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이 지난해 4월30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창조경제확산위원회 제8차 전체회의에서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공공기관의 역할’이란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나영운 기자

공공조달을 통해 개발한 소프트웨어 등의 기술 특허권을 공공기관이 아닌 계약업체가 단독으로 소유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중소기업계의 지속적인 건의를 정부가 수용한 것.

기획재정부(장관 최경환)는 공공조달 현장의 기업 애로 해소를 위해 지난 1일부터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계약예규를 개정·시행중이라고 최근 밝혔다.


개발업체가 지재권 단독 소유
개정 예규는 우선 소프트웨어(SW) 개발 등 정부가 발주한 용역사업의 특허권·실용신안권·디자인권을 앞으로는 계약 당사자간 협의를 거쳐 계약업체가 단독으로 소유할 수 있는 근거를 뒀다.

지금까지 용역사업의 특허는 정부와 기업이 공동 소유로, 기업이 추가 개발 노력을 들여도 사업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많았다. 앞으로 기업이 단독 소유권을 갖게 되면 후속 신제품 개발, 특허 담보 대출, 다른 기업에 특허 이전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해진다.  또 정부가 공공조달을 통해 만들어진 저작물을 처분·배포할 때는 계약 상대방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정부는 공공기관 보유 특허의 전용 실시·매각 허용 요건도 완화한다. 공공기관 보유 특허가 일정 기간 통상 실시 수요가 없거나 특허 소유 기관이 사업화 촉진을 위해 필요성을 인정한 경우 등에 한해 최초로 사업화한 기업만 해당 특허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기업 독점 실시 허용을 확대한다.

지금까지는 공공기관이 보유한 특허를 원칙적으로 통상실시 원칙에 따라 누구나 사용할 수 는 ‘통상 실시’ 원칙을 적용해 왔다. 이로 인해 사업화 투자 비용 회수와 후발 업체의 모방 우려로 기업이 공공기관의 특허 사용을 기피했다.

또한 이번 개정 예규는 기관의 ‘갑질’을 막고자 발주기관이 공사 도중 추가 업무를 요구할 경우에는 계약업체와 반드시 사전 협의를 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도록 했다.
발주기관 책임으로 물품 납품 이행이 지체될 때는 계약업체가 지체 상금을 부당하게 부담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공사 계약분야에서는 기술제안 입찰 탈락자 중 우수 제안자에게 제안서 작성비용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그동안은 설계·시공 일괄 입찰과 대안입찰의 경우는 탈락자 설계보상비 지급 규정이 있었으나 기술제안 입찰에 대해서는 관련 근거 조항이 없었다. 공공기관이 직접 구매해 시공사에 공급해주는 철근 등 관급 자재의 보관비와 운반비 등은 공사원가에 반영해 시공사의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아울러 100억원 미만 공사 입찰 때는 입찰자의 선택에 따라 경영상태 평가에 재무비율 뿐만 아니라 신용평가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중소기업의 편의를 높이는 내용도 담겼다.

중소기업계 지속 건의 결실
이번 계약예규 개정은 중소기업창조경제확산위원회,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 등을 통해 중소기업계가 정부에 건의한 사항을 반영했다.

특히 중소기업중앙회는 SW 관련 협동조합 및 업체 실무자 면담을 통해 중소기업계 의견을 모으고, 각종 정부·국회 간담회에서 적극적인 건의를 통해 이번 개정을 견인했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지난해 4월 중소기업창조경제확산위원회 전체회의서 “정부와 공공기관은 국민 세금으로 확보한 공공데이터를 개방해 제공하는 역할에 충실해야지 민간 사업자가 뛰는 시장에서 그들과 직접 경쟁하는 것은 시장을 망치는 일”이라며 SW지재권 소유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미래부 산하 ‘ICT활성화추진실무위원회’ 회의에서도 중기중앙회는 △공공기관발주 SW 개발사업 지재권 귀속제도 개선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기관에 중소기업협동조합 포함 △공공기관발주 SW개발사업에 외국계 대기업 참여제한 등을 요청한 바 있다.
이 같은 요청에 기재부 등 관련부처들은 당초 국유재산법 등 상위법과의 충돌을 근거로 난색을 표했으나 결국 중소기업계의 건의를 수용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특허권 등을 개발업체가 단독소유하는 기재부 계약예규 개정으로 그동안 어려움을 겪어온 중소 SW개발업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 개정에 누락된 저작권에 대해서도 개발업체가 단독소유 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