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남고산성’]산행 걸음걸음 역사가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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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남고산성’]산행 걸음걸음 역사가 밟힌다
  • 이신화 자유기고가
  • 호수 2002
  • 승인 2014.11.24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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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경대길

전주 여행지로는 한옥마을만 있는게 아니다. 전주 시내를 발 아래 두고,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산들이 있다. 전주시가지 동쪽에는 기린봉(306m), 승암산(306m)이, 남동쪽에는 남고산(248m)이 있다. 모두 시가지를 보호하듯 성벽처럼 둘러싸고 있는 형세로 실제로 산성이 있다. 따로따로 찾아가야지만 전주 여행길에 놓치면 절대 안되는 매력 만점 여행지다. 특히 남고산을 에두르고 있는 남고산성의 만경대, 억경대, 천경대의 조망지에 서면 묵은 시름은 사라진다.

남고산은 옛날에는 고대산, 고달산으로 불리었던 고덕산(603m)의 한 봉우리다. 남고산의 남고산성(사적 제 294호)을 잇는 등산로는 여러 갈래지만, 동서학동쪽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우선 충경사를 만나게 된다. 충경사는 임진왜란 때의 의병장으로 활약했던 충경공 이정난(1529~ 1600년)을 모신 사당이다. 이정란은 선조 1년(1568)에 증광문과 병과로 급제해 벼슬길에 올랐다. 하지만 당시 같은 동향출신인 정여립(1546~1589년)과 대립관계에 있었다.

당시 요직에 앉아 있던 정여립은 이정난을 수시로 방해했다. 성균관전적, 해미현감, 양재찰방, 개성부도사로 전전하다 사임하고 향리에 은거했다. 이정란이 관직에서 물러나 있을 때 임진왜란(1592년)이 발발했고 왜군들은 대둔산 배티고개를 넘어 호남으로 밀어닥쳤다. 그는 64세의 나이로 의병을 모았다. 소양을 거쳐 진안 쪽으로 공격해오는 왜군을 무찌르는 등 전주부성을 지켰다. 이 소식을 들은 조정에서는 태상시첨정으로 임명했다.

이어 수원부사에 오르고 공주목사가 되었으나, 행정능력이 부족하고 진휼과 농정에 소홀하다 해 탄핵, 파직됐다. 그후 정유재란(1597년)때 다시 왜군이 전주성을 포위했다. 당시 전주부윤(조선시대 지방관청인 부(府)의 우두머리)이 죽자 선생이 전주부윤 겸 삼도소모사에 제수됐다. 남고산성 일대는 이정란의 호국정신이 서린 역사적 전적지다. 이후 72세로 사망했다. 이정란의 용기와 충정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순조 때 충경공의 시호를 받았다.

충경사를 지나 길을 따라 오르면 산성마을이다. 전주 도심과 거리가 멀지 않음에도 전원 풍치를 보여준다. 작고 오래된 하천을 끼고 다소 가파른 도로를 따라 집들이 들어서 있다. 한눈에도 ‘부’와는 거리가 있는 도심 속 시골마을이다. 벽에 벽화가 그려져 있어서 지금은 산성벽화마을로 불린다.

2011년에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가 실시한 ‘친환경 생활공간 조성’ 사업 공모에 선정됐다. 다양한 테마로 그려진 그림 속에서도 어릴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에 눈길이 더 간다. 동심세계는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한다.

이제 남고산성으로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해야 한다. 남고산성은 견훤이 후백제를 세웠을 때 쌓은 성이다. 성안에는 우물이 7개, 계곡이 있었다고 한다. 그후 최영일이 글을 짓고 서예가 이삼만이 쓴 남고진사적비(南固鎭事蹟碑)에 따르면 1812년(조선 순조 12) 관찰사 박윤수가 산성을 고쳐 쌓고 남고산성이라 했다고 기록돼 있다.

당시 보수공사 때 4군데의 연못, 25개의 우물, 민가 100여채가 성내에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남고산성은 고덕산과 천경대, 만경대, 억경대로 불리는 봉우리를 둘러싸고 있어 천연의 요새 역할을 했다. 남동쪽으로는 남원, 고창으로 통하는 교통상의 중요한 곳을 지키고, 북쪽으로는 전주를 내려다보는 자리에 위치한다.

총 길이 2950m의 성이다. 길지 않은 성벽이지만 걷는 코스가 의외로 복잡하다. 좋은 방법은 버스 종점을 지나 서암문지에서부터 트레킹을 시작하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다. 서문 터 옆에는 남고산성의 유래를 밝힌 남고진 사적비가 있다. 이어 남고사 안내판을 따라 가파른 길을 따라 올라가면 ‘만경대 암각서’를 만나게 된다. 포은 정몽주 선생이 지었다는 ‘만경대’라는 우국시가 새겨진 큰 바위다. 이 시는 정몽주의 ‘포은집’ ‘신증동국여지승람’ ‘전주 산천조’에 실려 있다. 암각서는 영조 22년(1742)에 진장 김의수가 각자했다고 전해온다. 또 우국시 옆 암벽에는 순조20년(1820)에 전라도 관찰사 이서구가 포은 정몽주의 시를 보고 새긴 시도 있다지만 긴 세월, 글자는 마모돼 눈으로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대신 사진이 걸려 있다.

