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포스트의 패션 비즈니스 담당 기자인 리사 마시가 쓴 ‘캘빈 클라인’(박미영 옮김)은 빈손으로 시작해 ‘cK’라는 브랜드로 패션 비즈니스 제국을 세운 한 디자이너의 성공을 그린 전기이다. 그의 사업 성공기는 그 자체가 한 편의 소설처럼 드라마틱하고, 그의 삶은 그보다 더 극적이다.
뉴욕 브롱크스 출신의 캘빈 클라인(60)은 1968년 친구의 아버지로부터 빌린 1만 달러로 작은 옷가게를 냈다. 코트를 만들어 팔면서 패션계에 입문한 그는 이후 30년 넘게 패션계의 최전선에서 끊임없는 논쟁거리를 만들어 냈다.
캘빈 클라인은 미국적 정서와 가치기준에 대해 계속해서 물음표를 던지면서 “심플한 것과 재미없는 것은 다르며, 패션은 단순하면서도 부드럽고 고급스러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고급 소재를 사용, 현대적이고 단순한 디자인, 정교한 재단 기술, 검정과 자연색으로 우아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주는 뉴요커의 옷을 만들고자 했다.
약물과 섹스, 모델들과의 광란의 파티에 탐닉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사무실 직원들이 쓰는 종이클립 색깔까지 정해주고, 자신이 매일 마시는 커피와 우유의 최적 비율을 맞추기 위해 주방 벽에 색상 견본책까지 걸어놓는 강박적인 완벽주의자. 이 책은 이처럼 모순으로 가득 찬 캘빈 클라인의 성격이 그의 작품과 삶에 어떻게 투영됐는지를 잘 보여준다.
한편 캘빈 클라인의 광고는 패션 광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알몸을 보여주고 섹스와 동성애를 전면에 부각시킨 것.
1980년대 초 십대 모델이었던 브룩 쉴즈가 캘빈 청바지를 입고서 “나와 내 캘빈 사이엔 아무 것도 없어요”라고 말하는 광고를 냈을 때 아동을 성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1985년 옵세션 향수 광고에는 서로 상체와 팔, 다리를 휘감고 있는 알몸의 모델들이 등장해 또 한번 충격을 던졌다.
책은 캘빈 클라인의 개인사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패션 비즈니스 환경과 패션계의 다양한 현장 이야기를 함께 엮었다. 루비박스 刊·9천900원·282쪽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