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 10월말에 관계부처 합동으로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대책’이 발표됐다. 그동안에도 히든챔피언 육성대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번 대책은 히든챔피언의 개념과 선정기준을 명확히 하고 부처별로 이뤄져온 육성정책을 통합해 글로벌 성장단계를 고려한 2단계 지원체계를 통해 2017년까지 100개의 히든챔피언과 1150개의 히든챔피언 후보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 핵심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그동안 독일의 히든챔피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논의는 많았지만, 히든챔피언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 기업을 말하는 건지 명확히 제시된 적은 없었다. 히든챔피언이 독일에는 1300여개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23개 밖에 없다는 사실은 많은 논의에서 지적됐지만 그 23개 기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인지, 또 그 기업들이 정말 히든챔피언에 걸맞는 기업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뉴엘’파문 재발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육성대책에서 독일식 히든챔피언의 기준이 아닌 우리만의 기준을 제시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형 히든 챔피언이란 “세계시장을 지배(시장점유율 1~3위)하면서, 집중적 연구개발(혁신성)과 적극적 해외시장 개척(글로벌 지향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독자적 성장기반(독립성)을 갖춘 중소·중견기업”으로 정의된다.

아울러 히든챔피언의 선정기준을 세계시장 점유율 같은 시장 지표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글로벌화, 인재육성 친화도, 독자적 성장기반 등 다양한 지표를 포함시키기로 한 것은 경영의 질적 도약을 위한 기업의 다양한 혁신노력을 촉진시킨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서도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가장 큰 문제점은 기업경영자에 관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수출입은행이 히든챔피언으로 선정했던 모뉴엘이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로 최근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던 것에서 잘 알 수 있는 것처럼 기업성장과정에서 경영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경쟁력 핵심은 경영자 자질
동일한 기술을 갖고도 휴맥스 같은 대기업이 될 수도 있고 모뉴엘 같은 부도기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대기업과 부도기업으로 가는 갈림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결국 경영자의 경영마인드와 경영능력에 달려 있다.

경영자가 자신의 이익극대화에만 관심있는 기업이라면 머지않아 성장의 한계가 보일 것이고 경영자가 확고한 미래비전과 철학을 갖고 종업원과 고객, 투자자 등 관련 이해당사자 모두의 이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비전과 능력을 가진 기업이라면 어떤 난관이 있어도 성장의 한계를 뚫고 나갈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비전과 능력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이다. 그것은 먼저 경영자 스스로가 비전과 능력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그리고 기업을 지원하는 기관들은 이러한 경영자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축적하고 모니터링해 제대로 된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기업은 자신의 비전과 능력에 관한 정보를 외부에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오픈경영을 하고 지원기관은 이런 정보의 축적과 모니터링을 통해 제대로 된 오픈경영을 하는 기업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기업들은 정책지원에 대한 바램은 많으면서도 정보공개에는 인색한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지원기관도 담보나 보증에만 안주한 채 기업모니터링을 소홀히 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히든챔피언을 찾다 히든폭탄을 맞는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오픈경영을 통해 오픈챔피언으로 성장하겠다는 경영자의 결단과 이런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육성한다는 정책으로의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 글 :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