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계상황 다다른 기업의 생존·성장 묘약
재해와 같은 엄청난 스트레스가 닥치면 인체는 즉각적이고 반사적으로 생존반응을 하게 되는데, 이는 우리 몸 속에 선천적으로 프로그램화된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가 작동한 결과이다. 여기에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뛰어난 방어기제가 가세하는데, 이는 경험과 훈련을 통해 배우는 것이라고 한다. 우주비행사, 특수부대 등 극한 상황에서도 맡은 바 임무를 철저히 완수하고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조직을 훈련하는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실제 위협은 준비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라고 조언한다.
재난 위험의 4가지 특징
기업도 마찬가지다. 미리 준비하고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더 많이 준비할수록 비상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의식이 강해지고 막연한 공포심도 줄어들게 된다. 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재난 위험은 본질적으로 다음의 네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첫째로, 파급 영향이 심대하다. 대규모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경영자는 사업을 지속할 지 여부에 대한 결정에 직면하게 된다.
재해극복과 사업재개를 위해 새로운 설비를 구매하거나 사업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을 강화해야 하나, 이는 더욱 큰 규모의 부채를 양산할 수 있고 충분히 수익을 올리지 못할 경우 사업자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 재구축의 부담이 너무 커지게 된다.
둘째로, 빈번하지 않은, 즉 발생확률이 미미하다. 재해는 예상치 못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사전 대응이 쉽지 않고 재해에 대한 경험이 있다 하더라도 피해가 작았던 경우에는 그 영향을 경시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셋째로, 피해 파악과 입증이 모호하다. 즉, 피해 상황을 정확히 알기 어렵고 피해의 원인과 결과를 제대로 파악하거나 피해규모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후적으로 정부 재정지원이나 금융기관 융자 등 대책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넷째로, 짧은 시간에 내려야 하는 의사결정의 압박이다. 재해가 발생하면 핵심정보가 파악되지 않거나 없는 상태에서 사업 재개나 자금조달을 결정해야 할 경우가 많으며, 시기를 놓칠 경우 지원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기회를 상실하게 되고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대안적 계획이 없는 경우가 많아 민첩한 의사결정이 절대 용이하지 않다. 결국 중소기업의 경우 특히 체계화된 재난 위험에 대한 대비 수단을 갖추지 못한다면, 같은 재해를 직면하더라도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에 비해 받는 충격과 파급 영향은 더욱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악의 지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건물은 항상 있게 마련이고, 아무리 끔찍하게 보이는 사고일지라도 살아나오는 사람은 반드시 존재한다. 주변이 폐허로 변해도 그 건물만 무너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사고 희생자와 달리 생존자는 과연 어떤 점에서 달리 행동해 생존 기회를 높였을까?
생존 가능시간을 체크해야
여기서 우리는 ‘리질리언스(resilience)’란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드물면서도 큰 파장을 가져오는 충격으로부터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과 속도를 의미한다. 기업의 리질리언스란 재해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핵심적인 사업목표를 달성하는 기업의 역량인 셈이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경험과 훈련, 그리고 준비를 통해 만들어지는 제2의 ‘방어기제’와 맥락을 같이 하며 리질리언스를 갖고 있는 기업은 예측가능한 사건 사고뿐 아니라 불확실성 하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위기상황에서도 빠른 업무 재개와 정상화가 가능하다. 이러한 역량을 만들기 위해서 필자는 실제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생존을 위해 우리 회사가 어떤 대응과 조치를 해야 하는지 임직원이 모두 모여 모의훈련을 한번 수행해 보는 것을 권고한다.
한계 상황 하에서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요인들을 정의해야 한다. 필수적인 요소들 없이 얼마 동안 우리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지, 즉 최대로 허용 가능한 수준은 어디까지이고, 어떤 비상 상황에까지 대비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할 수 있다. 결국 이를 통해 한정된 자원과 인력을 가지고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방안과 무엇이 추가적으로 필요한지를 파악할 수 있다. 리질리언스 역량을 갖추는 것이야 기업 생존과 성장의 ‘묘약’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 글 : 유종기(한국IBM 글로벌테크놀로지서비스 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