accident)’라고 명명했다. 사회가 발전하고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실수’나 ‘사고’에 대비하는 안전장치도 물론 진화했다.

하지만 문제는 사소한 사고들이 누적되면서 발생하고, 아무리 소소한 문제라도 겹쳐서 발생할 때는 연쇄반응을 일으켜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즉 정상 사고는 흔히 발생하지는 않지만 한번 발생하면 파국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사고, 재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한번의 큰 사고는 폐업과 도산으로 직결될 수 있다.

최근 몇년 사이에 우리를 놀라게 했던 동일본 대지진,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 세월호 침몰사고까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사고가 부실한 관리, 대응체계와 맞물려 얼마나 무서운 재난으로 확대될 수 있는지 우리는 충격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이런 대형사고, 재난 사례는 재난관리의 직접적인 주체가 정부가 아니라 일반기업이 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시사점을 준다.

지진이나 테러로 본사 건물이 무너져 내려 흔적도 없이 사라진 회사가 망연자실하지 않고 바로 다음날 영업을 재개할 수 있을까? 초대형 허리케인으로 공장 시설과 장비가 온데간데 없이 날아가버린 회사가 문을 닫지 않고 조업중단 없이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까? 현실에서도 이런 기적적인 일들이 벌어진다. 9.11테러사건 당시 미국 세계무역센터에 입주해 있던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가 다음날 영업을 재개할 수 있었던 것은 ‘비즈니스연속성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재난전문가 상시활동해야
국내에서는 ‘기업재해경감활동’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기업재해경감활동은 자연재해, 화재, 정전 등의 사태로 기업의 중요한 업무가 중단됐을 때 목표시간 내에 업무를 재개할 수 있도록 전략과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총체적인 경영활동이다. 이러한 활동의 핵심은 총체적인 기업의 생존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건물에 불이 나도,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져도 비즈니스는 계속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에서는 ‘재해경감을 위한 기업의 자율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을 기반으로 기업재난전문가 육성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국방재협회는 이에 부응해 고용보험법에 따라 사업주와 협약을 체결하고 근로자를 위해 실시하는 직업능력개발 사업인 ‘국가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사업’을 통해 교육훈련비 전부와 운영시설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아 무료 연수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기업 재난대비 위기관리 역량을 함양시킬 수 있는 교육과정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사내 재해경감활동 관리자를 양성해 기업에서 재해경감활동을 실행, 점검, 개선하는 등 운영관리에 필요한 전반적인 지식을 함양하는 것으로 많은 여력을 갖지 못한 중소기업 경영진이 고려해볼 만한 프로그램이다.

불확실한 미래…유비무환 정신 절실
절대로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에 시간, 인력, 비용을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영진이라면 이해를 못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기업도 불확실한 앞날의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자연재해, 대형사고 등의 위기로 인한 충격은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고, 그 후폭풍은 예상치 못한 형태로 기업에 영향을 미친다.

조직·회사의 취약성을 파악하고, 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 일련의 조치와 활동은 그 누구도 대신해 주지 못한다. 미리 대비했던 기업과 현재의 분주함으로 준비하지 못했던 기업의 성적표는 재난의 순간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 우리 회사에 맞는 대책을 세우고, 어떻게 주요 자산과 임직원을 보호할 수 있을지 방법을 고민해보는 것으로부터 작은 실천을 시작해 보자.

- 글 : 김진영(한국방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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