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서재]김우중과의 대화

한때 김우중은 샐러리맨의 우상이었다. 그는 1967년 서른살 젊은 나이에 자본금 500만원짜리 미니기업 대우를 창업했고, 30여년 만인 1997년 41개 계열사, 396개 해외법인에 자산총액이 76조7000억원, 국내 매출만 60조원에 달하는 재계 2위의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1989년에 펴낸 자서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청년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면서 무려 150만권이나 팔려나가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하지만 대우는 IMF 외환위기를 맞아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다 1999년 8월26일 채권단의 워크아웃 결정으로 그룹이 해체되는 비운을 맞았다. 김우중은 1999년 10월 유럽·아프리카 출장을 떠났으나 2005년까지 돌아오지 못했다.

15년이 지난 지금, 김우중은 대우그룹의 성장과 해체에 관한 진실을 새롭게 밝히는 회고록 성격의 대담록 <김우중과의 대화>(북스코프, 2014년 8월)출간했다.

이 책에는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와 김우중이 20여 차례 만나서 150시간 동안 나눈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김우중이 15년 동안의 긴 침묵을 깬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명예회복에 대한 강한 의지 때문이다.

그는 “역사에 정당하게 평가받고 과연 대우그룹의 해체가 합당했는지 명확히 밝혀지길 기대한다”면서 “대우그룹의 해체 과정은 경영실패 때문이 아닌 정부의 기획해체에 가깝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실패한 경영자라는 오명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국가와 미래 세대에 반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김우중과의 대화>는 자기변명만 늘어놓은 책은 아니다. 부제인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가 강조하는 바와 같이 이 책의 중심테마는 김우중답게 ‘세계경영’이다. 김우중이 젊은 날 펼쳤던 세계경영의 노하우에서부터 상생의 기업경영과 국가발전을 위한 제언, 남북관계의 개선방안과 젊은이들의 해외진출을 위한 조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제조업 투자를 적극적으로 계속 하지 못한 것을 가장 아쉬워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인 양극화와 중산층 붕괴 또한 IMF 외환위기 때 시스템을 잘못 만들었기 때문에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그는 진단하고 있다.

‘역사는 승자의 역사’라고 하지 않았던가. 패자에게는 옳고 그름을 떠나 너무 쉽게 돌팔매질이 가해진다. 특히 대우그룹의 해체 과정은 정경유착을 통한 고속성장, 무리한 차입경영, 무분별한 문어발식 확장, 총수 1인의 황제경영 등 재벌체제의 모순이 압축적으로 터진 상징적 사건이란 너무 일방적인 시각이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다. 이 책의 출간 이후, 김우중은 옛 대우그룹 임직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시간이 충분히 지났으니 잘못된 사실을 바로 잡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욕은 먹을 만큼 먹었으니 제대로 역사적 재평가를 받고 싶다는 것이다.

김우중은 최근까지 베트남 하노이에 머물면서 2012년부터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청년사업가 양성사업’(GYBM, Global Young Business Manager)에 매진하고 있다. GYBM은 한국의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국내의 대졸 취업·창업 준비생을 선발해 국내와 베트남에서 약 1년 동안 연수를 받은 후, 베트남 현지에서 취업·창업을 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 글 이채윤 / 삽화 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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