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

새해가 다시 떴다.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소망을 담는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희망은 절망의 끝에서 온다고 했다. 이제 다시 뛰어야한다.

미국만 예외일 뿐 세계경제 전망은 어둡고 국내 경제는 얼음장이다. 가계부채는 1060조원에 이르렀다. 서민들의 삶은 쪼그라들고 일자리 찾는 청년들은 절망의 벽을 느낀다. 

지난해 우리가 겪은 사건사고는 모두 인재였다. 특히 세월호 참사는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다. 문제의 본질을 찾고 해법을 마련하기는커녕 정치권이 끼어들면서 문제가 오히려 꼬이고 갈등은 증폭됐다.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도 그 실체가 어떻든 사회를 혼란시키는데 한몫을 했다. 최고 권부가 이렇게 허술할 수 있는가. 

갈등과 사건사고가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어떤 갈등이든 그걸 풀고 사건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교훈을 얻고 사회는 발전한다. 그러나 우리는 갈등을 풀기는커녕 오히려 키운다. 사건사고가 터지면 거기에 휘말려 국가적 과제가 실종된다. 세월호에 발이 묶인 나날이 얼마였던가.
정치권은 복지만을 외친 결과 무상급식과 누리과정예산을 둘러싸고 중앙과 지방정부, 교육청이 시비를 벌이는 일이 일어났다. 돈 때문이었다. 돈 타령은 시작에 불과하다. 예산이 없는데 무슨 수로 무상복지를 계속할 수 있는가.

조급증’버리고 구조개혁 나서야
이제 다시 경제성장에 매달려야한다. 성장률 1% 더 높이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아는가. 성장률 1% 증가는 2013년의 경우를 예로 들면 국내총생산(GDP)을 14조3000억원 증가시킨다(2013년 GDP 1428조원). 이는 분배 가능한 부가가치의 창출이다.

경제 살리기가 급하지만 조급증은 버려야한다. 일본은 경기침체 때마다 단기부양에 매달려 구조개혁을 외면, 경제체질을 바꾸지 못하고 불황을 키웠다. 그게 1990년대부터 시작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었다. 우리가 일본을 닮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돈을 풀고 금리를 내린다고 투자가 늘어나고 경제가 활기를 띠는 게 아니다.

대통령이 주재해서 규제개혁 끝장토론을 했지만 기업의 발을 묶는 규제의 쇠사슬은 여전하다. 국회는 한시가 급한 경제활성화 법안들을 뭉개면서 아까운 시간을 놓치는가 하면 국민들의 반기업정서는 줄어들지 않는다.

‘정치가 경제 걸림돌’오명 벗길
기업을 경제의 견인차라고 한다면 이래서는 안 되는 것이다. 기업이 앞서서 환골탈태해야 하지만 기업환경개선도 서둘러야한다. 가업을 잇는 장수기업 육성도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가업상속공제 확대 및 요건완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지난 연말 국회에서 부결됐다. ‘부자감세’‘부의 대물림’이라는 허구적 정치논리에 막힌 것이다.

경제 살리기의 최대 걸림돌은 정치다. 그동안 정치판이 쏟아낸 복지공약은 경제에 독이자 버거운 짐이 돼있다. 2015년에 선거가 없어 경제 살리기 골든타임이라고 했는데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으로 국회의원 보선이 실시된다.

정치인만 탓할 게 아니다. 유권자가 더욱 현명해야한다. 선거가 있든 없든 정치가 경제에 재를 뿌리지 않는 세상이 돼야한다.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분에 넘치는 복지를 외치면서 기업 때리기로 표를 얻겠다면 경제회생이란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새해 새 각오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막연히 희망을 말해서는 안 된다. 경제체질을 바꾸고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시급한 것은 노동시장과 공공부문 개혁이다. 정부가 진짜 욕먹을 각오를 하고 이를 추진한다면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정치가 경제에 발목을 거는 일을 막아내고 경제에 ‘올인’하자.

이런 세계적 불황에 버티면서 한 발 앞서간다면 그 선점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우리는 어떤 난관이라도 뚫고 전진해야한다. 그게 우리가 살 길이다.

- 글 :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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