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삼성라이온즈는 왜 강한가

희망은 삼성뿐이었다. 프로선수인 A는 직전 시즌에서 큰 부상을 당했다. 구단에서도 손을 놓다시피 했다. 구단의 재활 시설로는 회복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대로 은퇴하는 수밖에 없었다. 은퇴하고 나서도 문제였다. 잘못하면 평생 몸이 망가진 채로 살아야 했다. 소속 선수도 아닌데 구단에서 진료비를 감당해줄 턱도 없었다. 개인 자격으론 천문학적인 재활 치료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는 삼성의 문을 두드렸다. 삼성트레이닝센터가 있었다.

용인시에 있는 삼성트레이닝센터는 국내 최고 수준의 스포츠 재활 시설이다. 2007년 문을 열었다. 삼성그룹 산하 프로구단들의 합숙소와 최첨단 재활 설비가 합쳐져 있다. 프로선수들한테 부상은 다반사다. 자기도 모르는 부상을 당한 경우도 있다. 삼성트레이닝센터는 삼성 소속 프로선수들의 몸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준다. 빠른 시간 안에 최적의 상태로 회복할 수 있게 재활 프로그램을 짜주고 도와준다.

은퇴한 삼성라이온즈의 양준혁 선수도 현역 시절 삼성트레이닝센터의 도움을 받았다. 2009년 종아리 근육이 파열됐었다. 삼성트레이닝센터를 통해 양준혁 선수는 부상 전보다 오히려 더 강해져서 돌아왔다. 다친 종아리 근육만 치료한 게 아니라 전신의 균형을 회복시켜줬기 때문이다. 양준혁 선수 뿐만이 아니다. 삼성라이온즈 소속 선수들 중에 삼성트레이닝센터의 신세를 지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다.

프로야구단은 한 시즌에 128경기를 소화한다. 지독한 체력전이다. 시즌 중에 부상 선수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 시즌 초반엔 잘 나가던 팀이 잇따른 선수 부상 탓에 하위권으로 처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자칫 욕심을 부려서 무리하면 다음 시즌까지 망치기 십상이었다. 삼성트레이닝센터가 생기기 전엔 삼성라이온즈도 그랬다. 우승에 목말랐던 삼성라이온즈는 선수들을 혹사시켰다. 우승을 하려고 비싸게 데려온 선수들이었다. 본전을 뽑으려면 부상 따윈 무시할 수밖에 없었다. 악순환이었다.

2002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고 2005년과 2006년 연속 우승을 한 다음에야 삼성라이온즈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우승 이상의 목표를 추구하게 됐다. 메이저리그의 뉴욕 양키스처럼 절대 강팀이 되는 길을 찾았다. 그 해답이 삼성트레이닝센터였다. 선수들의 몸상태는 체계적으로 관리해서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시켜주는 스포츠 과학을 구단 경영에 접목시켰다.

삼성트레이닝센터는 과학이면서 철학이었다. 삼성 소속 선수들은 구단을 믿게 됐다. 부상을 당해도 구단이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준다는 신뢰가 생겼다. 자기 몸과 구단을 믿고 뛰는 삼성 선수들을 타 구단 선수들이 당해낼 수가 없었다. 결국 타 구단 선수들도 삼성에서 뛰는 걸 희망하게 됐다. 일단 삼성에 입단하면 나오지를 않는다는 말이 생길 정도였다. 몸이 재산인 프로 선수에게 삼성트레이닝센터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혜택이다. 큰 부상을 당한 프로선수들도 너도 나도 삼성 입단을 원하게 됐다. 삼성트레이닝센터는 삼성뿐만 아니라 프로선수 모두의 희망이 됐다.

삼성라이온즈는 2011년부터 4년 연속 정규리그 1위를 유지했다. 명실공히 최강팀이다. 한때 삼성은 돈성이라고 불렸다. 돈을 주고 비싼 선수들을 스카우트해서 단기 우승만 노린다는 비아냥이었다. 물론 지금도 삼성은 가장 부유한 구단이다.

대신 돈을 제대로 쓰고 있다. 삼성트레이닝센터처럼 최첨단 재활 센터를 만들었다. 경산볼파크처럼 2군과 3군 선수들이 제대로 훈련 받을 수 있는 경기장을 건설했다. 2014년엔 비비아크도 개관했다. 1군부터 3군까지 선수들한테 야구 기술을 체계적으로 지도해주는 시설이다. 기술전담코치는 25명이 넘는다. 코치들은 선수들에게 일대 일 야구 과외를 해준다. 야구는 기술의 스포츠다. 타격과 투구가 모두 섬세한 기술들이다. 이제까진 훈련은 함께 받아도 기술은 어깨 너머로 배워야 했다. 자연히 삼성 선수들의 기량이 일취월장할 수밖에 없었다.

메이저리그는 양키스와 나머지 팀들의 경쟁이라고 불린다. 한국프로야구도 삼성과 나머지 팀들의 경쟁처럼 변해가고 있다. 삼성이 이런 구도를 만들어낸 건 단순히 돈이 많아서만은 아니다. 경영과 과학을 스포츠에 접목시켰기 때문이다. 한때 해태타이거즈가 한국 야구의 최강자로 군림한 적이 있었다. 당시 해태는 이겨서 강했다. 삼성라이온즈는 좀 다르다. 이겨서 강한 게 아니라 강해서 이기고 있다.

2014년 한국시리즈가 끝나자마자 각 구단들은 진통을 겪고 있다. 그 해 성적에 대해 평가를 하고 책임을 묻는 건 당연한 진통이다. 문제는 평가와 진단과 해법의 논리다. 어떤 구단은 프런트와 선수들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체계를 만들기보단 사람부터 바꾸고 보는 전근대적 구단 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예전엔 삼성도 전근대적이었다. 지금 삼성은 현대적이다. 지금 한국 야구는 전근대적 야구와 현대적 야구가 한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비동시성의 동시성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의 현재는 타 구단들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걸 증명한다. 사자는 강하다. 강함엔 이유가 있다. 

- 글 : 신기주(에스콰이어 피처 에디터 「사라진 실패」 의 저자)
- 일러스트레이션 서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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