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승환(배화여자대학교 교수)

“현재 당면한 업무를 처리하기에도 인력과 예산이 빠듯한데, 당장 발생하지도 않은 재난을 위해 투자는 전혀 엄두도 못 냅니다.” 기업인과 만나 재해, 재난 대비를 위한 재난관리시스템 구축을 제안하면 대부분 이렇게 손사래를 친다.

특히 중소기업에게 있어서 재난관리 분야는 기업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와 상관없이 일반적으로 경영자의 중요한 관심사에서 벗어나 전략수립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이는 선택의 대상이 아닌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대기업은 물적, 인적, 재무적 자원이 풍부해 대규모 재난이 발생해 하나의 생산라인이 멈추더라도 유휴 생산라인을 통해 위기에 대응하고 피해를 최대한 경감시킬 수 있다.

반면, 생산라인이 하나뿐인 중소기업의 경우는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공정이 마비된다는 건 적시에 제품을 고객에 납품할 수 없음과 동시에 기업의 신뢰도 하락은 둘째 치고 바로 거래 중단으로 이어진다.

사실 중소기업의 경우는 급변하는 경영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그리고 소규모 조직과 비교적 적은 관리 대상 위험과 이해관계자, 그리고 신속한 의사결정과 조직 내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장점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규모가 방대한 큰 조직에 비해 재난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에 더 용이할 수 있다.

초기부터 전사적인 차원에서 재난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 보다는 우선적으로 필요한 핵심 부문에 목표와 범위를 설정하고, 현재 가용한 자원을 기반으로 전략을 수립하는 방법이 보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다.

재난에 안전한 공급망 갖춰야
최근 들어 크게 일어나는 재해, 재난에 매우 취약한 공급망이 새롭게 주목 되면서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이들에게 제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력업체, 공급업체에 대해 과거와 달리 매우 강도 높은 재난관리체계와 시스템 구축을 요청하고 있다.

재해나 재난과 같이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큰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납기 차질 없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이러한 요구사항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열악하거나 작다고 해서 봐주거나 하지 않으며 공급망으로 연결된 모든 기업에 대해서는 동일한 수준의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중소기업의 재난관리시스템 구축은 선택이라고 말할 수 없으며 이제는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받아들어야 하는 기업의 중요한 과제라고 말할 수 있다.

나중이 아닌 바로 지금 관리하라
다행히도 새롭게 출범한 국민안전처에서는 재해경감을 위한 기업의 자율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중소기업의 효율적인 재난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해 다양한 지원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의 재난관리시스템 구축을 지원 및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통해 관련 소프트웨어 무료 배포 및 교육훈련, 시범사업, 제도적 지원사업 등을 마련하고 있는 중인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며 이러한 제도,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는 것을 중소기업 CEO에게 권장하고 싶다.

조직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드러나는 것보다 내재된 부분이 더 큰 위험을 자초할 수 있다. 숨어 있는 진짜를 꿰뚫어 보지 못할 때 문제는 괴물이 돼 조직 전체를 집어 삼켜버리고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위험은 단일 사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쇄 반응한다. 하나의 사고가 다른 사고, 재난을 깨우기 전에 그 연결고리를 끊어 내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당장의 비즈니스의 어려움으로 인해 자칫 간과할 수 있는 위험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내는 노력을 시작할 때 회사는 위기에 보다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고 불확실성도 줄일 수 있다.

- 글 : 윤승환(배화여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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