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기보(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中 내수시장 잡느냐가 성패 열쇠
한·중 FTA는 서로 민감한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데 더 역점을 둔 낮은 수준의 FTA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자동차를 포함해 주요 화학제품과 굴삭기 등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을 양허 대상에서 제외했고, 우리나라는 농산물 34%를 양허에서 제외해 결과적으로 역대 최저 수준의 합의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중FTA는 한·미 FTA나 한·EU FTA를 넘어서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한·중 교역규모는 한미 교역규모의 2배를 넘어서고 있으며, 우리나라 기업의 대중국 직접투자 규모 역시 최대 수준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한·중 교역규모는 2288억달러에 달했으며, 우리나라의 대중국 투자규모는 50억4000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흑자는 628억달러에 달했으며, 누계 기준으로 무려 400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중국 상무부 통계에 의하면 중국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은 5만여개에 달하며, 그 중 2만5000여개의 기업이 여전히 생산 혹은 판매 활동에 종사하고 있다.

수입 중간재 가격경쟁력 높아져
당초 한·중 FTA는 우리나라에 여러 방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됐다. 쌀이나 고추, 마늘, 양파 등 양념류 등의 농산물은 관세철폐에서 제외됐으나 위생검역이나 통관절차가 간소화됨으로써 비관세장벽이 상당부분 제거됐다.

농산물보다 더 우려되는 부문은 단순 노동집약적인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 제조업체들이라 할 수 있다. 중국산 저가 공산품에 밀려들 경우 농축산업과 달리 정부의 재정지원이 취약한 중소 제조업체들이 연쇄적으로 도산해 대량실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음으로 텐센트, 알리바바 등과 같은 대형 IT 기업들이 우리나라 기업들을 인수합병(M&A)할 가능성도 크다. 마지막으로 전자상거래의 경우 중국 기업의 우리나라 시장점유율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FTA가 중소기업에 가져다주는 기회 역시 어느 FTA보다 큰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는 기업이 한·중FTA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다. 중국에서 부품 등 원부자재를 수입해 우리나라에서 완제품을 만든 후 다시 중국으로 수출하는 기업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원부자재 수입관세 면제, 중국에서 완제품 수입관세 면제 등으로 이중 수혜를 입을 수 있다.

중국에 진출해 현지에서 생산과 판매를 하는 기업들 역시 적지 않은 수혜자가 될 수 있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은 상당부분의 부품 등 중간재를 한국에서 가져다 중국에서 완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입 중간재의 관세면제 혜택을 입을 경우 중국 내수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는 목적이 주로 내수시장 개척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중FTA로 인한 가격인하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정 업종 일방적 수혜 없을 것
중소기업에게 의미 있는 수혜업종은 석유화학(프로필렌·에틸렌 등) 등 일부 주력 소재제품과 패션(의류·악세사리 등), 영유아용품, 스포츠·레저용품, 건강·웰빙제품(의료기기, 식품 등), 고급 생활가전(냉장고·에어컨·밥솥 등) 등을 들 수 있다. 그 외에 화장품, 식품 등 한류 관련 상품의 수출이 더욱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수혜업종을 고려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최근에는 동일한 산업 사이에서 무역이 이뤄지는 산업내 무역이 많아지면서 특정 업종이 일방적으로 수혜를 입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생활가전의 경우 고급 가전이 아닌 범용가전의 경우 수입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석유화학의 경우에도 모든 품목이 관세철폐 대상이 아니며 파라자일렌, 텔레프탈산 등 핵심적인 품목들은 그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한편 환경, 법률, 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시장도 개방되면서 수혜가 예상된다. 또한 건축·엔지니어링, 건설서비스 면허 등급 판정시 한국에서의 실적도 인정받게 되면서 건설사의 중국진출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

- 글 : 구기보(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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