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동윤(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꼬박 7년이 흘렀다. 당시 최대 현안은 한·미 FTA였다. 미국과 FTA는 이미 체결한 칠레, 아세안과 차원이 달랐다.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는 주장과 미국시장 진출을 확대할 기회라는 주장이 있었다.

필자의 주장은 후자였다. FTA는 거대한 흐름이며, 그래서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 환영받지 못했다. 공개석상에 말을 할라치면, 노여움을 표하시는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많았다. “도움은 못 줄망정 우리를 망하게 하려는 거냐?”고 필자를 심하게 몰아붙였다.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더 많은 FTA가 체결되고, 정부의 수출지원도 많아졌다. 학계나 연구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교수들은 히든챔피언, 국제화, ‘본 글로벌’(born-Global) 등 다양한 화두를 던졌다. 중소기업에 관심도 없던 국책연구기관도 관련된 자료를 쏟아냈다. 히든챔피언은 광풍에 가까웠다.

이제 나가야 한다는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된 듯하다. 그러나 중소기업 글로벌화를 보면, 우리가 착각하는 것이 있다. 가장 흔한 것이 국제화와 글로벌화에 대한 개념의 차이이다.

국제화와 글로벌화의 차이
국제화는 유럽에서 주로 쓰인다. 국제화의 어원을 살펴보면, 국가(nation) 간(inter) 활동이다. 유럽에서 시장의 개념이 등장할 당시 영주체제가 주를 이뤘다. 시장의 크기가 지금보다 작았다. 기술은 도제제도를 통해 전수됐다. 기술을 배운 이들은 자연스레 스승이 있는 영주를 벗어나야만 했다. 국경을 넘어 다른 영주로 이동하는 공간의 이동이 발생한다. 이런 이들은 저니맨(journeyman)이라 한다.

우리는 이런 저니맨들을 ‘본 글로벌’이라고 치켜세운다. 정착한 곳에서 배운 기술로 시장이 원하는 물건을 만들었다. 정착한 영주도 시장 자체가 작으므로 수출을 해야 했다. 히든챔피언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우리 중소기업은 ‘본 글로벌’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히든챔피언을 따라 하기 어렵다.

우리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수직적 계열화를 통해 성장했다.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고, 대기업은 최종재를 완성해 수출했다. 정부가 중화학공업을 추진했기에 이러한 구도는 견고하게 정착됐다. 계열화촉진법까지 만들어진 이유다. 이런 중소기업에 국제화와‘본 글로벌’을 외친들 그 구도를 깨고 나올 중소기업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단순한 수출지원 넘어서야
글로벌화는 시장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 지금 세계는 ‘하나의 시장’으로 빠르게 통합되고 있다. 이러한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글로벌화다. 글로벌화는 국제화보다 더 공격적이며, 광의의 개념이며, 그래서 체계적이어야 한다.

글로벌화는 크게 4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제품이 시장에 진입하는 단계이다. 보통 수출을 통해 실현된다. 다음 단계는 생산요소의 이동이다. 노동, 기술, 자본이 시장이 형성된 곳으로 이동한다. 외국 자본과 노동자가 국내로 들어오고, 우리 기술과 자본이 해외로 나간다. 부품의 해외 조달도 빈번해진다. 자본의 이동은 투자이며, 부품의 조달은 수입이다.

이쯤 되면, 세번째 단계인 다국적기업이 된다. 기업의 국적을 분간하기 어려운 단계다. 생산은 동남아에서, 판매는 중국에서, 연구개발은 국내에서 혼재된 상태로 이뤄진다. 자본의 구성 또한 다국적이다. 이 단계에서 우리 중소기업은 적어도 중견기업까지 도달할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글로벌기업이 되는 것이다. 글로벌이라는 ‘하나의 시장’에서 생산, 판매, 경영이 일어나는 최종 단계이다.

단계별로 나뉘어 있지만, 글로벌화는 수출, 수입, 투자, 기술을 모두 포함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국제화의 개념에서 수출지원에만 매달린다. 단순한 개념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화는 보다 큰 그림이 필요하다. 그래서 더욱 치밀하게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정책의 목표는 물론 법과 제도도 새로운 개념에 맞게 고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과감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은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오동윤(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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