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을미년(乙未年)의 해가 밝았다. 지난해에 이어 청(靑)의 기운이 듬뿍 담긴 ‘청양(靑羊)’의 해로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푸른색의 의미가 더해져 더욱 희망적이다.

‘청양’은 개인은 물론 가정에 큰 행운을 불러온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양(羊)은 성질이 유순하고 무리를 지어 사는 순한 동물로 가족 간의 애정도 깊기 때문이다. 또한 푸른색은 지혜와 평화 등 긍정의 의미를 품고 있다. 휴대폰 문자메시지 등 SNS를 통한 새해 인사가 대세지만 연하장에 손글씨로 마음을 전한다면 특별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연하장에 대해 알아본다.    

받는 사람 지위따라 길이 달라
연하장은 새해의 시작을 알리고, 축복하는 글을 담아 전달하는 오래된 미풍으로 동서양에 모두 존재한다. 15세기 독일에서 시작됐지만 활성화된 건 그로부터 한참 뒤인 19세기 후반 영국과 미국에서다. 당시 영국과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고받을 때 신년 인사를 함께 했는데, 이것이 현재 연하장의 전신으로 알려진다.

동양의 경우 중국과 일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중국에서는 주나라 때 환갑(60)·고희(70)·미수(88)·백수(99) 등을 축하하던 풍습에서 유래됐다. 받는 사람의 지위가 높을수록 연하장 겉모습이 화려한 것이 특징인데 길이가 무려 6m나 되는 것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은 8세기 나라시대 때 궁궐 귀족 간 주고받은 안부편지에서 기원을 찾고 있다.

세함에서 모바일 연하장까지
우리 역사에서도 조선시대 때 서양에서 신년 인사를 하는 것과 비슷한 풍속을 볼 수 있다. 신년 초 직접 찾아가 인사하지 못할 경우 아랫사람을 시켜 문안의 서찰을 보내는 풍속이 있었다. 바로 조선시대 ‘세함(歲銜)’이다. 

새해 첫달 각사(各司)의 아전과 군영(軍營)의 교졸들은 관원이나 상관의 집을 찾아가 인사를 하고 자신이 다녀갔다는 표적으로 세함을 놓고 나오는 것이 관례였다. 손님을 맞는 사람들은 정초가 되면 자신이 집을 비운 사이 세배 온 사람이 명함을 두고 가도록 ‘세함상’이라는 상자를 마련해 두거나 이름을 적어 둘 수 있도록 세장(歲帳)과 벼루, 붓 따위를 준비해 두는 것이 상례였다.

바깥출입이 자유롭지 못했던 부인들은 새해 첫달 초사흘이 지나면 여종을 곱게 차려 입혀 일가친척 등 어른들을 찾아뵙도록 했다. 이때 대신 인사를 하는 이들을 문안비(問安婢)라고 불렀다. 문안비를 맞는 집에서는 세뱃돈과 세배상을 대접했으며 답례로 자기 집의 종을 보냈다.

문안비들이 들고 다니는 단자에는 보통 소재(蘇才:소동파의 재주를 갖추라는 뜻)·곽복(郭福:곽자의처럼 부자가 되라는 뜻)·희자(姬子:왕희처럼 자녀복을 누리라는 뜻)·팽수(彭壽:팽조처럼 3000년 장수를 누리라는 뜻) 등의 글이 들어 있었다. 집 주인의 상황에 맞게 문안비들은 글자를 골라 적었다.


클릭만으로도 손쉽게 여러 사람에게 보내
우리나라 최초의 연하장은 1900년 우정국에서 발행한 것으로 가로 17㎝, 세로 11㎝ 크기다. 우정국 청사와 전통의상을 걸친 우정국 관리들을 배경으로 한 이 연하장은 아랫부분에 신년 축하 메시지를 담았다. 이후 민간 카드제조업체가 생겨나면서 다양한 형태의 연하장들이 쏟아져 나왔다. 오늘날과 같은 새해 축하인사용 ‘연하전보’ ‘연하우편’ 등이 등장한 건 우편제도가 생겨나면서부터다.

우편제도와 함께 탄생한 연하전보는 신년 축하를 위한 특별 취급 전보로, 우체국에서 연말에 미리 받아 뒀다가 새해 1월1일자 소인을 찍어 배달했다. 연하장의 대표적 문구는 ‘근하신년(謹賀新年)’이다. 연하장은 해, 학, 소나무 등 주로 장수나 복을 상징하는 다양한 그림, 겨울 풍경, 한국의 전통 풍습, 해당 연의 띠 동물 등이 새겨졌다.

인터넷과 휴대전화 기능이 발달하면서 연하장을 주고받는 모습도 크게 달라졌다. 클릭만으로 새해 인사를 할 수 있는 인터넷 연하카드는 카드를 고르고 우체국에 가 발송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아 편안하다.

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보낼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2015년 을미년 양띠 해를 맞아 우정사업본부는 양을 소재로 디자인한 신년 연하장을 내놨다. 고급형 3종과 일반형 5종 등 8종이다. 연하엽서와 엽서세트(12장)도 함께 시판한다.   

- 글 : 노경아 jsjys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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