암각서에서 50m만 오르면 만경대다. “만가지 경치를 볼 수 있다”해서 붙어진 이름이다. 전주가 한눈에 조망되는데 이 방향에서는 한옥마을쪽보다는 완산구 칠봉이 더 선명하게 잡힌다. 만경대 지척에는 남고사가 있다. 남고사는 신라 문무왕 8년(668)에 고구려에서 백제로 귀화한 보덕의 제자 명덕이 창건했다고 전해온다.

원래는 남고연국사였다가 남고사로 바뀐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조선 영조 때 편찬된 한 문헌에만 남고사로 표기되어 있다. 현재의 대웅전 오른쪽 앞 건물자리가 옛 절터 남고사지(전라북도 기념물 제72호)다. 예로부터 해질녘에 들리는 남고사의 종소리를 남고모종(南固暮鐘)이라 해서 전주8경의 하나로 꼽았다.

남고사를 비껴 산정으로 오르면 성벽이 이어지고 ‘억경대’를 만나게 된다. 만경대하고는 방향이 바뀌어서 전주 시가지가 확실하게 조망된다.

특히 한옥마을이 완벽하게 가늠된다. 성곽을 따라 동쪽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북장대’다. 군사 훈련지였다는 북장대는 생각보다 터가 좁다. 성곽 길은 북포루대와 동문지를 지나 동포루대~동암문지~남암문지 천경대로 이어진다. 천경대에서의 조망도 멋지다. 성곽을 따라 내려오면 삼경사라는 개인사찰이 있다. 계곡 옆에 있는 약수터가 독특하다. 또 동문지 갈림길에서 내려서면 관성묘(전북문화재자료 제5호)와 서암문지로 이어진다.

아스팔트 포장 길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는 관성묘는 조선시대 사당으로 주왕묘 또는 관제묘라고도 한다. 관성묘는 고종 32년(1895) 전라도관찰사 김성근과 남고별장 이신문이 각처 유지들의 헌금을 받아 건립했다. 중국 촉한의 장수 관우를 무신으로 모시고 제사 지낸다.

■여행정보
○충경사
완산구 동서학동, 문의:063-281-2024/남고사:완산구 동서학동 724, 문의:063-284-9640/정몽주 암각서:완산구 동서학동 산 153(만경대에서 50m 지점)/관성묘:동서학동 613, 문의:063-281-2024/남고산성 문의:전통문화과(문화재):063-281-2167~7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전주 IC → 반월교차로에서 시청방면으로 난 26번 국도로 우회전 → 조촌교차로에서 시청 방면(기린대교)으로 좌회전 → 한벽대교를 건너서 서학로(전주교대)로 우회전 → 서학파출소쪽으로 좌회전 → 산성마을
○별미집
전주 초보 여행자라면 전주 비빔밥(가족회관, 063-284-2884), 콩나물 해장국(동문원(063-284-3339), 왱이집(063-287-6979), 삼백집(063-284-2227) 등), 피순대(남문 시장내의 풍남집(063-282-4289), 백반(죽림집(063-284-4030) 등을 즐길 수 있다. 막걸리촌으로는 삼천동과 서신동(예촌), 경원동 쪽을 이용하면 된다.

좀더 깊숙한 맛을 음미하려면 예촌 면사무소(063-286-0909, 우아동, 치자넣은 웰빙 국수), 이연국수(063-242-0036, 덕진구, 3000원 국수), 새싹막회(063-246-3456, 우아동), 남문 시장내의 동래분식(063-288-4607, 깨죽, 팥죽) 등을 찾으면 된다. 한옥마을에서는 오목대사랑채(063-232-8533, 갈비탕), 베테랑(063-285-9898, 들깨칼국수), 외할머니 솜씨집(063-232-5804, 흑임자빙수, 팥죽)을 꼽을 수 있다. 간식꺼리로는 PBN풍년제과(063-285-6666, 견과류 첨부된 초코파이), 길거리야(063-286-5533, 바게뜨 샌드위치)를 기억하면 된다. 또 전주 ‘가맥집’이 인기인데 전일슈퍼(063-284-0793, 경원동3가 13-12)가 괜찮다.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서는 태봉집(063-283-2458, 홍어탕), 아시아 스푼(063-285-4566, 완산구 고사동 130-1)은 세련된 공간에서 저렴하게 파스타와 피자를 즐길 수 있다. 나무라디오(063-232-7007, 완산구 고사동 392-4)는 멋진 카페다. 한옥을 개조해 만든 곳에서 마시는 커피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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